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가 장관 모든 대응책 검토관세 인상·비자 제한·송금 중단 등 거론

현금화 시간걸려 보복시점 불투명, -일 정면 충돌 부담이나 뾰족 해법 없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맨 왼쪽)가 일제 강제동원 문제해결을 위한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훔치고 있다.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판결을 이행하지 않는 일본 기업의 자산 매각 절차가 오는 4일부터 본격화 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보복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일본의 보복이 현실화할 경우, -일 관계는 다시 역사 문제가 경제 보복으로 이어지며 파국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높다.

<요미우리신문>신일철주금(현 일본제철)의 자산 현금화가 이뤄지면 일본 정부는 대항 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라며 다양한 내용이 논의되고 있다2일 보도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도 지난 1<요미우리TV>에 나와 현금화와 관련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방향성은 확실히 나와 있다고 밝혔다. 일본에선 관세 인상과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제한, 일본 내 한국 자산 압류, 주한 일본 대사 일시 소환 등이 보복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일본제철의 국내 자산이 실제 현금화되기까지는 매각명령 심리, 주식 감정, 매각 등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여, 일본의 보복 조처가 언제 취해질지 불투명하다. 또 일본이 보복을 강행할 경우 지난해 수출규제 때처럼 일본도 피해를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비자 발급 제한이나 금융 제재 등은 일본의 기업이나 국민에게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런 이유로 일본 정부가 당장 보복 카드를 꺼내기보다 당분간 현금화 절차를 지켜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 관계자 말을 인용해 연말까지 교착 상태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복수의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일본 정부가) 보복을 내비치는 배경에는 견제를 강화해 한국쪽 매각을 만류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일 모두 정면 충돌은 위험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문제는 해법이 마땅하지 않다는 점이다. 일본 정부는 강제동원 피해자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으로 모두 해결됐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 정부는 대법원 판결을 존중하고 피해자 중심주의관점에서 이 문제를 풀겠다는 원칙을 되풀이하고 있지만, 구체적 해법 마련은 쉽지 않다. 외교부는 사법 판단을 존중하고 실질적인 피해자의 권리 실현이 되고 그 다음에 양국 관계가 다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그런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해 나가는 열린 입장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 김소연 기자 >

[사설] -, 전범기업 자산 매각 대화 해결나서야

대법관들이 201810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법정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판결을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김명수 대법원장)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원씩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1일 강제징용 일본 전범기업의 한국 자산 매각 가능성에 대비해 모든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구체적인 대응책은 언급하지 않았지만, 일본 언론들은 한국 제품 관세 인상, 송금 중단, 비자 발급 요건 엄격화 등을 예상하고 있다. 스가 장관의 발언은 전범기업인 일본제철(전 신일철주금)의 한국 내 자산에 대한 우리 법원의 압류명령 효력이 4일부터 발생하는 것을 앞두고 나왔다. 일본 정부가 이런 식의 대응 카드를 꺼낸다면 한-일 관계는 더욱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예견된 파국을 막기 위해 두 나라 정부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

일본 전범기업 자산 현금화는 한-일 관계의 시한폭탄으로 꼽혀왔다. 지난해 징용피해자 변호인단이 일본제철 등의 자산 매각을 신청할 때부터 일본 정부 고위직 인사들은 비자 발급 제한이나 무역 제재와 같은 보복 조처를 언급해왔다. 지난달 모테기 도시미쓰 일본 외상은 현금화가 되면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8월엔 한-일 관계에 변수가 될 사안이 여러 건 예정돼 있다. 14일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 15일 광복절, 일본 정부가 주장하는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연장 기한 등이 있다. -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게 매우 중요한 민감한 시기에 스가 장관이 대화를 통한 해결 의지를 내보이지 않고 신중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은 유감스럽다.

-일 외교당국은 징용피해자 배상을 위한 현금화 문제를 대화로 해결하자는 데는 뜻을 모았지만, 뚜렷한 진전은 보지 못하고 있다. 두 나라의 기본 인식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아베 정부는 한-일 관계 갈등을 일부러 키워 일본 보수층의 지지를 확보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문제 해결을 위해선 한국 대법원 판결과 두 나라 여론을 존중하면서 양국이 상호 수용 가능한 외교적 해법을 찾아야 한다.

한국 법원이 내린 일본제철 국내 자산 4억원에 대한 압류명령 효력은 40시에 발생한다. 일본 외무성과 일본제철이 한국 법원의 소송 진행에 협조하지 않고 있어 압류명령 대상인 주식을 매각해 현금화하는 데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아직 외교의 시간은 남아 있다. 두 나라 정부는 감정을 자제하고 다양한 외교채널을 활용해 차분하게 해법을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