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수' 끝에 위헌 결정2022930일까지 효력유지

 

18세를 넘은 복수국적자가 병역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을 때 한국 국적을 포기하고 외국 국적을 선택하지 못하도록 한 국적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8일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의무와 국적이탈 신고제한 사유 등을 정한 국적법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7(위헌)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헌법불합치는 위헌 법령을 개정할 수 있도록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국적법 122, 141항 등은 18세가 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는 그해 13월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포기 신고도 이 기간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하려면 병역의무를 이행하거나 병역의무가 해소되는 만 36세가 돼야 한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혜택만 누리다가 군 복무 시기가 임박해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처다.

이 법 조항은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2022930일까지 개선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다음 날부터 효력을 잃게 된다.

미국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출생한 복수국적자 A씨는 만 18세 이상의 국적이탈을 제한하는 국적법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복수국적자가 외국에서 주로 생활하는 경우 등 법이 정하는 기간에 국적이탈 신고를 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사유가 있다""국적선택 기간이 지났을 때 발생하는 제한 등에 대해 개별통지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적선택 기간이 지나도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안을 마련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선애·이미선 재판관은 소수의견으로 "복수국적자의 국적이탈의 자유가 완전히 박탈되는 것은 아니고 부분적 제한만 받을 뿐"이라며 "과거 헌재가 내린 합헌 판단을 변경해야 할 정도의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조항은 이전에도 수차례 헌법소원 심판이 제기됐지만, 헌재는 20061130, 201511262차례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국적이탈 신고서에 출생신고를 전제로 한 가족관계등록부를 첨부하도록 한 국적법 122항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복수국적자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합헌 결정이 내려졌다.

 

해외 한인2'경계인' 오명 벗나국적법 2022년까지 개정

선천적 복수국적자들 취업제한 고통"병역기피 악용 막아야"

 

18세를 넘은 복수국적자가 쉽게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도록 한 국적법 조항에 헌법재판소가 위헌 판정을 내린 것은 해외에 거주하는 선천적 복수국적자의 기본권 침해에 주목한 결과다.

다만 여전히 병역기피 수단으로 복수국적이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국적이탈 제한의 예외기준을 촘촘하게 제시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주 대상유승준 사례와 달라

헌재는 8일 복수국적자의 국적선택 의무와 국적이탈 신고제한 사유 등을 정한 국적법 조항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는 헌법소원 심판에서 7(위헌) 2(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국적법 122, 141항 등은 18세가 돼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는 그해 13월 내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적 포기 신고도 이 기간에 해야 한다. 이 기간이 지나 병역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한민국 국적을 포기할 수 없다.

위헌 결정이 난 조항은 만 18세 이전에 복수국적자가 된 경우가 대상이다. 가수 유승준 씨처럼 만 18세 이후에 시민권을 취득하고 한국 국적을 포기한 경우는 대상이 아니다.

"한국법 몰라 국적포기 신고 못 해 취업 불이익"

복수국적자의 국적포기 제한조항을 둔 것은 대한민국 국민으로 혜택만 누리다가 군 복무 시기가 임박해 국적을 포기하는 사례를 막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부모 중 1명은 한국인, 다른 1명은 외국인인 한인 2세들에 이중국적은 취업제한 등 뜻밖의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현행 국적법상 미국 등 속지주의를 채택한 국가에서 태어났더라도 부모 중 1명이 한국인이면 외국과 한국 국적을 동시에 보유한 '선천적 복수국적자'가 된다.

이들이 만 18세가 돼 정해진 기간에 국적 포기를 하지 않으면 병역의무가 면제되는 만 36세까지 어쩔 수 없이 복수국적자로 살아야 한다.

특히 해외에 거주해 한국 국적법을 잘 알지 못하는 한인 2세들은 국적포기 기간을 놓쳐 의도치 않게 장기간 복수국적자가 되는 경우가 상당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외국의 공직 진출이나 군 복무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 "출생과 동시에 신고 없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복수국적자가 주된 생활 근거를 외국에 두고 경제활동을 해왔다면 국적이탈 관련 법과 제도를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부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병역기피 수단 악용 우려 여전예외기준 마련할 듯

하지만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복수국적자의 국적포기 제한이 완화되면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열린 헌재 공개변론에서 "한국인으로서 혜택을 누리다가 병역의무만 회피할 수 있다면 병역의무 평등 원칙에도 심각하게 위배된다"며 합헌을 주장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에 따라 정부는 2022930일까지 문제가 된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법 개정은 국적포기 제한을 일률적으로 없애는 것보다는 제한 기조는 살려두되, 선천적 복수국적자에 한해 국적포기의 길을 일부 열어주는 방향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헌재는 "병역준비역에 편입된 복수국적자에게 예외적으로 국적이탈을 허가하는 방안을 마련할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