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FTA, 중국이 RCEP 협상 주도? 틀렸다

 ‘중국 주도추정 -중 거대 FTA 대결판도 분석 오류

 청와대 · 정부 협상 타결 주도해온 쪽은 아세안과 한국

 

한국·중국·일본·아세안(10개국)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하 알셉)15일 협상 개시 8년만에 최종 타결된 가운데, “알셉은 중국이 주도한 협정이라는 일부 통상전문가와 언론매체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서 중국 주도라는 점을 내세우면서 -미 사이의 메가 FTA 대결로 향후 거대 무역협정 판도를 분석하지만, 청와대·정부는 알셉 협상을 이번 타결까지 주도해온 쪽은 중국이 아니라 한국과 아세안이라고 설명한다.

지난 8년간 진행된 알셉 협상과정에 시민사회 쪽 전문가로 직접 참여해온 남희섭 변리사(지식연구소 공방소장)16알셉이 중국 주도라는 기사가 제법 있던데 제가 알기로 중국이 협상을 주도한 적이 없다. 주도했다고 하려면 의제를 주도적으로 설정하거나 이견이 있을 때 조율할 역량이 되어야 하는데 중국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주도국이 없었다고 보거나 아세안이 주도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정부 통상당국자도 이번 알셉의 참여국간 수입관세 타결 내용은 아세안 10개국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관세 양허안이 기본이고, 이를 기초로 삼아 한···호주 등 비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관세 양허 스케줄과 폭에서 협상이 이뤄지는 과정을 밟았다, “아세안 국가들은 비아세안 국가들 사이의 개방 양허수준이 아세안에 적용하는 개방 수준보다 더 우대해줘서는 안된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다고 말했다. 아세안 그리고 한국이 주도했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도 보도자료에서 우리는 협상 마무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최근 협상 막바지 단계에서는 비아세안국가(···호주 등) 사이의 이해를 조정하는 역할을 장기간 수행하면서 원산지 등 주요 이슈를 합의하는데 적극 기여했고, 주요 아세안 국가들과 수시로 물밑 접촉을 하면서 협상이 난관에 봉착할 때마다 협상 진전을 독려했다고 밝혔다.

알셉 협상 판도를 중국이 주도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정황은 여러 측면에서 드러난다. 정부 당국자는 관세 양허(감축·철폐)의 경우 중국은 이번 협상과정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요구한 것보다 낮은 수준의 시장개방 자유화를 원했다, “--3국 사이의 개별 국가간 관세양허 수준도 협정 출발 때부터 너무 개방화 수준을 높이지 말고 80%대에서 일단 타결하자는 쪽으로 중국도 입장을 정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일본이 주도하는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1개국)에 다시 참여할 가능성이 높고 그럴 경우 미국이 주도하는 거대 CPTPP 무역협정에 맞서기 위해 중국이 이번 알셉 타결을 주도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사실 중국은 알셉 협정의 영향력을 좌우하는 시장개방 수준을 오히려 낮게 잡았다는 뜻이다.

지난해 알셉 협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번 타결·서명에서 일단 빠진 인도 쪽을 보더라도 중국의 알셉 주도는 설득력이 낮다. 협상 개시 이후 8년이나 지지부진한 상태를 이어온 것도 인도가 마치 “‘알셉 트럭뒤편에 매달린 20피트짜리 무거운 대형 컨테이너같은 존재였기 때문이다. 인도는 시장개방으로 중국산 값싼 공산품과 호주산 농산물이 자국 시장에 물밀듯 흘러들 것으로 우려하면서 타결을 계속 주저해왔다. 이렇듯, ‘중국 주도 알셉에 대한 우려가 큰 인도를 협정에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중국은 협상과정에서 뒤로 물러나 있는 형국이었다. 다른 알셉 참여국들도 중국이 앞장서지 말고 뒤편에서 소극적으로 임하기를 원한 것으로 알려진다.

알셉 지역블록이 무역·인구·총생산 규모에서 세계 최대인 건 맞지만, 사실 알셉의 시장 개방화 수준은 다른 거대 지역무역협정에 견줘 낮은 편이다. CPTPP는 서비스·노동·지식재산권·경쟁·투자정책을 포함하는 매우 포괄적인 범위를 다루는데 반해 알셉은 주로 협정 참여국의 점진적인 공산품 관세감축과 원산지 규정 통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개방 수준만 봐서는 실제 내용에서 그다지 야심찬 협정은 아닐 수 있다는 뜻이다. 중국은 알셉을 통해 자국 상품을 더 많이 수출하려는 목적보다는 21세기 육상·해상 실크로드 경제벨트로 불리는 일대일로를 아세안으로 확장하려 했다. 알셉은 관세 철폐·감축을 목표로 하는 무역협정인데, 중국은 관세보다는 일대일로에 목적을 두고 있던터라 알셉 협상·타결 과정에서 주도자 역할을 하지 않았고, 또 못했다는 뜻이다. 조계완 기자

        

‘세계최대 FTA’ … RCEP, 협상 개시 8년 만에 최종 타결

··일 등 15개국 참여문 대통령 알셉 협정최종 서명

-FTA’ 통해 국내 경제에 영향상호 이익균형 맞춰

 

한국 등 15개국, '세계최대 FTA' RCEP 협정 서명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 서명을 마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아세안 등 15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FTA)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이하 알셉)이 협상 개시 8년만에 최종 타결됐다. -FTA, -FTA가 새로 체결돼 공산품·농산물·서비스·투자 시장을 서로 개방하는 효과도 발생했다. 인도는 여전히 빠진 채 협정이 일단 출범·발효된다. 정부는 우리의 대일본 무역역조가 더 늘어나지 않도록 양국이 전체 품목 중 83%를 개방하기로 했다자동차·기계 등 민감품목은 관세 양허에서 제외시키고, 우리 시장에 들어오는 다른 일본산 품목의 수입관세 철폐기간도 10~20년 장기로 설정해 우리 산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아세안 10개국(브루나이·캄보디아·인도네시아·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필리핀·싱가포르·태국·베트남) 및 한···오스트레일리아·뉴질랜드 등 총 15개국 정상은 15일 화상으로 제4차 알셉 정상회의를 열고 협정에 최종 서명했다. 협정문은 총 20개 챕터(상품·서비스·투자· 원산지 등)와 여러 부속서 등 총 15천쪽에 이른다. 알셉 협정은 역내 무역규모(54천억달러), 역내 총생산(GDP·263천억달러), 역내 인구(226천만명) 면에서 각각 전세계의 약 30% 비중을 차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협정이다.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3개국) 및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11개국)보다 규모가 크다. 인도는 작년에 협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이번 타결·서명에서 일단 빠졌다. 경제 블록별로 우리 수출규모는 알셉 2690억달러(2019·총수출액의 50%), USMCA(898억달러)·CPTPP(1260억달러)보다 훨씬 크다. 정부는 향후 우리 수출시장 확대 및 교역 구조 다변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알셉 타결이 우리 산업·기업에 미치는 가장 뚜렷한 대목은 -FTA’가 최초로 체결되는 효과를 갖는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일본은 만성적인 무역적자 1위국(20191916300만달러)이다. 알셉에서 우리의 시장개방 대상품목(개방 유예·제외 포함)은 공산품과 농수산물 모두 합쳐 총 12243(공산품이 약 80%). 일본은 9091개다. 이 전체 품목수 중에 관세를 양허(즉각 또는 최장 20년간 단계 철폐)하기로 약속한 품목은 한·일 양국 모두 83%로 똑같다. 알셉에서 각 참여국에 대한 우리의 관세 양허 내용을 보면, 아세안 10개국에는 공통적인 수준을 적용하고 이 공통안을 기본으로 삼되 일본·중국 등 다른 국가들과는 상대국과의 민감품목을 고려해 각각 양허수준을 달리하고 있다. 개별 양국 사이에 서로 주고받기를 하면서 관세철폐 품목과 기간을 넣고 빼는 과정을 거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세계 최대규모의 자유무역협정(FTA)'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협정문 서명식에 참석, 서명을 마친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과 기념촬영 하고 있다.

우리가 자동차 시장을 일본에 개방하지 않고, 대신에 일본은 김치·파프리카 등 우리의 수출유망 농산물을 개방에서 제외했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 쪽에 우리는 대일본 무역 역조가 심각하고, 일본이 수출규제도 하고 있으니 수입금액 측면에서는 일본이 더 많이 관세를 양허해 양보해야 한다고 요구해 관철시켰다우리는 자동차·기계 등 민감품목은 시장개방에서 빼고, 개방하는 품목도 우리시장의 단계적 관세 철폐기간을 장기(10·15·20)로 하거나 현행 관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다가 나중에 큰 폭으로 완전 양허(이른바 비선형 철폐’) 방식을 활용해 우리 산업을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상호 이익균형을 맞췄다는 뜻이다.

양국간 관세 철폐수준을 보면 수입액 기준으로는 일본이 우리에게 2%포인트(한국 76%, 일본 78%), 공산품만 보면 품목수 기준으로 일본이 우리보다 2.4%포인트(한국 91.7%, 일본 94.1%) 추가 관세철폐를 했다. 우리는 일본보다 장기 철폐(10년 이상) 비중이 높고(한국 41.6%, 일본 17.1%), 특히 20년 철폐(한국 455, 일본 2)와 비선형철폐(한국 105, 일본 없음)도 우리가 훨씬 많이 활용했다.

알셉 타결로 중국-일본 사이에도 FTA 체결 효과가 발생하게 됐다. 중국과 일본은 양국 전체 교역품목의 86%를 시장개방 대상으로 약속했다. -일간 시장개방 자유화 수준보다 약간 높다. 이미 한-FTA가 시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기업·산업은 한--3국간 시장개방에 따른 수출경쟁 관계에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정부는 2013년부터 공식 --FTA’ 체결을 위한 협상을 16차례 진행중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은 FTA를 논의중이라서 이번 알셉 틀에서는 3국간에 민감한 품목은 빼고 다소 낮은 수준에서 체결하는데 공감했다고 설명했다. 알셉은 기존 -아세안 FTA’(2007년 발효)에 견줘 1000여개 품목씩 서로 추가로 관세를 철폐해 시장개방 수준을 92~94.5%(품목수 기준)까지 높였다. ··일 시장 개방은 이보다 낮은 셈이다.

알셉 참여국들이 공동으로 시장을 개방해 우리 산업이 수출 수혜를 볼만한 품목으로는 승용차·화물차·자동차부품·자동차엔진·철강제품·합성수지·타이어·볼베어링·기계부품·냉장고·세탁기·면사·의류·세정용품·사과··딸기·맥주·녹차·(건조수산물통조림·황다랑어(냉동) 등이 꼽힌다. 대부분 현행 관세율이 5~40%에 이른다. 반면에 우리가 주요 개방하는 농수산물(현행 관세율 30~50%)은 열대과일(두리안·파파야·구아바·망고스틴·레몬 등)과 음료(맥주·파인애플주스 등)인데, 다만 관세를 제로(0%)로 철폐하는 기간을 대부분 장기(향후 10년 뒤)로 설정했다. ··임산물의 경우 핵심 민감품목(·마늘·고추·양파·고추·냉동 명태 등)과 수입액이 큰 주요 민감품목(파인애플·냉동 새우·냉동 오징어·활 돔·활 방어 등)은 양허에서 제외해 보호했다. 정부는 농수산물에서 일부 개방품목도 관세 인하폭을 최소화하거나 관세철폐 기간을 충분히 확보해 우리 농수산물 피해를 줄였다고 말했다. 알셉 협정은 아세안 10개국 중 6개국과 비아세안 5개국 중 3개국이 국내 의회 비준·동의 절차를 거치면 60일 후에 발효된다. 다만 비준하지 않은 국가는 발효되지 않는다. 조계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