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장소에서 교회 제외는 부당주지사 비개방 정책 중단시킬 것

지지층 겨냥 해석코로나19 확산 위험 방치 비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2일 교회 등 종교시설이 필수적인 장소이고 미국에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며 주지사들을 향해 "지금 당장 문을 열라"고 촉구했다.

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여전한 가운데 확산 우려 장소로 여겨지는 종교시설의 즉각적 재개방을 주문한 데다 주지사들이 따르지 않을 경우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엄포까지 놔 논란이 예상된다.

CNN방송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오늘 나는 예배당과 교회, 유대교 회당, 모스크(이슬람 사원)를 필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필수 장소라고 확인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 주지사는 주류점과 임신중절 병원이 필수적이라고 간주하면서 교회와 예배당은 제외했다""이는 옳지 않다. 나는 이 부당함을 바로잡고 있다"고 말했다.

"주지사들은 이번 주말에 옳은 일을 하고, 이 중요한 신앙의 필수 장소들을 당장 열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그들이 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 주지사들(의 방침)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압박했다. 그는 "미국에서 더 적게가 아니라 더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라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분여 간 간단한 입장 발표 후 기자들과 문답 없이 곧바로 퇴장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이날 종교시설 재개에 관한 지침을 공개했다. 지침에는 시설을 정상화할 경우 비누와 손소독제 제공, 마스크 착용 권장, 일일청소 등 주문과 함께 성경이나 찬송가 공유 제한, 결혼식이나 장례식 인원 제한 등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종교시설을 통한 확산 사례가 확인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는 지나치다는 비판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곧바로 연단에 오른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조차 발병이 많은 곳에서는 지금 당장 시설을 개방하는 것이 최선은 아니라고 언급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산 위협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문을 다시 열 것을 허용하라고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견은 기독교, 특히 자신의 핵심 지지층이라고 여기는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의 지지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2016년 대선 때 스스로 백인 복음주의 기독교인이라고 밝힌 유권자의 81%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것으로 나타났다.

WP"속이 뻔히 보이는 정치적인 압박"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오랫동안 복음주의 기독교 공동체에 유화책을 쓰는 데 집중했고, 이들의 심기를 건드릴 정책을 채택하는 위험을 결코 무릅쓰고 싶어하지 않아 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CDC는 지난달 초 종교시설 지침 초안을 마련했지만 백악관이 개입하는 바람에 한 달 이상 내용 수정 작업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CNN"새로운 지침은 초안보다 더 구체적이지만 결정을 내리는 데 있어 종교시설에 재량권을 제공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종교시설 재개 요구를 따르지 않는 주지사의 정책을 중단시키겠다고 발언한 부분도 해당 권한이 있는지 불분명하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어떤 권한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가정적 질문"이라면서 기자들은 교회가 폐쇄돼 있는 것을 보길 원한다는 식으로 비난했다고 WP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