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여 시민사회단체가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사퇴를 촉구했다. 역사교과서 왜곡으로 인한 그의 진퇴 문제가 역사학계에서 시작해 교육계와 정치권을 거쳐 시민사회단체로 확산되고 있다. 무수한 경고와 반발에도 아랑곳 않고 권력을 앞세워 사실을 왜곡하려 했으니 할 말이 있을 리 없다.
 
교과부와 국사편찬위원회가 어제 집필기준 설명회를 열어 진화를 시도한 것은 이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집필자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균형성과 정확성을 기하기 위해 5.16 군사정변이나 5.18 민주화운동 등 구체적인 사례들은 집필기준에서 언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포함되지 않으면 통과되기 어렵다고 쐐기를 박기도 했다. 일부 물러선 셈이다. 하지만 대원칙인 교육과정 각론과 집필기준은 그대로 두고, 심사기준만 바꿔 바로잡겠다는 이들의 태도는 억지춘향의 본보기다.
이들 말대로 자율성을 존중했다면 학계의 절대다수가 반대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변경하는 문제, 한반도 유일의 합법정부 기술 문제부터 자율에 맡겼어야 했다. 당장 소나기나 피하자는 속셈으로 비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 정권의 의도가 이미 드러날 대로 드러났는데 어떤 출판사가 집필기준에도 없는 내용을 자율적으로 기술할까. 정권의 역사 농단 의지를 심사기준의 손질로 바로잡을 순 없다. 장관 사퇴 요구가 빗발치지만 그것도 해법이 아니다. 그는 민주주의와 학문 그리고 역사의 이름으로 경질돼야 한다.
 
그는 학계의 일치된 연구결과나 의견은 물론 정해진 절차마저 철저하게 유린했다. 역사교육과정 연구위원회와 심의위원회가 만장일치로 결정한 내용을 멋대로 바꿨다. 역사교과서 집필기준 개발위원회의 다수의견도 묵살했다. 이를 위해 역사교육과정 개발 추진위원회라는 자문기구를 급조해 들러리를 세웠다. 개악 이후 학계의 항의는 모두 외면하거나 묵살했다. 친일 청산 과정, 독재체제의 폐해, 이를 바로잡으려는 민주발전의 중요 계기들에 대한 기술이 집필기준에서 빠진 것은 그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그가 맹종한 것은 사익추구 혹은 이념 집단에 불과한 수구언론이나 관변학자들뿐이었다. 
이제 학문의 자유와 교육의 중립성은 치명상을 입었다. 실무선에서 이를 미봉하려 하지만 정권에 의한 역사 농단의 과오를 덮을 순 없다. 최소한 이 장관을 경질해야 하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