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다형 교과목 테스트(SAT-2) 폐지 따라26년만에 역사속으로

시험 주관처 대학입학시험과목 시험 없애"즉각 시행" 발표

 

SAT2 한국어 연습문제집

 

미국에서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치르던 수학능력시험(SAT·Scholastic Aptitude Test)의 교과목 테스트(SAT 2)가 전격 폐지됨에 따라 한국어 시험도 사라졌다.

SAT 시험 주관처인 대학입학시험위원회(칼리지보드)22"SAT 2의 미국 내 시행이 즉각 중단된다"고 발표했다.

SAT 2는 수학과 문학, 역사, 생물학, 물리학을 비롯해 한국어를 포함한 중국어, 일어 등 외국어와 같은 교과목을 선다형 문제로 푸는 시험이다. 그동안 미국의 대학들은 입학 사정에서 본 고사인 SAT와 대학입학학력고사(ACT·American College Test) 점수 외 추가로 SAT2 성적 제출을 권장해 왔다.

한국어 시험은 1994SAT 2에 공식 신설됐고, 이번 칼리지보드의 결정에 따라 26년 만에 역사 속에서 사라졌다.

칼리지보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이유로 이 시험의 폐지를 결정했다.

지난해 3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탓에 학교들이 문을 닫으면서 SATACT 일정이 잇달아 취소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이 시험을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으러 다니는 등 큰 혼란을 빚었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시험 장소가잇따라 폐쇄되면서 SAT 시험 응시 220만 건 중 90만 건만 치러졌다.

이에 많은 대학이 SATACT 점수가 필요한지 의문을 품었고, 감염병 속에서 지원자들의 형평성을 고려해 이번에 대학입학 지원에 SATACT 점수 제출 요구를 일시 중단하거나 아예 없애기로 한 것이다.

NAKS가 개발한 한국어 표준 평가 문항집 표지

칼리지보드의 SAT 2 폐지에 따라 5월 치를 한국어 시험도 취소됐다.

이 시험에 대비해 1997년부터 모의고사를 개발해 치르던 재미한국학교협의회(NAKS) 등 현지 한국어 교육 관계자들은 SAT 2 폐지 소식에 아쉬움을 토로하면서도 대안을 찾기 위해 골몰하고 있다.

김선미 NAKS 회장은 "단순히 시험을 치른다는 의미만이 아니라 한국어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점에서 아쉽다"면서 "그러나 31921일 예정했던 모의고사는 'NAKS 한국어 테스트'라는 이름으로 시행된다"고 말했다.

한국학교 학생들이 자신의 한국어 실력을 전국의 학생을 대상으로 평가해본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SAT를 통한 대입 평가에서 외국어 시험과목이 지금 없어진다 해도 그 평가를 대신할 시험이 개발될 수밖에 없기에 그에 대비하는 기초 작업의 과정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이번 SAT 2 폐지를 장기적 관점에서 보려고 하며, 한국어의 중요성을 인식시킬 수 있는 대안 시험에서 한국어가 다시 외국어 과목으로 선택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내 정규학교에 한국어반 개설을 지원하는 한국어진흥재단 모니카 류 이사장은 "SAT 2 한국어 시험이 궁극적으로 AP(대학 조기 이수 과정) 한국어 개설의 전초전 성격이었던 만큼, 이번 기회에 AP 한국어 신설에 더 힘을 모으자"면서 "시험 대비 한국어 교육이 아닌 자녀에게 한국인의 정체성을 심어주는 교육으로 전환하는 기점으로 삼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