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봉쇄와 고립' 벗고 아프리카·이란·가자지구 긴급 구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을 국제적 존재감을 높이는 외교의 '기회'로 삼는 카타르의 행보가 사뭇 적극적이다.

3년 전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이집트 등 카타르의 이웃 중동 국가가 단교를 선언하고 교류를 봉쇄한 탓에 고립 위기에 처했지만 오히려 여느 중동 국가보다 활기찬 외교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인도주의라는 대의와 맞물려 추진되는 카타르 정부의 '코로나 외교'는 한국의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카타르개발펀드(QFFD)가 주도한다.

QFFD는 코로나19 피해가 크지만 의료·방역 체계가 열악한 국가를 중심으로 의약품, 방역 도구, 위생용품, 임시 진료소를 기부했다.

지금까지 튀니지, 알제리, 르완다, 네팔 등에 45t의 지원 물품을 보냈고 이탈리아, 레바논도 지원 대상국에 포함됐다. 이란에는 모두 4차례 코로나19 구호 물품을 기부했다.

사우디, UAE가 카타르와 단교한 주요 이유 중 하나가 카타르의 이란 우호 정책이었던 점을 돌이켜보면 카타르 정부의 이란 지원은 상당히 독자적이고 과감한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카타르는 친미 진영이지만 이스라엘과 적대적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도 코로나19 위기와 관련해 대규모로 지원했다.

2일부터 가자지구의 우체국을 통해 10만 가구를 대상으로 가구당 100달러의 현금 지원이 시작되는 데 이 자금을 모두 카타르가 댔다.

카타르 정부는 이 현금 지원을 포함해 9월까지 모두 15천만 달러를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자지구에 지원하기로 했다.

중동 아랍권이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종교·인도주의적 연대를 표시하지만 미국과 관계를 고려해 금품을 선뜻 공개로 지원하려 하지 않는 점을 고려하면 카타르의 대담하고 공격적인 외교 노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인구 300만이 되지 않는 걸프의 소국 카타르가 이런 '기부 외교'를 활발히 추진할 수 있는 바탕은 천연가스 수출 세계 1위의 에너지 부국으로서 보유한 자금력이다.

전세계 주요 항공사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운항을 중단했지만 카타르 국영 카타르항공은 적자를 감수하고 '세계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다.

카타르 정부는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지만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을 경유는 허용했고, 이 때문에 코로나19 봉쇄 속에 도하가 여객 이동의 중심이 됐다.

현재 카타르항공은 인천을 비롯해 시카고 워싱턴, 상파울루, 몬트리올, 방콕, 자카르타, 싱가포르, 시드니, 도쿄, 암스테르담, 런던, 파리, 프랑크푸르트 등 모두 35개 도시와 도하를 오가는 노선을 유지한다.

아크바르 알바케르 카타르항공 최고경영자(CEO)3월 말 언론 인터뷰를 통해 "코로나19 위기로 보유 현금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 결국 정부에 의지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지금처럼 어려울 때 사랑하는 이를 만나려는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야 할 때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타르항공은 전세계인에게 인도주의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유일무이한 항공사로 자리 잡았다"라며 "전염병에 크게 타격받은 나라에 약을 기부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