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MIT, ‘온라인 수업유학생 비자규제 집행말라 소송

하버드 총장 대면수업 강요 압력일 뿐유학생 추방 걱정없이 학업하게 할 것

 

미국의 명문 대학들이 100% 온라인 수강하는 유학생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비자 규제를 저지하기 위한 법적 대응에 나서 귀추가 주목된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8일 원격수업만 받는 외국인 유학생의 비자 취소 방침을 담은 이민당국의 새 조치 시행의 일시 중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주 연방지방법원에 냈다고 밝혔다.

이들 대학이 문제삼은 것은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이 지난 6일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안이다.

SEVP 개정에 따라 오는 가을 학기에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만 진행하는 학교에 다니는 비이민자 F-1 M-1 비자 학생들은 미국에 머무를 수 없고, 신규 비자도 받을 수 없다.

하버드대의 모습.

온라인과 대면 수업을 혼용하는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도 100% 온라인 수강만 선택하면 미국에서 쫓겨나며, 만약 학기 도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악화로 완전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될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하버드대와 MIT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에 따른 유학생들의 특수한 환경을 고려하지 않았고, 유학생들의 수강 여건과 취업 등에 즉각적이고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이는 연방정부가 대학들에 대면 수업 재개를 강요하려는 압박 노력일 뿐이라고 이들 대학은 비판했다.

절차적으로는 ICE가 이번 조치의 문제점을 사전에 고려하지 않았고, 개정안을 정당화할 합리적 근거를 제공하지 않았으며, 개정안에 대한 여론을 미리 청취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행정절차법(APA)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런스 배카우 하버드대 총장은 "이번 개정안은 학생과 교수 등에 대한 건강과 안전 염려를 무시하고 대학들에 강의실을 열어 대면 수업을 하라고 압력을 넣기 위해 고의로 계획한 것"이라며 "7월 들어 미국에서 30만명 이상의 신규 환자가 나오는 등 매일 최다 기록을 세우는 시기에 나온 조치"라고 비난했다.

배카우 총장은 "우리는 이번 소송을 강하게 밀고나가 우리 학교뿐만 아니라 미 대학에 다니는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추방 위협을 받지 않고 학업을 계속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반이민 가속화유학생 볼모로 대학 오프라인 개강 압박

가을 개강 대란하버드대 방침 안바꾸면 한국 등 유학생 강제퇴출 위기

코로나19 방지 내세워 유학생에 빗장걸며 대학에는 문열라 압박 '이중잣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는 외국인 학생들에 대한 강제 추방 카드라는 극약 처방을 꺼내 들었다.

당장 비이민자 F-1(학업 과정) M-1(직업 과정) 비자로 미국에 체류 중이거나 도미를 준비 중인 외국 유학생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막기 위해 '100% 온라인 수업'을 검토하던 미 대학들이 대혼란에 빠지는 등 '가을 학기 개강 대란'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한국 유학생들도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어 파장이 예상된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6일 발표한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 공지문에 따르면 이번 가을학기에 모든 수업이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학교에 다니는 외국 유학생은 미국을 떠나거나 100% 대면 수업 방식 또는 대면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채택한 학교로 편입하는 두개의 선택지에 놓이게 됐다.

그렇지 않을 경우 추방 절차의 개시 등을 포함한 결과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ICE는 밝혔다.

이와 관련, 가을 학기 동안 완전히 온라인으로 운영되는 학교나 프로그램에 등록한 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이 중단되며 미 입국 자체가 불허된다.

다만 어학 연수 프로그램을 이수하는 F-1 학생들과 직업 학위를 따려는 M-1 학생들의 경우 온라인 수업 등록 자체가 금지돼 있기 때문에 강제 추방 및 비자 발급 중단이 적용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은 "미국이 100% 온라인 수업을 듣는 외국 학생들을 추방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구체적 절차 등은 관보에 게재될 예정이다.

미 국제교육연구소(IIE) 통계에 따르면 미 고등교육기관(대학)에 재학 중인 외국인 유학생 수는 지난해 기준 1095299명으로, 이 가운데 한국인 유학생은 4.8% 수준인 52250명이었다.

또한 IIE 통계에 따르면 20182019학년도를 기준으로 외국 유학생 규모는 100만명이 넘었으며, 이는 전체 미 고등교육기관 인구의 5.5% 수준으로, 외국 유학생은 2018년도 기준으로 미 경제에 447억 달러(533천억원) 규모에 기여했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국가별 외국 유학생은 중국이 가장 많고 인도, 한국, 사우디아라비아, 캐나다 등이 그 뒤를 이었다고 통신은 전했다. 한국 유학생이 전체적으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조치로 인해 피해를 보게 될 한국 유학생 규모는 대학별 정책과 연동돼 있어 아직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워 가속페달을 밟아온 반()이민 드라이브의 일환이자 코로나19 재확산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학들의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려는 이중 포석으로 보인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정책 발표로 당사자인 유학생들과 미 대학들도 패닉에 빠진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학 관계자들이 새로운 연방 지침에 맞추기 위해 허둥지둥했다면서 일부 학생들은 소셜미디어(SNS)상에서 갑작스러운 추방에 대한 두려움을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학생들 입장에서는 본인이 현재 다니거나 지원한 학교가 어떤 정책을 정하느냐에 따라 미국 체류 허가가 좌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AFP통신에 따르면 현재 대다수의 대학은 코로나19 확산 추이 등을 감안, 아직 가을학기 계획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이다. 때문에 상당수의 경우 학생들은 대학들이 방침을 정할 때까지 발만 동동 굴러야 하는 실정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하버드대의 경우만 하더라도 이번 가을 학기에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대학측이 방침을 바꾸지 않는 한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 유학생의 수강이 원천봉쇄, 이들이 강제퇴출 될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특히 장학금 대신 학비 전체를 내는 비중이 높은 외국 유학생들이 강제퇴출될 경우 대학들도 재정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처지여서 초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재원 확보 사이에서 딜레마에 처하게 된 것이다.

외국 유학생들을 볼모로 대학들을 상대로 오프라인 개강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로이터통신은 얼마나 많은 비자 보유자들이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게 될지 불투명하다면서도 해외 유학생들은 대체로 수업료 전액을 지불하는 만큼 많은 미국 대학들의 핵심 소득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정책은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반이민 정책 가속화와 경제 정상화의 한 축이라 할 수 있는 수업 정상화 드라이브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 최근의 지지율 하락세를 만회하려는 대선 전략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자국민 보호를 내세워 외국 유학생들을 추방하는 한편으로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불구 학교들을 상대로 ''을 열도록 압박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 이중잣대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주당이 정치적 이유로 가을 학기를 열지 않으려고한다면서 "가을에 학교를 열어야만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22일 코로나19 확산 차단 등을 이유로 이민 일시중단 행정명령에 서명한 데 이어 지난달 22일에는 올 연말까지 특정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취업비자 발급을 중단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등 반이민 조치를 잇달아 취한 바 있다.

미 유학 한국 학생들 "무슨 날벼락이냐"충격·분통

미 워싱턴DC의 조지타운 대학 전경

미국 정부가 6) 온라인 수업만 듣는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하겠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하자 미 대학에 유학을 온 한국 학생들은 충격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미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이날 '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에 관한 성명에서 가을 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선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유학생들은 이 소식을 온라인 카페와 소셜미디어에 실시간에 올리면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걱정을 토로했다.

'K**' 아이디의 한 유학생은 인터넷 카페에 글을 올려 "이게 무슨 날벼락이냐""이런 충격적인 발표가 나올 줄은 생각도 못 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라는 닉네임의 한 회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미국에서 불안한 유학 생활을 해왔는데 비자마저 취소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유학생 생활이 서럽기만 하다"고 호소했다.

가을 학기 수업을 앞두고 미국 입국을 준비 중인 한 유학생은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일방적 갑질"이라고 분통을 터트렸고, 미국에 체류 중인 다른 유학생은 "짐도 여기 그대로 있는데 다 싸서 돌아가야 하느냐"고 말했다.

이번 조치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전략과 연관 지어 해석하는 유학생들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의 한 유학생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불리한 대선 여론을 만회하고 외국인을 싫어하는 지지층을 의식해 이러한 조처를 내린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학교는 반드시 가을에 문을 열어야 한다"는 트위터 글을 올린 것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미 대학의 대면 수업 정상화를 압박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미 대학들이 재정의 상당 부분을 유학생 학비에 의존하는 상황에서 유학생 감소를 막기 위해서라도 대면 수업을 부활하거나 온·오프라인 병행 수업을 도입할 것이라는 추측인 셈이다.

'JK**' 닉네임의 한 학생은 "미 대학들도 유학생이 본국으로 돌아가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유학생들을 돈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이 게시글 아래에는 "본국에서 온라인 수업을 듣는 유학생이 미국에서 돈을 쓰지 않아 이런 대책이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를 무시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길 강요하고 있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앞으로 대학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궁금해하면서 혼선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왔다.

'st**' 아이디의 유학생은 자신의 수강 과목은 대면 수업 자체가 없다며 불안해했고, 'qr**' 닉네임의 네티즌은 "코로나19 사태로 비자 발급 업무도 제대로 안 되는 상황인데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만 앞선다"고 말했다.

한국정부 "미 비자 조치로 유학생 불편 없도록 미국과 협의"

정부는 미국이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받는 외국인 학생의 경우 비자를 취소하고 신규 발급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과 관련해 국민 불편 최소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7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조치에 대한 정부 대응에 대해 "한미 간에 협의해서 우리 국민의 불편이 최소화되도록 노력을 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세관단속국(ICE)6'학생 및 교환방문자 프로그램'(SEVP) 규정 개정에 관한 성명에서 가을 학기부터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 듣는 외국인 학생에 대해선 미국 체류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에서 유학 중이거나 유학을 준비 중인 한국인 학생도 해당 학교에서 온라인으로만 수업을 진행할 경우 미국에서 추방당하거나 입국이 거부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