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위원장 당 창건 75돌 열병식서 연설

전쟁억제력 계속 강화, 누굴 겨냥한 건 아냐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100시 김일성광장에서 시작된 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하기에 앞서 광장에 모인 시민들한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10일 노동당 창건 75돌 기념 열병식에 참석해 연설을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100시에 맞춰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진행된 열병식에서 사랑하는 남녘동포에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보건위기가 극복되고 굳건하게 손 맞잡기를 기원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해나가겠다"어떤 세력이든 우리 국가 안전을 다쳐놓는다면 가장 강한 공격적 힘, 선제적으로 총동원해 응징할 것"고 밝혔다. 다만 그 누구를 겨냥해 전쟁억제력을 키우는 것은 아니다. 우리 스스로를 지키자고 키우는 것뿐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올해 들어와 얼마나 많은 분이 혹독한 환경을 인내하며 분투해왔느냐"예상치 않게 맞닥뜨린 방역 전선과 자연재해 복구 전선에서 우리 인민군 장병이 발휘한 애국적 헌신은 감사의 눈물 없이 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 도중 울먹이는 듯한 표정으로 너무도 미안하고 영광의 밤에 그들(장병)과 함께 있지 못한 것이 마음 아프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회색 정장 차림에 회색 넥타이를 매고 주석단에 모습을 드러내 연설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당창건 기념일 계기 공개 연설은 20151010일 당창건 70돌 기념 열병식·군중시위 때 이후 5년 만이다.

김 위원장의 열병식 참석과 연설 장면은 <조선중앙텔레비전>이 이날 저녁 7시부터 녹화 중계 방식으로 전했다.

이날 0시에 맞춰 열병식이 시작되자 명예 기병 상징 종대와 53개 도보중대, 22개 기계화 종대등이 김일성 광장에 차례로 입장했다. 각 종대는 "김정은 결사옹위"를 외치며 도열했다.

앞서 합동참모본부(합참)"오늘(10) 새벽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대규모 장비·인원 동원하에 열병식을 실시한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낮 기자들한테 보낸 문자메시에서 ·미 정보 당국은 본행사일 가능성을 포함해 정밀 추적 중에 있다고 밝혔다. 이제훈 기자

 

, '삼중고'속 차분한 당창건 75주년..빛축제로 분위기 밝혀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인 10일 내부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이다.

그럼에도 대북제재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수해라는 '삼중고'로 침체된 분위기를 끌어올리기 위해 이색적인 행사 연출을 기획하며 반전을 꾀해 눈길을 끌었다.

우선 국제사회의 최대 관심사였던 열병식이 자정께 개최된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은 통상 낮에 열병식을 열고 신형 전략·전술 무기를 과시한 뒤 대규모 군중시위까지 벌이며 군사력과 대내 결집력을 부각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당일 새벽에 기습적으로 열병식을 열었으며, 대내외 매체에서 아직 개최 여부조차 공개하지 않고 있다.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불꽃 축제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을 기념하여 지난 6일 평양에서 불꽃 축제 '빛의 조화-2020'을 개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7일 보도했다.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은 동원한 것으로 관측되지만, 심야에 열린 탓에 정확한 파악이 어려운 상황이다.

대규모 경축 무도회나 체육 경기도 생략했다.

작년에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이 아님에도 당창건을 기념해 전국 각지에서 청년 무도회가 열렸고, 태권도와 빙상 등 다채로운 체육 경기가 개최됐던 것과 대조적이다.

상대적으로 줄어든 행사 탓인지 대외적으로 행사를 알리는 데도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전까지는 열병식 등 대형 행사를 열면 평양 주재 외국인을 초청해왔지만, 올해는 외무성이 평양 주재 대사관과 국제기구 사무실에 공문을 보내 당창건 75주년 행사장에 접근하지 말고 사진과 영상도 촬영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이처럼 북한의 '10월 명절'인 당창건 75주년 분위기가 가라앉은 것은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삼중고'로 최악의 경제난을 맞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어려움 속에서도 북한이 당창건일을 기한으로 내세웠던 최소한의 건설 목표라고 할 수 있는 평양종합병원과 삼지연 조성사업은 이날 끝내 완공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

홍수와 태풍 피해로 주택 같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을 원상 복구하는 것이 더 급선무다 보니 경제 목표는 모두 뒤로 밀린 모양새다.

이날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황해도와 개성의 수해 지역에 주택이 재건됐으며 당창건 75주년 전야인 9일 주민들이 새집에 입주했다고 보도했다.

이보다 앞서 평양 순안지구와 평안남도 평원군 원화리, 황해북도 금천군 강북리에서도 새집들이 행사가 열렸다.

하지만 정치적 의미가 큰 노동당 창건 75주년을 초라하게 보낼 수 없는 만큼 비록 규모는 작더라도 빛을 앞세운 이색적인 깜짝쇼 연출로 분위기 반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이례적으로 심야에 열병식을 열고 불꽃놀이와 함께 발광다이오드(LED) 드론이 동원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우스다코타주 '큰 바위 얼굴' 상공에서 불꽃놀이가 열리는 미국 독립기념일 행사나 평창 동계올림픽 드론 퍼포먼스처럼 밤이라는 시간대를 십분 활용해 종전에는 보지 못한 행사를 펼쳤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6일부터 조명축전 '빛의 조화-2020'를 진행하고, 코미디무대인 '웃음무대' 공연을 펼치고 12일부터 매스게임(집단체조)도 진행하는 등 명절 분위기 조성에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특히 조명 축전에서는 평양 제1백화점 건물 벽면에 '미디어 파사드'(외벽영상) 형태의 대형 영상을 투영하는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