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헤이트풀8>로 생애 첫 아카데미 시상식트로피를 받은 엔니오 모리코네.

                      

지난 5일 낙상 후유증93, 영화 500여편 감동의 선율창작

 

영화 <석양의 무법자>(1966)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얼굴 위로 흐르던 그 음악은 강렬했다. “빠라빠라빰~ 와와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1984)를 휘감던 현악기 선율은 화면이 말하지 않은 인물의 내면에 귀 기울이게 했다. 이 모든 곡은 영화음악의 연금술사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들었다.

음악으로 영화를 들려주고 관객의 마음을 어루만지던 그가 593살의 일기로 하늘로 떠났다. 이탈리아 등이 6(현지시각) 보도한 내용을 종합하면, 그는 낙상으로 대퇴부 골절상을 입어 병원 치료를 받아왔다고 한다.

거장은 삶을 음악으로 말해왔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그는 12살에 체칠리아 국립음악원에 입학하면서 음악을 시작했다. 재즈 밴드에서 트럼펫을 연주했고, 이탈리아의 라디오 방송국에서 일했으며, 음반회사에서 편곡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의 삶을 바꿔놓은 영화음악과의 인연은 1955년 시작됐다. 1964<황야의 무법자>로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1966<석양의 무법자>빌보드 팝 차트상위권에 오르며 영화음악가로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이후 지금껏 약 500편이 넘는 영화음악을 만들며 존 윌리엄스, 한스 짐머와 함께 할리우드 3대 영화음악 거장으로 칭송받았다.

그의 음악은 장르를 불문하고 작품의 이면을 들려주며 관객의 마음을 보듬었다. 폭력성이 짙은 <원스 어 폰어 타임 인 아메리카>도 그의 음악이 더해지며 감명 깊은 작품으로 꼽혔고, <시네마 천국> <미션> <러브 어페어> 등 아름다운 선율이 인상적인 작품도 모두 그의 손길을 거쳤다.

거장은 음악으로 영화를 빚었지만, 유독 주요 영화제의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천국의 나날들>(1978)로 처음 아카데미 시상식음악상 후보에 오른 뒤 <미션>(1986), <언터처블>(1987), <>(1991), <말레나>(2000)가 잇달아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에는 실패했다. 2007년 처음으로 평생공로상을 받은 이후, 201686살이 되어서야 쿠엔틴 타란티노가 연출한 <헤이트풀8>로 생애 첫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많은 영화 팬들이 그의 첫 수상 사실 못지 않게 그가 86살까지도 열정적으로 활동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그의 열정적인 모습은 내한 공연 당시에도 빛났다. 81살이던 2009년 내한 공연 때 그는 커튼콜 이후 앙코르를 무려 다섯 번이나 소화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안겼다. 20115월 데뷔 50돌을 맞아 다시 한 번 내한 공연을 하기도 했다.

그의 죽음에 국내에서도 수많은 영화팬이 애도를 표하고 있다. 내한 공연 때 엔니오 모리코네의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며 그를 그리워하고 있다. 그는 떠났지만, 그의 영혼을 담은 음악은 500여편이 넘는 작품 속에 남아 있다. 많은 이들은 <피아니스트의 전설> <시네마 천국> <미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러브 어페어> 등을 그의 명작으로 추천한다. < 남지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