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80 우편투표 논란 증폭연방우체국, 46개 주 송부 지연될 수도

유권자 76% 대선 때 우편투표 가능트럼프 재앙주장, 예산지원도 반대

 


대선(113)80일 앞둔 미국에서 우편투표가 연일 논쟁꺼리가 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우편투표는 선거 사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하는 가운데, 미 연방우체국(USPS)이 대선 때 우편투표 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하면서 혼란이 커지고 있다.

연방우체국, “투표용지 제때 도착 못 할 수 있어

트럼프는 15일 뉴저지주 베드민스터에 있는 자신 소유 골프장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또 우편투표를 비판했다. 그는 보편적 우편투표는 재앙이 될 것이다. 미국을 전세계의 웃음거리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편투표의 가장 큰 문제는 (개표 지연으로) 선거가 언제 끝잘지 모른다는 것이라며 그걸 정확하게 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는 지난달 우편투표의 조작 가능성과 개표 지연 등을 문제 삼으며 대선 연기까지 언급했다가 거둬들인 바 있다.

연방우체국은 실제로 대선 때 업무 폭증으로 우편투표 송부가 늦어질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연방우체국은 최근 50개 주 가운데 46개 주와 워싱턴디씨(이하 워싱턴)에 최근 서한을 보내, 유권자들의 우편투표 용지가 개표 시점에 맞춰 도착한다고 보장할 수 없다고 알렸다고 <워싱턴 포스트>14일 보도했다. 대선 때 투표용지 발송과 기표가 된 용지 송부 등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으니, 각 주들이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하도록 신경쓰라는 취지다. 우편투표가 유효하려면 선거 당일까지 당국에 도착해야 한다. 도착 지연은 곧 소중한 선거권을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된다. 2016년 대선 때 우편투표의 0.25%가 늦게 도착해 집계에 포함되지 못했다. 하지만 우편투표가 조작될 수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미 선거관리위원회는 밝혔다.

우편투표 사상 최고치 예상

투표 용지가 제때 도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경고는, 연방우체국이 가뜩이나 열악한 재정에 시달리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인해 올해는 각 주들이 우편투표를 더 용이하게 만들어, 업무량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 타임스>는 최근, 이번 대선에서 우편투표를 할 수 있는 미국인의 비율이 미 선거 역사상 최고치인 76%라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 등 9개 주와 워싱턴 유권자들에게는 선거일 전에 우편투표 용지가 보내진다. 플로리다 등 33개 주는 유권자들이 코로나19를 사유로 부재자 투표를 요청할 수 있거나, 특별한 사유 없이도 부재자 투표를 할 수 있게 했다. 이들 42개 주와 워싱턴 유권자는 약 15800만명이다. 텍사스 등 나머지 8개 주는 부재자 투표를 하려면 코로나19 외에 특별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 신청한 사람에게만 투표용지를 보내면 부재자 투표, 따로 신청하지 않아도 등록 유권자 모두에게 투표용지를 보내면 보편적 우편투표로 불린다. 그러나 우편으로 송부된다는 점에서 부재자 투표나 보편적 우편투표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트럼프와 부인 멜라니아도 이번 대선을 위해 주소지인 플로리다주에 부재자 우편투표를 신청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보도했다.

트럼프 우편투표는 민주당 유리우체국 예산 지원 안 돼

트럼프는 보편적 우편투표가 민주당에 유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왔다. 우편투표 확대로 투표율이 높아지면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게 트럼프의 인식이다. 트럼프는 지난 13일에는 <폭스 비즈니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편투표를 방해하기 위해 연방우체국 추가 예산 지원을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민주당이 코로나19 경기부양안에 연방우체국에 250억 달러 지원과 각 주·시에 36억 달러 지원을 포함시켰는데, 트럼프는 민주당은 수많은 표를 자신들이 몽땅 가져가기 위해 우체국이 일하게 하려면 그 돈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그들이 그 두 가지 예산을 못 가져가면 그건 보편적 우편투표가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의 이런 태도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14일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투표하지 못하도록 노골적으로 막으려고 하는 대통령은 현대 정치역사에서 유일무이하다고 정면으로 비판했다.

트럼프맨연방 우체국장도 논란 부추겨

트럼프 충성파로 불리는 루이 드조이 연방우체국장의 행동도 논란이 되고 있다. 드조이 국장은 지난 6월 취임 뒤 규정을 바꿔 초과근무를 없애 일부 우편물 배송 지연을 불렀다. 일부러 트럼프의 우편투표 반대 방침에 협조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는 대목이다. 물류업체인 뉴브리드로지스틱스 최고경영자(CEO) 출신인 드조이는 트럼프 취임 이후 공화당에 2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했다. 지난주 미국 일부 지역 우체국들에서 우편물 분류 기계가 제거되고 주거지역의 우체통들이 사라졌다는 언론 보도까지 나와, 드조이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거세졌다. 연방우체국 감사관은 드조이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트럼프는 15일 기자회견에서 드조이에 관한 질문에 그는 환상적인 사람이다. 그는 우체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어 한다고 두둔했다.

민주당은 연방우체국 지원 문제 등을 다루기 위해, 다음달 중순까지 예정된 의회 휴회를 앞당겨 끝내자고 공화당에 요구하고 있다. <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