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중앙지검, 채널A 기자와 대화한 녹음파일 확보해 피의자로 전환

기자 영장 및 한 검사장 소환 결정, 대검 수차례 보완 지시하며 막아

     

-언 유착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찰청이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에 대한 수사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채널에이(A)> 기자들과 한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을 분석한 뒤 이달 초부터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수사해왔다. 수사팀은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고 한 검사장 소환조사 일정도 잡았지만, 대검 형사부는 범죄 구성이 어렵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등 수사에 제동을 걸고 있다.

21<한겨레> 취재 내용을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정진웅)는 채널에이 백아무개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대화 녹음파일을 발견하고 강요미수죄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했다. 녹음파일은 지난 213일 백 기자가 회사 선배인 이아무개 기자와 함께 부산고검 차장검사실에서 한 검사장을 만나 나눈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이날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고검과 지검을 방문한 날이었다. 수사팀은 녹음파일을 분석한 결과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그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기로 했다. 수사팀은 이 기자에 대해서는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정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녹음파일 내용을 보고받은 뒤 ‘64일 이후로 이 사건 지휘에 관여하지 않겠다. 서울중앙지검과 대검의 이견이 있는 경우 대검 부장회의에 지휘를 일임하겠다는 공문을 서울중앙지검에 보냈다. 64일은 수사팀이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한 시점이다.

       

한동훈 부산고검 차장검사

윤 총장이 지휘 회피의사를 밝히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구속영장 청구 등 중요 사안에서 대검 수뇌부의 의사결정이 미뤄지면서 수사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수사팀은 휴대전화 2대와 노트북을 포맷한 이 기자가 증거인멸 가능성이 큰 만큼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보고를 지난주 대검에 했지만 21일 현재까지 결재를 받지 못했다. 수사팀은 또 지난주에 한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조사하려고 했지만 이 일정도 연기됐다.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에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시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검사장의 변호인은 <한겨레>의 해명 요청에 그날 여러 언론사의 방문에 대해 통상적인 응대를 했다. 수사나 취재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혀왔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한 검사장이 채널에이 기자들과 대화에서 유시민이 뭘 했는지 나도 아는 게 없다. 관심 없다고 말했다<조선일보> 보도를 반박했다. 서울중앙지검은 기사에 언급된 내용은, 확보된 증거자료 중 일부만을 관련자에게 유리할 수 있는 부분만 선택적으로 보도함으로써, 사실관계 전반을 호도하거나 왜곡하여 수사 과정의 공정성에도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밝혔다.

윤석열 최측근 녹음결정적 증거라는데대검은 범죄 안된다

윤석열 213일 부산 순시한 날 한동훈 방 대화, 채널A 기자 녹음

신라젠 수사 관련 내용 담겨 있어 한동훈 피의자 전환, 휴대전화 압수

-언 유착 의혹 수사에 대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은 <채널에이> 기자들과 한동훈 검사장의 대화 녹음파일이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VIK)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협박했다는 결정적인 증거가 된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대검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며 여러 차례 수사 보완 지휘를 하고 있다. 같은 내용의 대화 녹음파일을 공유한 것이 맞나 싶을 정도로 두 기관 간 판단의 간극이 너무 크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인 한 검사장에 대한 형사처벌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검찰 내부 갈등 배경은 물론 향후 수사 추이에 더욱 관심이 커지고 있다.

  # 3인 대화 녹음파일 혐의 입증에 결정적

이번 수사의 관건은 이 전 대표 쪽에 정치권 로비 명단을 밝히라고 요구한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가 실제로 한 검사장과 이를 상의했는지를 입증하는 물증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이 기자는 이 전 대표 측근에게 “(이철 전 대표 쪽) 이야기를 들어보고 나한테 알려달라. 수사팀에 그런 입장을 전달해줄 수 있다. 수사를 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양쪽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는 한 검사장과의 통화 내용을 전했다. 채널에이 자체 진상조사에서도 이 기자가 후배인 백아무개 기자에게 수사팀에 얘기해줄 수도 있으니 만나보고 나에게 알려달라. 나를 팔아라는 현직 검사장의 말을 전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모두 이 기자의 입에서 나온 전언일 뿐이다. 이 기자는 일찌감치 증거를 인멸한 상태여서 한 검사장이 문제의 발언을 했다는 직접증거를 확보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수사의 실마리는 의외의 지점에서 풀렸다. 이 기자의 후배인 백 기자의 휴대전화에서 한 검사장과의 통화가 아닌 대면 대화 녹음파일이 발견된 것이다. 백 기자는 이 기자의 지시로 신라젠 의혹 수사를 취재하던 중이었고 올해 213일 윤석열 검찰총장의 부산고·지검 방문 일정에 맞춰 이 기자와 함께 한 검사장을 찾아가 만났고 이때 한 녹음 파일이 수사팀에 압수됐다. 이들은 신라젠 수사는 물론 법무·검찰 관련한 대화를 나눴고 수사팀은 특히 녹취록과 채널에이 진상보고서에서 전언 형태로 존재했던 내용과 비슷한 한 검사장 발언을 확인했다고 한다. 수사팀이 한 검사장의 신분을 피의자로 전환하게 된 이유다. 수사팀은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6일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도 확보했다.

그러나 대검 쪽에서는 3인 대화 녹음파일 내용을 봐도 뭐가 잘못이라는 건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수사 실무를 협의하는 대검 형사부는 수사팀이 이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건의를 올린 뒤에도 범죄를 인정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이런 시각 차이 때문에 결정적인 상황에서 수사가 지체되고 있는 것이다.

  # 윤 총장 측근 사건이기에 결과 주목

-언 유착 의혹은 초기부터 진상이 제대로 밝혀지겠냐는 우려가 존재했던 사건이다. 지난 331<문화방송> 보도로 의혹이 제기된 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이 진상조사에 착수하려 했지만 윤 총장은 이를 제지하고 대검 인권부에 조사를 지시했다. 윤 총장이 한 검사장 감찰을 막으려 꼼수를 부렸다는 비판이 나왔다. 검찰이 수사에 착수한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고발한 검-언 유착 의혹과 최경환 전 부총리가 명예훼손 혐의로 문화방송을 고발한 사건을 동시에 수사 중인데 채널에이만 압수수색하고 문화방송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되자 윤 총장은 비례와 균형 수사를 강조하며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공개적으로 질책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의 신분이 피의자로 전환된 지난 4일부터 이 사건 수사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하고 자신은 형식적으로 최종 결정만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정적인 순간에 수사가 지연되면서 검찰 내부에선 여전히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의 특수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언 유착 의혹은 총장의 최측근 검사장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을 받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수사 과정은 물론 결과도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 김태규 기자 >

검언유착 수사자문단소집, 중앙지검-대검 통보 못받아” “알렸다

피의자 이례적 요구에 자문단 소집 결정했다는 대검 부장회의서도 이견

-언 유착 의혹 사건의 기소 여부를 논의할 전문수사자문단(이하 자문단) 소집 여부를 놓고 대검과 서울중앙지검이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21일 대검과 서울중앙지검 쪽 설명을 종합하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달 초 한동훈 검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겠다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보고가 올라온 직후 대검 차장과 부장(검사장급) 5명으로 구성된 대검 부장회의에서 사건을 지휘하되 사후 결과만 자신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주 대검 형사부는 수사 내용을 검토한 뒤 <채널에이(A)> 이아무개 기자와 한 검사장에게 강요미수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대검 부장회의에 올렸다고 한다. 이어 한 대검 간부의 건의에 따라 지난 19일 열린 회의체에서 자문단 소집을 결정했고, 윤 총장이 이를 결재한 뒤 김관정 대검 형사부장에게 서울중앙지검에 이를 통보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대검 쪽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 서울중앙지검은 대검으로부터 자문단 소집과 관련된 결정을 통보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총장의 지시사항인데도 일선 지검이 통보 자체를 부인하고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대검 안에서도 자문단 소집 결정과 관련해 다른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팀과 대검 지휘부의 의견이 달라야 자문단을 소집해 어느 쪽이 옳은지 심의를 요청하는 건데, 대검 부장회의에서는 기소 여부에 대해 결론 낸 적이 없기 때문에 자문단 소집 결정에 절차상 하자가 있다는 것이다. 또 대검 부장회의 논의 과정에서 한 검사장을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자문단 소집이 처음 제기된 과정도 석연치 않다. 자문단은 일선 수사팀과 대검 지휘 부서, 관할청의 인권수사자문관이 소집을 건의할 수 있는데, -언 유착 의혹 사건은 지난 14일 채널에이 이 기자의 변호인이 진정 형식으로 제기했다. 자문단 소집이 이례적으로 피의자 진정 형식으로 결정되면서 소집 결정 과정을 놓고 검찰 내부에서 잡음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자문단은 중요 사건의 공소 제기 여부 등을 심의하는 자문기구로 소집 권한은 검찰총장에게 있다. 자문단은 단장을 포함해 수사 경험과 역량을 갖춘 검사나 형사사법제도 등의 학식과 경험을 갖춘 전문가 7~13명으로 구성된다. 심의 결과는 권고적 효력만 있다. 검찰총장이 자문단 위원을 위촉하지만, 의견이 대립하는 수사팀과 지휘부에 각각 위원 추천권이 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과 국가보훈처 부정 청탁 사건, 케이티(KT) 채용비리 사건에서 자문단이 소집됐다. < 김정필 기자 >

[사설] 수사팀-대검 충돌로 번진 검언 유착수사 난맥상

<채널에이(A)> 기자와 현직 검사장의 -언 유착 의혹수사가 잇따라 난맥상을 드러내고 있다. 급기야 서울중앙지검 수사팀과 대검찰청 지휘부가 범죄 성립 여부를 놓고 의견 충돌을 빚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검찰 고위직이 연루된 이 사건을 두고 유독 많은 잡음이 불거지는 것을 보면 엄정한 수사내부 인사 비호라는 두 기류가 부딪치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수사팀은 이달 초 채널에이 기자와 한동훈 검사장(부산고검 차장검사)의 대화 녹음파일을 통해 혐의를 입증할 단서를 확보한 뒤 한 검사장을 피의자로 전환했다. 이후 채널에이 이아무개 기자 구속영장 청구, 한 검사장 소환조사 등을 추진했지만 대검이 범죄 혐의 구성이 어렵다며 제동을 걸었다고 한다. 같은 증거를 놓고 수사팀은 구속수사가 필요하다고 하고 대검은 범죄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는 극단적인 시각차가 존재한다니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대검이 채널에이 기자 쪽의 진정을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해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것도 석연치 않다. 피의자 쪽이 요청하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에서 특혜로 비칠 수 있다. 자문단은 검찰수사심의위와 달리 검찰의 의중이 작용하기 쉽다는 지적도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에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던 검찰 고위 간부들의 기소 여부를 두고 대검과 수사단이 대립했을 때 검찰총장이 검찰수사심의위 대신 자문단을 소집해 불기소 결정을 내린 전례도 있다.

이 사건이 지난 3월 말 언론 보도로 불거진 직후부터 검찰 내부의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감찰부 대신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맡기면서 감찰 회피제 식구 감싸기라는 비판을 샀다. 채널에이 압수수색을 두고도 윤 총장은 균형 있는 수사를 공개 지시했다. 의혹을 제기한 <문화방송>(MBC)도 같은 비중으로 수사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부적절한 지시였다.

윤석열 총장은 이달 초부터 사건 지휘를 대검 부장회의에 일임했다지만, 그의 최측근이 연루된 사건에서 이처럼 비정상적인 상황이 이어진다면 검찰이 내놓는 수사 결과를 믿을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싶다. 검찰 스스로 내부 의혹을 제대로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회의도 짙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대검 지휘부의 개입을 차단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하는 게 타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