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에 예방수칙 개선 촉구 공개서한 보내

 

32개국 과학자 239명이 세계보건기구(WHO)에 코로나19의 공기 전파 가능성을 제기하며 예방 수칙(권고사항) 개선을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

미국 <뉴욕 타임스>4239명의 과학자들이 공개서한을 통해 작은 비말 입자가 (공기 전파를 통해) 사람을 감염시킬 수 있다는 증거를 간략히 밝힌 뒤 예방 수칙 수정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다음주 이 서한을 과학 저널에 게재할 계획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공기 전파와 관련해서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튀어나오는 침방울이 중요하다. 침방울은 최대 7~8m까지 날아갈 수 있지만 커다란 침방울은 2m를 넘지 못하고 바닥으로 떨어진다. 사회적 거리두기 간격 2m가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일군의 과학자들은 실내에 떠다니는 작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입자에 의한 감염 가능성을 우려하며, 환기가 잘 이뤄지지 않는 혼잡한 공간에서 이뤄지는 공기 전파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의 중요한 요소라고 지적해왔다.

이런 주장을 하는 과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도 실내에서는 마스크가 필요하며, 특히 코로나19 환자를 돌보는 의료인들은 가장 작은 호흡기 방울도 걸러내는 N95 마스크가 필요하다고 지적해왔다. 또 학교·요양원·주거지 및 사업장의 환기 시스템은 재순환 공기를 최소화하고 강력한 새 필터를 추가해야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그 동안 기침과 재채기를 통해 방출되는 큰 침방울에 의해 코로나19가 감염되는데, 큰 침방울은 바닥에 빠르게 떨어진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이 기구는 지난달 29일에도 공기감염은 5미크론(μ, 1μ=100만분의 1미터) 이하의 비말이나 에어로졸(지름 1·100만분의 1고체 또는 액체 입자) 등을 생성시키는 의료시술 후에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때문에 작은 입자들이 공기에 떠다니는 환경에서만 적절한 환기와 N95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세계보건기구 가이드라인에서는 제한된 증거만 있는 표면 감염의 가능성을 우려하면서 손 씻기를 더욱 강조해왔다.

베네데타 알레그란치 WHO 감염통제국장은 특히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는 공기 감염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지만 견고하고 명백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이에 대해 강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뉴욕 타임스>10여명의 세계보건기구 예방 수칙 자문위원 등 20여명의 과학자를 인터뷰하고 내부 이메일을 검토한 결과, 좋은 의도에도 불구하고 조직(세계보건기구)이 과학과 보조를 맞추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재채기할 때 공기를 통해 확산되는 큰 침방울에 의해 높이 운반되든, 방 안을 (멀리) 미끄러질 수 있는 훨씬 더 작은 침방울에 의해 운반되든 간에, (아무튼) 공기를 통해 전달되며 이를 흡입한 사람들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세계보건기구에) 말했다는 것이다.

일례로 지난 4월에도 전문가 36명은 세계보건기구에 코로나19가 공기를 통해 감염된다는 증거가 쌓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예방 수칙을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세계보건기구는 즉시 회의를 소집했지만 에어로졸보다 손 씻기를 옹호하는 몇 명의 전문가가 토론을 주도했고, 기존 예방 수칙이 그대로 유지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세계보건기구 자문위원인 리디아 모로스카 박사와 다른 전문가들은 특히 환기가 잘 되지 않고 사람이 붐비는 실내 공간에서 바이러스의 공기 전파를 나타내는 여러 사건을 지적했다. 그들은 감염자들은 작은 에어로졸과 큰 침방울을 둘 다 생산하지만, 세계보건기구는 인위적으로 둘을 구별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버지니아 공대의 바이러스 공기 감염 전문가인 린지 마는 우리는 1946년부터 기침과 말하기가 에어로졸을 발생시킨다는 것을 알았다며 세계보건기구의 복지부동을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특히 세계보건기구 감염예방통제위원회는 과학적 증거와 관련해 융통성이 없고 지나치게 (엄격한) 의학적 관점을 고수해 방역수칙을 수정하는데 느리며, 위험 회피적이고 소수의 보수적 목소리가 반대 목소리를 묵살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라고 덧붙였다. < 전정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