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양측 쟁탈전, '백신국경' 전면전 양상 확산일로

CNN "지구촌 남반구는 백신 한번도 못맞는데추악한 국수주의"

EU 집행위원장 일각서 사퇴론"EU 백신 부족난 지원" 수습

         

         

유럽연합(EU)과 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둘러싸고 벌이는 '포스트 브렉시트' 신경전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를 사이에 두고 촉발된 백신 쟁탈전을 두고 "추악한 국수주의"라는 비판도 제기됐다.

미국 CNN 방송은 30일 분석 기사에서 "지구촌 남반구에서는 수많은 나라가 백신을 단 한 차례도 접종하지 못한 와중에 유럽에서는 추악한 백신 국수주의가 등장했다"면서 EU와 영국 간 백신 쟁탈전을 정조준했다.

CNN은 이어 "취약층에 백신이 먼저 도달해야 한다는 데 전세계가 공감했으나 백신이 개발되자 이런 결속은 사라졌다"면서 "영국과 유럽은 누가 백신을 더 가질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의 목소리는 앞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나왔다. 지난 29EU가 영국으로 백신 수출을 차단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백신 국수주의이자 실제적 위험"이라고 저격했다.

EU는 일단 한발 물러선 상황이지만 역풍에 직면했다.

영국 매체인 텔레그래프는 백신 사태와 관련해 EU 집행위원장인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이 사퇴해야 한다는 여론이 유럽 내에서 제기됐다고 이날 보도했다.

영국을 상대로 '백신 국경'을 세우려 했다가 국제사회에서 EU의 평판을 떨어뜨렸다는 게 그 이유라고 텔레그래프는 주장했다.

양측간 갈등은 당초 영국 제약사인 아스트라제네카가 EU에 백신 공급 축소를 예고하면서 불씨를 댕겼다.

가뜩이나 백신 부족에 시달리던 EU는 아스트라제네카에 백신 계약을 이행하라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막판엔 '영국에서 제조한 백신을 유럽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초강수까지 꺼내들었다.

브렉시트로 EU와 결별한 영국에서는 이를 두고 '정치적 의도'가 있다며 맞섰다.

백신 부족을 호소하는 회원국의 불만을 회피하려 EU'심술'을 부린다는 게 영국 정치권의 입장이다.

양측이 서로 헐뜯는 사이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공동 대응은 퇴색했다.

노르웨이 과학기술대(NTNU) 관계자는 "코로나19는 글로벌 문제이지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백신은 거주지와 상관없이 가장 취약한 사람들부터 접종받아야 한다"CNN에 말했다.

영국 정부는 일단 EU와 협력해보겠다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나딤 자하위 영국 백신 담당 정무차관은 30일 텔레그래프와 인터뷰에서 영국의 관심은 백신과 관련해 EU와 협력하는 데 있다고 밝히고, 영국은 EU의 백신 부족난 해결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장관도 이날 자신의 트위터 계정을 통해 EU 집행위원회 측과 "생산적 대화"를 했으며, EU가 영국행 백신 공급을 차단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U, 고령층 효과 논란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승인

 

유럽의약품청 고령층도 사용 가능조건부 판매 승인
독일 백신위원회, 65살 이상은 접종 제외방침 고수
프랑스 대통령 “65살 이상에는 효과 없는 것과 같아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로고가 주사기에 맺힌 방울을 통해 보인다.

 

유럽연합(EU)이 다국적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와 영국 옥스퍼드대가 공동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을 조건부 판매 승인했다. 그러나 프랑스와 독일이 고령층 접종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9(현지시각)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살 이상에게 조건부 판매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조건부 판매 승인은 코로나19 같은 비상 상황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한 절차로, 1년간 유효하며 해마다 갱신할 수 있다. 화이자-바이오엔테크, 모더나 백신에 이은 세번째 승인이다.

유럽연합집행위 결정은 같은 날 유럽의약품청(EM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18살 이상에게 조건부 판매 승인하도록 권고한 데 따른 조처다. 유럽의약품청은 유럽의약품청 과학 전문가들은 이 백신을 고령층에 사용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발표해, 효과 논란이 있는 고령층 대상으로도 판매 승인을 권고했다. 유럽의약품청은 “(아스트라제네카 임상 시험) 연구 참가자 대부분은 18살부터 55살 사이였다. 55살 이상 참가자들에게 이 백신이 얼마나 잘 작동할지에 대한 수치가 나올 만큼 충분한 결과는 없다면서도 이 연령대(고령층)에서 면역 반응이 관찰되고 다른 백신에서 얻은 경험에 비추어볼 때 (면역 효과로 인한) 보호가 기대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독일 백신위원회(STIKO)는 지난 28“65살 이상을 대상으로 한 효과에 대한 충분한 자료가 없다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18~64살 사이 연령층에만 제공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독일 백신위원회는 유럽연합 승인 결정 뒤인 29일에도 이 같은 권고 내용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도 유럽의약품청 승인 권고 결정 몇 시간 전, 고령층에 대한 아스트라제네카의 접종 효과에 의문을 나타냈다. 그는 우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65살 이상인 사람들에게는 무효한 것과 다름없다고 본다. 어떤 이들은 (효과가 없는 것이) 60살 또는 60살 이상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에 백신 승인 권한이 있지만, 백신 배포 방법에 대한 권한은 회원국들이 보유하고 있다.

영국에서는 마크롱의 발언에 대해 불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을 공동 개발한 옥스퍼드대 의학 교수인 존 벨은 <비비시>(BBC) 방송에 마크롱의 수요 관리라는 의심이 든다백신이 없다면, 할 수 있는 최선은 수요를 줄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회사가 개발해 승인을 마친 코로나19 백신이 없다는 점을 비꼰 발언이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