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준 달러 마구 찍어낸 뒤 달러화 약세로 금값 최고치

코로나 불확실성에 국제 금값·신흥국 주가·비트코인도 들썩

 


넘치는 달러 유동성이 금, 주식 등 전세계 자산가격을 무차별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2일 블룸버그 자료를 보면, 유로 등 주요 6개 통화와 견줘 미국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화지수는 93.32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공포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 319(103.6)보다 약 10% 하락했다. 지난달 30일에는 92.94까지 내려가 20185월 이후 22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막대한 달러를 찍어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이 돈을 풀기 위해 사들인 자산은 6월 중순 71700억달러로 지난해말보다 3조달러 넘게 증가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2011년까지 늘어난 연준 자산 2200억달러보다 많다. 최근 미국의 통화량(M2·광의 통화) 증가율은 전년 대비 24%로 역대 최고다. 유럽연합(EU)7500억 유로의 경제회복기금 마련에 합의한 지난달 20일 이후 유로의 강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점도 달러 약세를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달러의 약세 반전은 세계 금융시장에서 돈의 흐름을 바꾸고 있다.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통화국의 투자자는 달러로 표시되는 원자재를 더 싸게 살 수 있어 수요가 늘어난다. 특히 달러의 대체재 속성이 강한 금값은 연일 사상 최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지난달 3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금 8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1.05%(20.5) 오른 1962.8달러로 마감했다. 12월 인도분 금은 장중에 사상 첫 2000달러를 돌파하기도 했다.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도 금 현물 1당 가격은 78490원으로 연초 대비 38% 상승했다. 국제 은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팔라 3월 저점에서 2배 넘게 올랐다.

투자자금이 몰려들고 있는 신흥국 증시의 주가지수도 3월과 견줘 30% 이상 올랐다. 3191500선이 무너졌던 코스피는 지난달 312249.37에 마감했다. 지난달 초 코인당 1080만원선에서 움직이던 비트코인 가격이 이달 11400만원대에 육박하는 등 암호화폐 자산도 일제히 랠리에 합류했다.

안전자산인 금과 위험자산인 주식의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1990년대 말 정보기술(IT) 거품과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금 값은 급등한 반면 주가는 폭락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기회복 불확실성, 인플레이션에 따른 실질금리(명목금리-물가상승률) 하락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 돈이 실물투자나 소비로 이어지는 대신 자산시장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미국 증권사 찰스스왑은 미국은 지금도 코로나 확진자가 늘고 있어 경기회복이 더딜 것으로 전망되는데다 인플레 기대는 높아지고 있어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게 자산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화폐성 자산인 금 가격 급등 현상이 기축통화인 달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이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부채와 연준 자산의 유례없는 증가로 기축통화로서 달러화에 대한 의구심이 커진 반면, 최후의 화폐로서 금의 매력은 부각됐다고 짚었다. 다만 달러 패권이 이른 시일내 저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디지털경제로 대변되는 새로운 사이클을 여전히 미국이 주도하고 있어 달러가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광덕 기자 >

주가상승 20위권바이오 관련 싹쓸이시세차익 먹튀

부회장 지분 싹 끌어 팔았네요.”

지난달 22일 부광약품 투자자 사이에 정창수 부회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코로나19 수혜주로 올초 14천원이던 주식이 39천원까지 치솟자 정 부회장이 개인주식 257만여주(1009억원)를 팔아치운 것이다. 갑작스런 대주주의 대규모 매도 소식에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또다른 바이오기업 신일제약도 지난달 20~23일 총수일가가 100억원대 주식을 팔았다. 매도 직전 6(거래일 기준)간 주가가 141%나 급등한 상태였다. 이들의 매도 직후 5일간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최근 바이오주 이상과열 현상이 빚은 웃지 못할 사건이다.

2일 한국거래소 주식종목 등락률을 보면, 최근 6개월간 주식시장 상승률 상위 20위권에 제약·의료기기 등 바이오 관련기업 18곳이 올라있다. 상승률 1위인 신풍제약 우선주는 1월말 6750원이던 주가가 코로나19 국면을 거치며 22.7배나 치솟았다. 금융정보 제공업체 에프앤(Fn)가이드가 집계한 이 회사의 주식값 대비 순수익비율(PER·피이아르)이 무려 3556배에 이른다. 이 수치가 지나치게 높으면 회사 실력에 견줘 주가가 과도하게 평가됐다고 보는데, 삼성전자의 현재 피이아르(18)200배에 육박한다. 이렇게 주가 상승률 상위 20위 안에 든 바이오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지난 6개월 평균 5~6배 뛰었다.

시장에선 바이오제약의 무더기 이상급등 현상에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바이오 열풍에 기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는 기업에 묻지마 투자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 분위기에 편승해 투자자를 유인하는 업체의 일단 띄우기식 홍보태도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에 대해 임상 2상을 성공한다는 전제 하에 곧 환자 투여 고려”(부광약품), “(임상 1상 단계에서) 내년 상반기 허가가 떨어졌을 때 신속한 투여를 위해 우선 상업생산에 돌입한다”(셀트리온) 등 보도자료나 시이오(CEO) 간담회를 빌린 주장이 바이오업계 거품을 키운다는 것이다.

바이오 관련 소송을 주로 다뤄온 엄태섭 변호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바이오 주가 띄우기로 대주주나 기관이 혜택을 주로 챙기고, 하락장에 피해는 투자자들이 보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새 백신 개발은 확률이 극히 낮은데다, 극소수 성공 기업을 빼고는 순식간에 거품이 빠지는 부분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홍석재 기자 >

"인플레이션 전망에 금값 더 오를 수도대비 필요"

현대경제연구원은 미래 화폐가치가 하락할 것에 대비하는 '인플레이션 헤지(회피)' 수요 때문에 앞으로 금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며 대비가 필요하다고 2일 지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금 온스당 2천달러 진입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금 가격 상승은 과거 금값 상승기에 나타난 세계 실물경제 지표 악화, 달러화 약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완화적 통화정책 등과 그 배경이 유사하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그러나 "자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을 회피하려는 수요 등도 최근 금 가격 상승의 원인으로 작용했기에 금값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인플레이션 헤지는 앞으로 화폐가치가 떨어질 것에 대비해 자금 일부를 화폐와 비슷한 가치가 있는 자산으로 바꿔놓는 것을 의미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실수요 증가에 따른 물가 상승과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자산 인플레이션 현상을 구분해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요구된다""경기 회복 시점을 진단하고 효과적으로 유동성을 흡수하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실물경제가 악화한 상황에서 금융·자산시장은 활황을 보이는 비동조화 현상이 가져올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원은 "금융시장은 상승하는데 실제 실물 경제가 뒷받침해 주지 못하면 후에 자산가치 급락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이로 인한 또 다른 경제 위기가 오거나 경기 회복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에 면밀하게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팬데믹에 희비애플, 아람코 제치고 시가총액 세계 1

미국의 정보통신(IT) 기업 애플이 세계에서 가장 가치가 큰 기업의 위상을 탈환했다.

1일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애플의 주가는 전날 10.47% 급등하며 장을 마쳐 시가총액 18400억 달러(2191조원)를 기록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 주식의 같은 날 종가 기준 총액은 17600억 달러(296조원)를 기록했다. 이로써 아람코는 작년 12월 기업공개와 함께 차지한 시가총액 최고 기업의 자리를 약 8개월 만에 애플에 내줬다.

블룸버그 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IT 대기업들이 시장입지를 강화했다는 점을 배경으로 주목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비대면 접촉이 강조되면서 IT기업들은 수요가 늘어 실적이 좋아졌다.

애플은 올해 2분기(46) 매출액이 597억 달러(71조원)로 작년 동기보다 11% 증가했다고 지난 30일 밝혔다.

반면 아람코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활동 마비로 생산에 사용되는 석유의 수요가 급감하면서 영업에 타격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