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캐나다로 G7 정상회의 가던 길에 워싱턴 들러

북에 너무 많은 양보하지 말라트럼프 적극 설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 정상회담 직전 한국전쟁 종전을 선언하는데 큰 관심을 갖고 있었고, 아베 일본 총리는 이를 막기 위해 노력했다고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주장했다. 당시 미국과 북한 두 정상의 첫 만남을 앞두고 한국전 종료선언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았지만, 선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22일 볼턴 전 보좌관의 회고록 <그 일이 일어난 방: 백악관 회고록> 93~94쪽을 보면, 싱가포르 정상회담 일주일여를 앞둔 201865~6,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볼턴 전 보좌관 등의 만남이 담겨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종전 선언을 하려고 했고,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막기 위해 노심초사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에 너무 큰 양보를 해서는 안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5일 트럼프 대통령은 볼턴 전 보좌관,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점심 식사를 하면서, 한국 전쟁의 종료를 본인이 선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에 찬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이를 나쁜 소식으로 규정하면서 특정 시점에 북한에 그런 양보를 하는 것을 꺼리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하려는 것처럼 그것(종전선언)을 공짜로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종전선언을 하나의 제스처이자 언론홍보용 호재로 여겼을 뿐, 국제관계에 미칠 중대한 영향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다음날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아침을 먹으며 종전 선언에 대한 대가로 북한으로부터 핵무기나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한 기준선 선언 등을 포함해 무엇을 뽑아낼지 논의했다고 한다. 그는 북한이 이에 동의할지 의심됐지만, 적어도 (종전선언이) 무의미한 양보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적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종전 선언 구상에 아베 총리도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보인다. 볼턴 전 보좌관은 캐나다에서 열릴 예정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201868~9)에 가던 아베 총리가 이날 오후 워싱턴 디시(DC)를 방문해 너무 많은 양보를 하지 말라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인들은 살아남은 자들로, 그들은 자기네 체제에 목숨을 걸었다. 그들은 매우 거칠고 약삭빠른 정치인들이다. 이게 다시 반복되는 일상으로 생각하면 그들은 옛날 방식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볼턴 전 보좌관은 그날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북한을 주제로 좋은 대화를 나눴다고 평가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서 서명한 6·12 북미정상회담 공동성명에 종전선언은 포함되지 않고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한다는 내용이 들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최현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