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부 친일 손자가 고백·사죄
“친일 청산했어야”윤 모씨 민족문제연에 알려 화제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이 오른 할아버지를 대신해 친손자가 사죄의 뜻을 밝혔다. 
18일 민족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친일파 후손인 윤모씨는 지난달 초 할아버지의 친일행위를 사죄하는 글을 연구소 누리집에 올렸다. 
윤씨는 사죄글에서 “나는 할아버지를 생전에 뵙지 못했다. 지난해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친일인명사전’을 만들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는데 혹시 우리 할아버지도 일제 초기 군수를 하셨다면 친일파 명부에 있지 않을까 해 도서관에 달려가 찾아보았다.”라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해방 후 반민특위를 통해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않은 것이 역사의 치명적 약점이었다고 생각했었다.”라며 “많은 친일인사가 과거 친일행위에 대한 사죄와 반성도 하지 않고 독립운동 후손들은 어렵게 살고 있다는 기사를 볼 때마다 분개했었는데 친일파의 후손인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윤씨의 할아버지는 구한말 대한제국에서 개혁과 개방정책을 담당할 인재를 키우고자 1895년 제1회 관비유학생 파견사업으로 선발된 양반자제 200명에 속한다. 
일본 도쿄의 게이오 의숙에서 예과, 본과를 마치고 귀국해 1900년 농상공부에서 공직을 시작했고 1910년 한일합병 이후 충청도와 전라도에서 군수로 봉직하다 1926년 퇴직했다. 
윤씨는 “할아버지가 어떤 생각을 하고 일본으로 가는 배를 탔는지 일본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민족과 국가의 운명과 미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길이 없다.”라며 “할아버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너무도 많지만 일기나 어떤 비망록도 남기지 않아 그분의 의중은 알지 못한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이를 계기로 민족문제연구소에 회원으로 가입하게 됐다.”라며 “이 민족의 역사바로세우기를 하는데 벽돌 한 장을 올리는 심정으로 나의 집안의 역사와 진실을 사죄하는 마음으로 세상에 고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민과 역사 앞에 그리고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혹은 고생한 많은 사람과 그들의 자녀들에게 친일파였던 할아버지를 대신해 한 친일파의 손자가 가슴깊이 사죄한다.”라고 말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이달 6일 윤씨를 만나 전문 게재를 허락받고 최근 이 글을 공개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