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시간 이상 앉아 있다면  매일 40분 운동을

세계보건기구, 좌식생활인 위한 운동 지침 첫 발표

 


식사, 독서, 공부, 텔레비전 시청, 비디오 게임, 컴퓨터 사용, 자동차 운전.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하는 행동의 대부분은 앉은 자세에서 이뤄진다. 이렇게 앉거나 기대거나 누워 있는 자세는 에너지 섭취와 소비의 균형을 깨뜨려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예컨대 18~90세 캐나다인 17천명을 대상으로 한 12년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의 시간을 앉아서 보내는 사람들은 추적 기간 중 사망 위험이 최대 50% 높았다. 장시간 앉은 자세 생활(Sedentary behavior)이 건강에 끼치는 해로운 영향을 상쇄하려면 얼마나 운동을 해야 할까? 세계보건기구가 좌식생활과 운동 사이의 균형에 관한 지침을 처음으로 만들어 발표했다.

보건기구는 최근 `브리티시스포츠의학저널'(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특별판을 통해 발표한 지침에서, 하루 10시간 이상 앉아서 생활을 하는 사람(좌식생활인)은 매일 30~40분간 중간 또는 심한 강도의 운동을 할 것을 권고했다. 보건기구는 모든 종류의 운동, 심지어 단지 서 있는 것도 운동을 아주 안 하는 것보다 낫다고 밝혔다. 이 지침은 운동추적기를 착용한 4개국 44370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에 대한 분석에 기반해 만들어졌다.

                중등도 운동은 주당 150, 강한 운동은 주당 70분 이상 권고

6개 대륙 과학자 40명이 참여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하루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는 좌식생활인 중 운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사망 위험이 뚜렷하게 높았다. 하지만 하루 30~40분 중간 이상의 강도로 운동을 하면 사망 위험이 크게 낮아져, 좌식 생활 시간이 적은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보건기구는 중간 강도 운동을 할 경우엔 매주 150~300, 강한 운동을 할 경우엔 75~150분을 적정 운동 시간으로 권고했다. 1주일에 2일 이상은 중간 강도 이상의 근육 운동을 할 것을 주문했다. 65세 이상 고령자들에게도 신체 기능 향상과 낙상 사고 예방을 위해 일주일에 3일 이상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권했다.

보건기구가 정의하는 중간 강도 운동은 심박수가 높아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운동하면서 말을 할 수 있는 정도를 말한다. 보건기구는 빠르게 걷기, 춤추기, 낙엽 쓸기를 예로 들었다. 강한 운동은 심장 박동과 호흡이 매우 빨라지는 운동을 말한다. 예컨대 자전거 타기, 달리기(조깅), 수영, 무거운 물체 운반, 계단 오르기, 정원 손질, 테니스 하기 등이다.

연구진은 당장 매일 30~40분씩 운동을 할 수 없다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계단 오르기, 아이나 반려동물과 놀기, 요가나 춤 추기, 집안일 하기, 걷기, 자전거 타기 등 작은 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했다.

보건기구는 신체 활동을 늘리면 정신적, 육체적 건강을 향상시켜 조기 사망 위험을 낮춰줄 뿐 아니라 생산성을 높이고 노동자의 질환과 사망률을 줄여줌으로써 세계 경제에도 이롭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지금부터 모든 사람들이 새로운 지침의 운동 하한선인 주당 150분의 중간 강도 운동을 할 경우, 2050년까지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이 연간 0.15~0.24% 늘어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앞으로 30년 동안 연간 최대 3140~4460억달러(2019년 가격 기준), 누적 6~86천억달러에 해당하는 경제적 효과다.

성인 4명 중 1, 10대 청소년 4명 중 3명이 유산소운동 권장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

저널 특집판 공동편집자인 호주 시드니대의 엠마누엘 스타마타키스(Emmanuel Stamatakis) 교수는 이번 지침은 많은 사람을 오랜 기간 실내에 묶어두고 있는 코로나 팬데믹 와중에 나왔다는 점에서 매우 시의적절한 지침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지침은 최고의 과학을 반영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에는 여전히 미흡한 점이 있다며 예컨대 너무 많이 앉아 있음'의 정확한 기준이 아직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어, 몇년 안에 답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지침 개발 책임자인 세계보건기구의 피오나 불(Fiona Bull) 교수는 성인 4명 중 1(27.5%), 10대 청소년 4명 중 3(81%)이 유산소운동 권장 기준을 채우지 못하고 있다따라서 각국 정부는 신체 활동을 촉진하는 국가적 계획과 보건·지역사회 서비스에 우선 순위를 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