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단체 사이트서 성차별적 공세

미 민주당·여성단체 여혐과의 전쟁선포

 

미국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왼쪽)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알렉시스 듀폰 고등학교에서 전날 자신과 함께 대선에 나갈 부통령 후보로 선택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과 함께 첫 기자회견에 나섰다. 워싱턴/AP 연합뉴스

   

해리스(55)는 확실히 개인적 매력만으로 뽑힌 게 아니다. 30여년 전, 그는 훗날 샌프란시스코 시장이 된 윌리 브라운(85)이랑 사귀었다.”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13일 미국 대선에 나설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11(현지시각) 저녁, 미국의 보수 케이블채널 <폭스 뉴스>의 유명 앵커 터커 칼슨은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에서 이렇게 논평했다. 황금시간대인 저녁 8시 방송에서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를 향해 출세를 위해서라면 물불 가리지 않는, 믿지 못할 여자라는 성차별적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낸 것이다.

해리스가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도전에 나서면서 극우·보수 온라인 사이트는 물론 방송에서도 노골적인 여성혐오’(여혐) 공격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쟁자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을 향한 트럼프의 지속적인 네거티브 공세가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성’, 그 가운데서도 흑인 여성이라는 공격하기 좋은 소재를 지닌 해리스를 향한 혐오 공격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지지층을 비롯한 극우·보수 세력의 여혐 공세는 지난 3, 바이든이 여성을 러닝메이트로 삼겠다고 공언한 이후부터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들의 온라인 사이트에선 부통령 후보로 이름이 거론되는 인물들을 성적으로 희롱하는 각종 게시물이 올라왔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일한 수전 라이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이름을 갖고 장난친 게 대표적이다. 즉석밥 브랜드 엉클 벤의 밥(rice)’엉클 바마의 추잡한 밥이라고 바꾼 뒤 언제 먹어도 체제 전복적인 맛이라고 한 줄을 덧붙인 게시물이 대표적이다. 해리스를 향해선, 윌리 브라운과의 연애사를 들추며 해리스를 꽃뱀취급하거나 극단주의자를 넘어 비밀 공산주의자라고 중상모략하는 게시물이 줄을 이었다. 사실, 비밀 공산주의자라는 증거는 쿠바 여행을 다녀왔다는 게 전부다.

민주당과 여성계는 이번 대선에서 이런 여혐 공세가 발 딛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총력전을 벼르고 있다.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이 트럼프에게 패배한 악몽을 되풀이할 수 없다”(여성인권단체 울트라바이올렛의 쇼나 토머스)는 게 이유다. 2016년 당시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이 클린턴을 향해 노골적으로 성차별적 공세를 펼쳤는데, 적극 대응하기보단 무시전략으로 대응한 게 패착이었다고 본 것이다. 당시 대선에서 트럼프는 밑도 끝도 없이 클린턴 후보의 외모를 두고 대통령에 적합하지 않다고 공격했다. 그의 선거 유세장 가판대에서 힐러리의 신체적 특징을 비하해 케이에프시(KFC) 힐러리 스페셜: 지나치게 뚱뚱한 허벅지(2 Fat thighs), 너무 작은 가슴(2 small Breasts)’ 식으로 이름을 붙인 치킨 메뉴를 팔기도 했을 정도다. 바이든 캠프의 제니퍼 오맬리 딜런 선대본부장은 부통령 지명 발표를 앞두고 선대위 전 직원에게 누가 후보가 되든 추악한 성차별적 공격이 이뤄질 것이라며 선대위 전원에게 여성 부통령 후보에 대한 총력 방어를 지시했다. 공개적으로, 때론 여혐이 맞나 긴가민가 싶은 방식으로 은밀히 이뤄지는 공격 하나하나에 눈을 부릅뜨고 대응하자는 취지다.

여성단체들도 뒤에 우리가 있다며 팔을 걷고 나섰다. 울트라바이올렛과 유색인종 여성의 권익 신장 단체 쉬 더 피플’, 전미임신중절권리연맹(NARAL) 등 여성단체들은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 발표 하루 전인 10일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부통령 후보에 대한 혐오와 거짓이 번지는 것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황실을 꾸려 온라인상에 떠도는 각종 성차별적 이미지들을 판별해 레딧이나 페이스북등에 삭제를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 이정애 기자 >

바이든-해리스 첫 공동출격미국은 리더십을 간절히 바란다

바이든, 이민 2세 해리스에 그의 스토리가 미국의 스토리

오바마-클린턴 부부, 샌더스 등 다음주 전당대회 스타 총출동

미국 민주당의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일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고교 체육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전날 부통령 후보로 선택된 뒤 이날 처음으로 조 바이든 대통령 후보와 공동으로 공개석상에 나섰다. 윌밍턴/AP 연합뉴스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과 러닝메이트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이 12(현지시각) 처음으로 공동출격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포문을 열었다. 전날 바이든의 발표로 대통령-부통령 후보로 짝을 이룬 두 사람은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과 인종주의적 태도를 비판하며 113일 대선에서 미국을 위기에서 구하겠다고 다짐했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이날 오후 바이든이 거주하는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고교 실내체육관에 마련된 기자회견장에 마스크를 쓰고 함께 등장했다. 해리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팬데믹을 잘못 다뤄서 우리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로 떨어뜨렸다우리는 인종주의와 체계적 불평등에 대한 도덕적 심판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그는 트럼프의 코로나19 대응 실패로 큰 인명 피해와 실업 사태를 낸 점을 언급하면서 트럼프와 마이크 펜스(부통령)에 관한 사건은 단순명쾌하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미국은 리더십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그러나 우리는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보다 자신에 더 신경쓰는 대통령을 갖고 있다고 트럼프를 비판했다. 우리는 11월에 승리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지난 몇년이 우리를 대표하는 게 아니었다는 걸 입증할 (선거를 통한) 권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해리스에 앞서 연단에 선 바이든은 꼭 3년 전 버지니아주 샬러츠빌에서 일어난 유혈사태를 언급하며 신나치주의자와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횃불을 들고 현장에 나온 것을 기억하라고 했다. 당시 백인우월주의자들을 두둔하는 태도를 보인 트럼프를 비판한 것이다.

바이든은 또 해리스가 최초의 비백인 여성 부통령 후보로서 갖는 역사적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해리스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와 인도 출신 어머니를 둔 이민 2세인 점을 언급하면서 그녀의 스토리가 미국의 스토리라고 말했다. 오늘 아침, 우리 사회에서 너무도 자주 무시당한다고 느꼈을 흑인과 갈색 인종 소녀들이 깨어났고, 처음으로 그들은 스스로를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이날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바이든-해리스의 첫 연설을 봤느냐는 질문에 안 봤다. 바이든이 말하는 것 조금, 해리스가 말하는 것 조금만 봤고 그걸로 충분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해리스가 지난해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바이든을 공격했던 점을 가리키며 바이든에게 해리스보다 더 모욕적인 사람이 없었다고 전날의 비난을 이어갔다.

하지만 트럼프 쪽은 바이든-해리스 팀에 대한 공격 포인트를 못 찾아 애먹는 모습이다. 트럼프 캠프는 해리스에 급진 좌파딱지를 붙이려고 하지만, 보수 매체인 <폭스뉴스>의 앵커 크리스 월리스는 공화당이 무슨 말을 하려한들, 해리스는 왼쪽으로 많이 가 있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달 말 해리스를 괜찮은 선택지라고 말했던 트럼프가, 그가 부통령 후보로 결정된 직후 의회에서 가장 비열한 사람이라고 태도를 바꾼 것도 조롱받고 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기 위해 오는 17~20일 열리는 전당대회에는 민주당의 스타들이 찬조연설자로 총출동할 예정이다. 첫날 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앤드류 쿠오모 뉴욕주지사를 시작으로, 둘쨋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셋째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등이 나선다. 바이든은 마지막 날 밤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이들 연설은 모두 코로나19로 인해 화상으로 진행된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

유리천장 깨며 다져온 전투력해리스, 트럼프도 몰아붙일까

상류층 엘리트 출신·중도 성향에 진보 지지층선 개혁성 의심도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오는 113일 미국 대선에 함께 나설 부통령 후보로 지명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 사진은 지난 1월 민주당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 당시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유세를 하고 있는 모습. 오클랜드/UPI 연합뉴스

보통 사람을 위하는 겁 없는 투사이며, 이 나라 최고의 공직자 중 한 사람.”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11일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며 밝힌 이유다. ‘흑인’(자메이카)아시안’(인도)의 혈통을 물려받은 여성이란 점 외에, 지난해 민주당 대선 경선 당시 면전에서 바이든의 인종통합 교육을 위한 버스 통학 제도 반대 전력을 똑 부러지게 비판하던 투사같은 모습을 강조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맞서 전투력을 보여달라는 주문이 담겨 있는 말이다.

해리스는 1964년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 도널드 해리스와 인도 출신 어머니 시아말라 고팔란 해리스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스탠퍼드대 경제학과 교수, 어머니는 유방암 전문 과학자였다. 흑인과 아시안의 혈통을 동시에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 이후 미국을 넘어 전세계로 번진 인종차별 해소 요구에 부응할 적임자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전형적 상류층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출신 배경과 민주당 경선 기간 내내 표방했던 정책적 중도 노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등을 밀었던 민주당 내 진보 지지층은 그의 부통령 지목을 아쉬워할 수 있다.

해리스는 흑인 명문대인 하워드대와 헤이스팅스 로스쿨을 졸업한 뒤, 샌프란시스코 검사를 거쳐 미국에서 가장 규모가 큰 캘리포니아주의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냈다. 검사·법무장관 재직 시절, 경찰 총격 사건들을 충분히 조사하지 않았고 잘못된 유죄 판결 사건에서 검찰 편을 들었던 전력 때문에 그간 해리스의 개혁성을 의심하는 이들이 꽤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다만 트럼프를 꺾는 게 지상 최우선 과제가 돼버린 이번 대선에서 유리천장을 깨며 정치적 이력을 다져온 해리스의 쌈닭 기질이 장점으로 부각되는 분위기다.

물론 장점으로 꼽히는 이 전투력은 양날의 칼이 되기도 했다. 바이든의 장남이자 델라웨어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을 지낸 보 바이든(2015년 암으로 사망)과 가깝게 지내며 바이든과도 오랜 기간 알고 지낸 사이인데도 바이든을 면전에서 몰아붙인 경선 토론회가 그 예로 꼽힌다. 바이든의 아내 질 바이든 역시 복부를 얻어맞은 것 같았다고 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바이든 선거캠프 쪽에선 젊고 의욕적인 해리스가 차기 대선을 노리고 자기 정치를 할 것이라며,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반대하기도 했다고 한다. 해리스의 부통령 지명 소식에 트럼프가 바이든에게 (해리스가) 매우 매우 못되게 했다. ‘포카혼타스’(워런에게 트럼프가 붙인 별명)보다 더 못되게 굴었다며 비아냥 섞인 반응을 내놓은 것도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트럼프가 2011년과 2013년 해리스에게 6천달러를 후원했다는 점이다.

한편, 해리스가 11월 대선에서 승리해 부통령이 되면 그의 남편은 미국 최초의 세컨드 젠틀맨이 된다. 그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55)는 엔터테인먼트·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로, 두 사람은 2013년 절친한 친구의 소개로 만나 2014년 결혼했다. 엠호프는 해리스의 선거유세 등에 동참하는 등 적극적인 외조로도 유명하다. 그는 이날 질 바이든이 준비됐냐며 날린 트위트에 준비됐다. 가자고 화답하기도 했다. < 이정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