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

왕궁 근처 도로에 국민의 명판설치

국왕은 유럽 외유레드불 손자기소

 

타이의 반정부 시위대가 20일 수도 방콕의 왕궁 인근 도로에 새로 설치한 국민주권 선언 명판. 로이터 연합뉴스

 

두달째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는 타이(태국)의 대학생과 시민들이 20일 수도 방콕 왕궁 인근에 주권은 왕실이 아닌 국민에 있음을 선언하는 명판을 설치했다.

전날 시위를 시작해 왕궁 옆 민주화 성지인 사남루앙 광장에서 밤을 지새운 수만명의 시위대는 20일 광장 옆 도로에 국민의 명판을 설치했다. 명판에는 국민은, 이 나라가 왕실이 아닌 국민의 것임을 선언한다고 적혀 있다.

명판이 설치된 곳은 1932년 절대왕정에서 입헌군주제로 이행한 시암 혁명을 기리는 민주화 혁명 기념판이 있던 곳이다. 원래 기념판은 2017년 마하 와치랄롱꼰 현 국왕이 취임한 직후 아무런 설명 없이 사라졌고, 대신에 국가, 종교, 에 대한 충성을 상기시키는 명판으로 대체됐다.

이번 시위에는 수만명(주최 쪽 추산 10만명, 경찰 2만명)이 참가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 시위다. 경찰이 이날 명판 설치와 시위를 막지 않아 폭력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시위를 주도한 청년학생과 시민들은 새로운 명판 설치와 함께 봉건주의 타파, 국민 만세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위대는 군부 쿠데타로 민선 정부를 무너뜨리고 집권한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의 사임, 신헌법 제정과 선거 실시, 왕실 개혁 등을 촉구했다. 시위대는 타이 국민들에게 개혁을 위한 총파업을 촉구하면서 왕실과 연계된 에스시비은행에서 돈을 인출하고 계좌를 불태우자고 제안했다.

문란한 사생활과 각종 기행으로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는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은 현재 유럽에서 장기간 외유 중이다. 소셜미디어에는 코로나19로 경제가 붕괴되고 있는데, 타이에서 최고 부자인 국왕은 외유를 즐기고 있다는 비난이 넘치고 있다.

한편 타이 검찰은 코로나19 확산과 함께 반정부 시위의 도화선이 된 레드불 창업 3세 음주 뺑소니 사건 불기소방침을 철회했다.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은 이날, 검찰이 18일 성명을 내어 워라윳 유위타야에 대해 부주의한 운전에 의한 과실치사 혐의 및 새로운 코카인 복용 혐의와 관련해 기소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 정의길 기자 >



태국서 대규모 반정부 집회 … 금기 깨고 "군주제 개혁"

경찰 추산 최소 5천명 참여, 외신은 "수만 명 운집" 보도

 

태국 학생운동 세력과 반정부 단체들이 19일 수도 방콕에서 2014년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의 반정부 집회를 열었다.

일부 집회 참석자들은 왕실 문제 언급이라는 금기를 깨고 군주제 개혁을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19일 일간 방콕 포스트 등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학생단체인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은 이날 오후 2시 방콕 시내 탐마삿 대학의 타쁘라찬 캠퍼스에서 반정부 집회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최 측은 최다 10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고, 경찰도 집회 참석자가 5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날 비가 내리는데도 오전부터 학생 수백명이 탐마삿 대학으로 몰리자 애초 집회를 불허했던 대학 측은 승강이 끝에 걸어 잠갔던 정문을 개방했다.

이어 참석자가 꾸준히 늘어 경찰 추산 최소 5천명으로 불었고, 블룸버그 통신은 수만 명이 운집했다고 보도했다.

인근에 있는 왕궁 맞은편 사남 루엉 광장으로도 대규모 인파가 몰렸다.

쁘라윳 짠오차 총리가 2014년 일으킨 쿠데타 이후 최대 규모다.

919일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가 2006년 쿠데타로 축출된 날이기도 하다.

태국 반정부 집회서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태국의 반정부 집회는 지난해 3월 총선 과정에서 젊은 층의 광범위한 지지를 많은 퓨처포워드당(FFP)이 올해 2월 강제 해산되면서 촉발했고, 현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7월부터 다시 불붙었다.

주최 측은 애초 군부 제정 헌법 개정, 의회 해산 및 총리 퇴진과 새로운 총선 실시, 반정부 인사 탄압 금지 등을 촉구하면서 세를 불려 나갔다.

군부정권이 2017년 개정한 헌법은 정부가 상원의원 250명을 지명하고, 총리 선출 과정에 국민이 뽑은 하원의원과 동등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 군부의 장기집권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태국에서 금기시되던 군주제 개혁 문제가 등장하기 시작했고, 점차 반정부 집회의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왕실 모독죄 철폐와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왕실 예산 편성, 왕실의 정치적 견해 표현 금지 등의 요구가 쏟아지고 있다.

'탐마삿과 시위 연합전선'을 이끄는 빠누사야 시니찌라와타나꾼은 "우리가 왜 쁘라윳 정권을 축출하고 군주제를 개혁할 필요가 있는지 국민에게 알리고 소통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군주제 개혁 이슈는 코로나19 팬더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경기침체로 올해 태국의 국내총생산(GDP)8%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도 왕실 예산은 16%나 인상한 898천만바트(3356억원)로 편성돼 더 확산하는 추세다.

특히 왕실이 보유한 38대의 여객기 및 헬기 유지 비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는 형국이다.

이날 집회 참석자들은 "봉건제 타도, 국민 만세"를 연호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게 돌아가자 쁘라윳 총리는 반정부 집회는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허용하겠지만, 군주제 개혁 요구는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집회 주최 측은 밤새 반정부 집회를 이어간 뒤 20일 거리 행진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최 측은 애초 20일 오전 총리실로 행진하겠다고 밝혔다가 구체적인 행진 방향은 당일 밝히겠다고 입장을 변경했다.

현지 경찰은 집회 현장 주변에 경력 1만명을 배치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