87년 민주화 이후 전례없이 국회 5분의3 차지선진화법 사실상 의미없어

민주당 163+시민당 17통합당 103'개헌저지' 턱걸이

     

코로나19 사태 속에 치러진 21대 총선에서 민심이 여당에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며 국회 전체의석(300)5분의 3에 해당하는 180석의 '슈퍼여당'이 탄생하게 됐다.

전국 개표율 99.3%를 기록한 16일 오전 622분 더불어민주당과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이 단독으로 180석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래통합당과 미래한국당은 개헌저지선인 100석보다 3석 많은 103석 확보에 그쳤다.

지역구 투표만 놓고 보면 민주당 163, 미래통합당 84, 정의당 1, 무소속 5석 등이다.

비례대표의 경우 개표율 92.66%를 보인 가운데 미래한국당 34.18%, 시민당 33.21%, 정의당 9.54%, 국민의당 6.71%, 열린민주당 5.32% 등을 기록했다.

이를 의석수로 환산하면 미래한국당 19, 시민당 17, 정의당 5, 국민의당 3, 열린민주당 3석으로 예상된다.

국회 5분의 3을 확보하면 단독으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가 가능해 사실상 개정 국회법인 선진화법을 무력화할 수 있다.

단일 정당 기준 전체 의석의 5분의 3을 넘어서는 거대 정당이 총선을 통해 탄생한 것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여당은 개헌을 제외한 입법 활동에서 대부분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1990년 당시 여당인 민주정의당이 제1·2 야당인 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과의 '3당 합당'을 통해 전체 299석의 72.9%218석을 차지한 적이 있으나 이는 직접 선거에 의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한복판에서 치러진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은 '국난 극복'을 전면에 내세운 반면 통합당은 '야당 심판'과 견제를 내걸고 지지를 호소했다.

투표 결과 예측을 뛰어넘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귀결되며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에 들어 정국은 20대 국회와는 질적으로 다른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당장 개헌을 제외하고는 무소불위의 의회권력을 부여받은 여당이 현 정부 주요 입법과제인 사법개혁 등에서 추가 드라이브를 걸고 나설 경우 집권 중반을 넘겨 오히려 본격적인 개혁과제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반면 강남벨트 등 수도권 일부와 '텃밭'격인 영남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참패한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든 통합당은 황교안 대표 사퇴와 함께 비대위 구성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후폭풍에 휩싸였다.

사실상 양당 체제로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정의당이 일부 의석을 확보하긴 했지만, 3당의 입지가 크게 줄어들며 '여대야소'21대 국회는 전체적인 양당 체제로 회귀하며 전체적인 입법부 지형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한편 주요 접전지 중에선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민주당 이낙연 후보가 통합당 황교안 후보를 상대로 일찌감치 당선을 확정했고, 동작을의 경우 민주당 이수진 후보가 통합당 나경원 후보를 상대로 이겼다.

광진을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 고민정 후보가 통합당의 '잠룡' 오세훈 후보에게 접전 끝에 승리했다.

이른바 '조국대전'으로 지칭된 경기 남양주병에선 민주당 김용민 후보가 통합당 현역 주광덕 의원을 제쳤다.

선거 막판 '성 비하 팟캐스트' 논란에 휘말린 경기 안산 단원을 민주당 김남국 후보도 이 지역 현역 통합당 박순자 의원을 상대로 이겼다.

경기 안양 동안을에선 민주당 이재정 후보가 통합당 원내대표인 심재철 후보를 누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경남 양산을에선 민주당 김두관 후보가 통합당 나동연 후보에 박빙으로 승리했고, 부산진갑에선 통합당 서병수 후보가 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제쳤다.

강원 원주갑에선 민주당 이광재 후보가 승리를 거머쥐었고, 정의당 심상정 대표도 경기 고양갑에서 정의당 지역구 후보로는 유일하게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박빙 늘고, 진영대결 심화투표율 끌어올렸다

울산 68.6%·경남 67.8% 등 보수 성향 유권자 표 결집

민주당 압승 견제 심리 작동

 

15일 실시된 21대 국회의원선거의 최종 투표율이 66.2%로 집계됐다. 1992년 치러진 14대 총선 이후 가장 높은 투표율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전체 유권자 43994247명 가운데 29127637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번 총선의 높은 투표율은 지난 10~11일 실시된 사전투표가 26.7%라는 역대 최고 참여율을 보일 때부터 어느 정도 예상됐다. 지난해 조국 사태 이후 심화된 진영 대결이 투표장의 참여 열기로 고스란히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선거기간 후반 여당의 압승 가능성이 점쳐지자 집권여당의 독주를 우려한 보수 유권자들이 막판 결집한 것도 투표율 상승을 이끈 요인으로 거론된다.

전국에서 가장 투표율이 높은 곳은 울산으로 68.6%의 참여율을 기록했다. 가장 낮은 곳은 충남(62.4%)이었다. 울산 다음으로는 세종(68.5%), 서울(68.1%), 전남(67.8%), 경남(67.8%), 부산(67.7%), 대구(67%), 전북(67%), 경북(66.4%), 강원(66%), 광주(65.9%), 대전(65.5%), 경기(65%), 충북(64%), 인천(63.2%), 제주(62.9%), 충남(62.4%) 차례로 투표율이 높았다.

사전투표 때 1~4순위는 전남(35.8%)·전북(34.7%)·세종(32.4%)·광주(32.2%)로 더불어민주당이 유리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최종 투표율에선 미래통합당 강세 지역인 울산 지역 투표율이 68.6%1위를 기록했고 경남(67.8%)도 치고 올라왔다.

28년 만에 가장 높은 투표율이 나온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은 선거 직전 민주당의 압승을 예상하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보수 성향의 유권자들이 결집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호남의 경우 워낙 정치적 활성화가 많이 된 지역이라 항상 투표율이 높았는데, 호남 외 다른 지역에서도 이렇게 투표율이 높아진 것은 진영논리가 강화된 결과라고 봐야 한다통상적으로 투표율이 높으면 정권심판론에 찬성하는 사람들이 투표장에 많이 나가는 경향이 있다. 보수 쪽 결집이 상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밖에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가 주춤하는 상황이라는 점도 투표율 상승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코로나19로 답답해하던 시민들이 투표라는 정치 행위로 해방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노지원 이지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