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왜곡’ 법정싸움 끝나지 않았다

● COREA 2020. 11. 30. 13:39 Posted by SisaHan

전두환 회고록 손배소 항소심, “북한군 투입지만원 항소심도

 

 보수논객 지만원씨가 올해 5월 서울국립현충원에서 5·18민주화운동은 북한군 소행이라고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유튜브 영상.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부인한 전두환(89)씨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현재 진행 중인 5·18 왜곡 관련 재판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15·18기념재단의 설명을 종합하면 현재 진행되고 있는 5·18 왜곡 관련 재판은 <전두환 회고록> 손해배상소송 항소심과 지만원(78)씨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사건 항소심 등 2건이다.

5·18기념재단 등 5·18단체는 전씨가 201745·18을 왜곡한 회고록을 펴내자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고소하면서 같은 해 6월 회고록 출판 및 배포금지 가처분 신청과 손해배상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20189월 민사재판부는 전씨에게 회고록 내용 69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인쇄·발행·배포를 할 수 없다고 판시하며 5·18단체 쪽에 총 7000만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전씨 쪽은 즉시 항소했다. 회고록의 각 표현은 특정인을 지칭하지 않아 원고들의 인격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광주고법은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4차 변론기일을 진행한 후 전씨의 사자명예훼손 사건 1심 판결을 지켜본다며 선고를 미뤘다. 5·18기념재단 등은 전씨가 사자명예훼손사건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만큼 손해배상 소송 항소심도 유리할 것으로 보고 광주고법에 기일지정을 신청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다른 소송의 당사자인 극우 논객 지만원씨는 5·18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광주시민을 북한 특수군이라고 지칭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올해 2월 서울중앙지법 1심에서 징역 2년과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지씨가 고령이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를 들어 법정구속은 하지 않았다. 지씨는 항소했고 지난달 11일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무죄를 주장했다. 지씨는 1심 판결 이후에도 올해 5월 집회와 출판물을 통해 “5·18은 북한이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이어갔다.

차종수 5·18기념재단 고백과증언센터 팀장은 전씨의 유죄판결이 나머지 5·18 왜곡 재판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역사 왜곡을 근본적으로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사왜곡처벌법이 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30일 광주지법은 회고록에서 5·18 당시 계엄군의 헬기 사격을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전씨에게 헬기 사격 사실이 인정된다며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허위사실을 담은 회고록을 출간해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기자

 

5·18 시민단체들 전두환 동상 훼손 시민 석방하라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기념재단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국 단체 20곳이 꾸린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1일 청주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한 황아무개씨 석방과 청남대 안 전두환 노태우 동상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청남대 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철거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이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을 훼손해 구속된 황아무개(50)씨의 석방을 촉구했다.

5·18 민주유공자유족회, 5·18 민주화운동부상자회, 5·18 기념재단 등 민주화 운동 관련 전국 단체 20곳이 꾸린 ‘5·18 학살 주범 전두환 노태우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1일 청주지방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황씨 석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충북도가 학살 반란자 전·노씨를 미화하는 동상을 청남대 안에 그대로 두려고 결정한 데 분노해 전두환 동상을 훼손한 황씨의 행위는 정의로운 것이라며 황씨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황씨는 지난달 19일 오전 청남대 안 전두환 전 대통령 동상 목 부위를 쇠톱으로 절반 이상 훼손한 혐의로 구속됐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은 학살·독재·부정축재·사자명예훼손 등 전두환의 죄를 먼저 묻고, 옥에 가둬야 한다정의로운 황씨를 처벌하는 것은 민주주의와 법 정의에 반하는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청남대 동상철거 국민행동은 청남대안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철거도 요구했다. 이들은 ·노씨 동상을 더는 청남대에 두지 말라. 충북도는 민주화를 거역하고, 민주주의에 반역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밝혔다. 오윤주 기자

 

전북 정읍 전두환 순방기념비 주민 결정으로 철거

 

1985년에 정읍에 세워진(왼쪽 사진) 전두환 순방 기념비가 지난 10월 철거됐다(오른쪽 사진).

 

35년 전 전북 정읍시에 세워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순방 기념비를 주민들이 최근 철거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민족문제연구소 정읍지회는 정읍시 송산동 송령마을 주민들은 지난 106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순방 기념비를 자발적으로 철거했다고 1일 밝혔다.

정읍시 송산1111에 있었던 철거 기념비는 전두환 당시 대통령이 198312일 송령마을을 방문한 기념으로 19851월에 세워졌다. 기념비에는 새마을훈장을 받은 마을 주민의 집에서 점심을 먹고 금일봉으로 1030만원을 하사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었다.

그동안 지역 시민단체와 5·18 관련 단체들은 독재자 방문 기념비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해왔으나, 마을 자체적으로 만든 기념비여서 주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주민들은 지난 8월 자발적으로 총회를 열고 잘못되고 아픈 역사를 지우자고 의견을 모았다. 당시 주민 20명이 총회에 참석해 이 가운데 19명이 철거에 찬성했다고 한다.

권대선 민족문제연구소 정읍지회장은 지난 30일 재판에서도 전두환씨가 반성이나 사죄를 전혀 하지 않는 행태에 분노한 마을 주민들의 응답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5·18민주화운동 40돌을 맞아 독재자의 흔적을 없앤 주민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박임근 기자

     

 “군인이 국민 살상”... 신군부 ’자위권 논리’ 깨뜨렸다

  재판부 5·18 헬기사격 인정40년 논쟁 종결

 

1980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 상공을 비행하는 계엄군의 UH-1H 헬기.

 

법원이 40년 만에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헬기사격이 실제로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로써 지난 40년 동안 신군부가 광주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내세워온 자위권 논리도 깨지게 됐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판사는 고 조비오 신부를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 전 대통령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1980521일과 27일 헬기사격이 있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 판사는 사자명예훼손죄는 허위사실 적시가 증명돼야 성립한다. 이 재판의 쟁점인 5·18 헬기사격을 살펴보면 조 신부가 봤다는 521일은 500MD 무장헬기가 출동했고 다수의 목격자가 존재한다. 전씨 쪽은 일부 시민만 목격한 사실을 근거로 조 신부의 증언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당시 광주 시가지에 있던 모든 사람의 증언이 이뤄지지 않았고, 검찰도 증언이 반복되는 증인은 신청하지 않았다고 해 이 사건 결론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호남지역 계엄사령부 구실을 한 전투병과교육사령부가 1980년 작성한 광주소요사태분석(교훈집)에 기재된 유류 및 탄약의 높은 소모율을 두고서는 항공교범을 참고한 것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 상황에 대한 분석을 기재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교훈집은 헬기사격의 유력한 증거라고 말했다.

또 김 판사는 조 신부가 직접 목격하지는 않았지만 527일 상무충정작전 때 전일빌딩을 향한 헬기사격 부분을 살펴보면 빌딩 10층 바닥에 분포한 탄흔을 봤을 때 헬기사격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는다. 전일빌딩 내부에서는 교전이 없었다는 계엄군 진술이 있었고 전일빌딩이 가장 높은 건물이었던 상황을 고려하며 지상군에 의한 외부 사격은 배제할 수 있다고 근거를 들었다.

김 판사는 전씨가 회고록에서 헬기사격을 봤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것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김 판사는 군은 5·18 당시 사격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자위권 발동을 주장했지만 헬기사격은 자위권을 무색하게 하고 국민을 지켜야 할 군인이 오히려 국민을 살상하려고 했다는 증거라며 피고인은 미필적으로나마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이 사건 회고록 중 쟁점 부분을 집필했다고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전씨는 대통령 퇴임 30주년을 맞은 2017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 ‘5·18 당시 헬기사격 목격담은 허구’, ‘5·18 진압은 최규하 대통령 지시등등 자신은 5·18과 무관하고 계엄군의 광주 진압은 정당했다고 적었다. 전씨는 또 자신을 씻김굿의 제물이라고 희생자인 양 표현해 광주시민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특히 헬기사격을 증언했던 조 신부나 아널드 피터슨 목사를 두고 가면을 쓴 사탄’,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5·18 단체와 조 신부의 유족은 회고록 출간 직후 전씨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고, 같은 해 6월 회고록 출판 및 배포 금지 가처분신청과 손해배상 청구를 했다. 2018년 광주지법 민사재판부는 5·18 단체 손을 들어주며 총 7천만원 배상 판결을 내렸다. 또 문제가 되는 회고록 내용 69곳을 삭제하지 않으면 출판·인쇄·발행·배포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결국 해당 내용을 담은 회고록 1권은 현재 판매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전씨가 헬기사격을 알고 있었음에도 조 신부를 고의로 비난했다며 고소장 접수 1년여 만인 2018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하지만 전씨는 이듬해 17일까지 다섯차례 공판에 불출석했고, 재판부가 강제소환을 위해 구인장을 발부하자 지난해 3월 재판장을 찾았다. 올해 427일 재판부가 바뀌며 공판 절차가 갱신돼 다시 광주지법에 출석하기도 했다.

재판부의 이번 판단으로 신군부가 광주 학살을 정당화하기 위해 지난 40년간 주장했던 이른바 자위권 논리는 깨지게 됐다. 5·18 민주화항쟁을 담은 <죽음을 넘어 시대의 어둠을 넘어>의 저자 이재의씨는 이번 재판은 전씨가 학살 현장 광주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역사적 상징성이 있다. 헬기사격은 사전에 탄을 장착하는 등 준비가 필요하고, 시민을 향한 일방적 학살행위이기 때문에 자위권 논리와는 맞지 않는다“1997년 대법원은 시민 18명이 사망한 527일 전남도청 진압작전만 내란목적살인죄로 봤는데 이번 판결로 5·18 기간 전체 사망자가 살인죄 희생자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기자

 

법원, ‘헬기 사격인정전두환 징역 8·집유 2년 선고

 

30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고 조비오 신부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두환(89)씨가 유죄 판결을 받았다.

30일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전씨를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에 처한다고 선고했다.

김정훈 부장판사는 목격자 진술, 군 관련 문서를 종합해 분석하면 1980521500엠디(MD)에 의한 기관총 사격이 있었고 조 신부가 이를 봤다고 인정된다. 전씨는 미필적으로나마 헬기사격이 없었다는 자신의 주장이 허위라고 인식하면서 고의로 조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김용희 기자

 

전두환씨 징역 8·집행유예 2민주·정의당 지나치게 낮은 형량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자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이를 환영하면서도 지나치게 낮은 형량이라며 아쉬움을 표했다. 국민의당은 진실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원론적인 환영의 뜻을 밝혔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0일 논평을 내어 “5.18 피해자와 유가족, 광주 시민이 그간 받은 고통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국민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전두환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법정에 나와 선고 당시에도 꾸벅이며 졸기 바빴다분통 터지는 피해자들 앞에서 참으로 뻔뻔한 얼굴을 들고 반성의 기미조차 없었다고 덧붙였다.

진실규명도 강조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헬기 사격 여부를 인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법원의 결과에 따라 앞으로 진실을 규명하는데 속도를 내야 한다“‘헬기 사격을 비롯하여 최초 발포 명령자, 암매장, 성폭행 등에 대한 진실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5·18 역사왜곡처벌법과 5·18 진상규명특별법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국민의힘도 그간의 과오를 인정하고 반성한 것이 진심이라면 5·18 관련 법안 통과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의당도 가벼운 형량이라 유감이라며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정호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오늘 판결로 민간인을 겨냥한 헬기 무차별 사격이 인정됐다. 광주 시민들을 향한 무차별적인 헬기 사격과 목격자들의 증언과 증명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며 전두환의 뻔뻔함은 겨룰 자가 없다. 법정에 들어서는 순간까지도 단 한 마디의 사죄조차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늘 판결로 더디지만, 역사의 진실을 바로 세우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왜곡된 역사를 바로 세우기 위한 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정의당이 앞장서서 5·18 역사왜곡처벌특별법을 제정하고, 역사 바로 세우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민의당도 환영의 뜻을 밝혔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두환) 전 대통령은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18차례 공판 동안 단 두 차례만 출석하는 불성실한 태도를 보인 것도 모자라 사죄 요구에 되려 윽박지르며 피해자들의 가슴에 다시 한 번 대못을 박은 바 있다오늘 내려진 법원의 유죄 판결로 피해자와 유가족분들의 공분이 조금이나마 씻기고, 그날의 광주에 대한 진실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김원철 노현웅 기자

        

통장잔고 ‘0원과 29만원’…전두환은 조비오를 욕할 자격이 없다

이영희 소화자매원 원장이 기억하는 조비오 신부

 

조비오 신부가 평생 돌봐온 광주 남구 사회복지시설 소화자매원 가족들과 찍은 사진. 소화자매원 제공

 

통장잔고 0원과 29만원

30일 전두환(89) 전 대통령 판결을 앞두고, 전씨를 다시 법정으로 불러낸 고 조비오(1936~2016·본명 조철현) 신부가 누군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신부가 선종할 당시 그의 통장잔고는 0원이었다. 평생 청빈한 삶을 살았던 그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 본인이 가진 돈, , 심지어는 장기까지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기꺼이 내놨다.

전씨도 통장잔고가 “29만원뿐이라며 가진 게 없다고 항변한 바 있다. 하지만 10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미납한 그는 정부와 지루한 돈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헌신적인 사제이자 든든한 아버지, 튼튼한 울타리였어요.”

지난 27일 광주광역시 남구 여성장애인복지기관 소화자매원에서 만난 이영희(67) 엠마누엘 원장수녀가 떠올린 고 조비오 신부의 모습이다.

1978년 조 신부가 소화자매원과 인연을 맺은 뒤 40여년 간 곁에서 지켜봤던 이 원장은 조비오 몬시뇰(교황청 명예사제)은 프란치스코 성인과 소화 테레사 성녀처럼 항상 가난하고 겸손했다. 우리에게도 항상 작은 꽃이 되라. 더 커지려고 하지 말고 작은 그대로 행복하게 살아라는 말씀을 자주 하셨다고 회상했다.

젊은 시절 권투를 배우는 등 혈기왕성한 청년이었던 조 신부는 늦은 나이인 26(1962) 때 광주가톨릭신학교에 1기로 입학해 33살에 사제 서품을 받았다.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성격이었던 그는 나주성당 주임신부 시절(19731976) 가톨릭농민회를 지도했고 5·18민주화운동 때는 수습대책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죽음의 행진에 참여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19892월 광주청문회 때는 군인들이 개처럼 사람들을 끌고 가는 모습을 보고 내가 성직자이지만 엠(M)-16 소총이 있다면 (군인들을) 쏘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미사를 집전하는 조비오 신부.

조 신부는 사회적으로는 강직한 모습이었지만 일상생활에서는 수행자에 가까운 근검절약 정신을 보였다. 2006년 퇴임 이후 봉선동에 머물며 동네에서 가장 싼 5천원짜리 이발소만 갔다. 한여름에도 선풍기로 더위를 버티다가 건강을 염려한 가족들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중고 에어컨을 설치할 정도였다. 조 신부의 식복사(사제를 돕는 사람)가 헤지고 너무 오래 입어 누렇게 변한 그의 내의를 몰래 버린 일도 있었다. 70대에 들어선 조 신부는 다리에 힘이 없어 자주 넘어지며 바지에 구멍이 나곤 했지만 새것을 사지 않고 항상 꿰매 입었다. 세상을 떠나던 해인 20161월 소화자매원 가족 200여명과 식사를 함께 한 팔순잔치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본인을 위한 일이었다.

자신에게는 인색했지만 이웃에게는 관대했다. 1984년 전남 진도성당 주임신부 시절 성탄미사를 하고 싶다는 소화자매원 가족들의 소망을 듣고 밤길을 달려 소화자매원을 찾았다. 1985년 소화자매원이 시설 신축을 할 땐 저금과 후원금을 모아 2000만원을 전달하는 등 절약으로 모은 돈은 이웃을 위해 썼다. 세상을 떠나기 직전 광주 광산구 삼거동 수녀원과 사제관 신축에 자금이 부족하다는 소식을 듣고 1억원을 전달하며 나 이제 돈 하나도 없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선종 이후에는 국제구호단체의 후원금고지서가 조 신부 앞으로 날아오며 남몰래 외국 어린이를 위해 후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조 신부를 자신의 회고록에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로 비난한 전두환은 오월의 학살자. 대법원은 1997417일 반란(내란)수괴·내란·내란목적살인 등의 죄목으로 전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12·12는 명백한 군사반란이고, 5·175·18은 내란 및 내란목적 살인행위였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199512월 구속 기소돼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전씨는 199712월 사면돼 풀려났다.

오월의 학살자 전두환 전 대통령.

하지만 전씨는 5·18에 대해 단 한 번도 사과한 적이 없다. 그는 오히려 20174월 낸 회고록을 통해 학살을 합리화하고 오월 진실을 왜곡했다. 전씨는 회고록에서 “5·18사태의 발단에서부터 종결까지의 과정에서 내가 직접 관여할 일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5·18재판은 공정하지도, 온당하지도 않고 괴상하다고나 해야 할 기이한 재판이었다고 사법부를 조롱했다.

뇌물수수죄로도 처벌을 받은 전씨는 추징금 2205억원도 선고받았지만 현재 991억원의 추징금을 미납한 상태다. 전씨는 2003년 법원에 291천원의 예금과 채권 등을 재산목록으로 제출하기도 했다. 전씨는 검찰이 미납 추징금을 환수하려고 연희동 자택에 대한 압류 처분을 하자, 전씨 쪽은 201812월 소송을 제기해 검찰과 법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전씨는 20185월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으면서도 평온한 일상을 즐겼다. 알츠하이머 병력을 이유로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던 전씨는 201911월에는 지인들과 골프를 즐기고 201912월에는 서울 강남 한 중식당에서 지인들과 1인당 20만원짜리 점심을 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그 자리엔 197912·12 군사쿠데타를 함께 일으킨 전직 장성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19791212일 군사 쿠테타를 통해 군을 장악한 뒤, 전두환 보안사령관이 쿠데타 참여 군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앞 줄 원안이 전두환씨.

경남 합천 출신인 전씨는 5·16 쿠데타 직후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의 쿠데타 지지 시가행진을 성사시킨 뒤, ‘정치군인의 길을 걸었다. 19793월 소장 때 국군보안사령관으로 전격 등용됐고, 10·26 박정희 대통령 암살사건으로 비상계임이 선포되자 합동수사본부장으로 부임했다. 전씨는 19791212일 군부 내 비밀 사조직 하나회중심의 반란군 세력을 통해 군을 장악한 뒤, 5·17 쿠데타를 통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하면서 정권을 탈취했다. 80년 광주의 5·18민주화운동을 총칼로 진압하고 별 넷을 달고 전역한 전씨는 809111대 대통령에 취임했다. 김용희 정대하 기자

 

광주로 출발하는 전두환시위대에  말 조심해라며 욕설

부인 이순자씨 동행경찰, 자택 주변 폴리스라인 치고 대비

 

전두환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법에서 열리는 사자명예훼손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나오며 손을 들어보이고 있다. 전 전 대통령은 자서전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연합뉴스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사자(死者)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피고인 신분으로 1심 선고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오전 842분께 부인 이순자(82)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나와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라타 광주로 출발했다.

전씨는 이날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함께 나왔다. 전씨는 승용차에 타기 전 자택 앞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을 들어보이며 손 인사를 했다.

이때 자택 앞에 있던 시위대가 '전두환을 법정구속하라', '전두환은 대국민 사과하라'고 외치자 전씨는 시위대를 향해 무언가를 말하다 경호원의 도움을 받아 차에 올라탔다. 전씨는 시위대에게 "말 조심해 이놈아"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씨의 자택 앞에는 아침 일찍부터 경찰과 취재진 등 100여명이 모였다. 시위와촬영을 겸한 유튜버 몇 명을 제외하고는 시민단체 회원들은 크게 눈에 띄지 않았다.

경찰은 자택 주변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만약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양측 간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전씨는 20174월 펴낸 회고록에서 고() 조비오 신부의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며 조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로 기소됐다. 전씨의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열린다.

 

전두환 광주 도착5·18 책임 인정하느냔 질문에 '묵묵부답'

 

마스크 쓰고 광주법원 들어서는 전두환 = 30일 오전 전두환 전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으로 광주 동구 지산동 광주지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 조비오 신부를 회고록에서 비난하고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이날 1심 선고를 받는다.

     

5·18 당사자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전두환(89) 전 대통령이 30일 광주지방법원에 도착했다.

지난해 311일과 올해 427일 피고인 신분으로 광주 법정에 출석한 이후 세번째다.

전씨는 이날 오전 842분 부인 이순자(81) 씨와 함께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을 출발해 낮 1227분 광주지법 법정동에 도착했다.

전씨는 검정 양복과 중절모 차림에 마스크를 쓰고 자택에서 나왔다.

차에서 내릴 때는 잠시 머뭇거리며 벗었던 모자를 찾아 쓰고 법정으로 들어갔다.

특별한 도움 없이 혼자서 걷다가 이내 경호원 한 명의 부축을 받고 느린 걸음으로 법정에 입장했다.

부인 이씨도 전씨의 뒤를 보좌하며 조용히 법정으로 향했다.

경호원들은 질문을 하려는 취재진 2명을 거세게 밀쳤다.

취재진은 "5·18 책임을 인정하지 않느냐", "아직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느냐. 왜 사죄하지 않느냐.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등 질문 세례를 했으나 전씨는 고개를 돌리지 않고 이동했다.

전씨는 법정동 2층 내부 증인지원실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식사를 한 뒤 대기하다 법정에 출석할 것으로 보인다.

전씨의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