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인도 고산지대 홍수 원인 분석…"기온 상승이 빙하 붕괴 촉발"

빙하 물웅덩이 범람 · 눈사태 등 구체적 원인은 설 분분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수력발전 관련 시설이 붕괴하는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州) 히말라야 서부 고산 지대에서 갑작스러운 홍수로 200여명이 실종되는 이례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하자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린다.

이번 홍수는 쓰나미 같은 강력한 급류를 동반했다. 급류는 미처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 수력발전소 시설과 댐, 다리, 마을까지 순식간에 휩쓸었다.

8일 현지 언론과 외신을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난다데비산(해발 7천816m) 인근 고지에서 전날 이런 '물난리'가 발생한 것은 빙하 붕괴 때문이라는 점에 대체로 동의한다.

빙하 붕괴에는 지구 온난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 대해서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세라 다스 미국 우즈홀 해양연구소 부교수는 AP통신에 "세계 대부분의 빙하가 지구 온난화와 기후 변화로 인해 극적인 수준으로 녹으면서 축소되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리드대학 등이 참가한 연구팀은 최근 유럽지구과학연맹(EGU) 저널인 '지구빙권(The Cryosphere)'에 실은 논문에서 1994년부터 2017년 사이에 28조t의 빙하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며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빙하 녹는 속도가 30년 전보다 57%가량 빨라졌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빙하가 어떻게 붕괴했기에 이러한 급류가 형성됐는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유력한 설 중 하나는 빙하지대의 큰 웅덩이에 고인 물이 범람했다는 주장이다.

웅덩이 인근 빙하 붕괴나 수위 상승, 지반 약화 등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물이 아래로 밀려 내려갔다는 것이다.

빙하지대에 물웅덩이가 생긴 데는 지구 온난화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평균 기온이 올라가면서 거대한 빙하 덩어리가 녹으며 떨어져 나가고 그 공간은 빙퇴석(氷堆石), 얼음, 물 등이 채우게 된다.

일부는 빙하 사이에 자리 잡은 단순한 물웅덩이를 넘어 빙하호를 형성하기도 한다. 히말라야산맥에는 수천 개의 빙하호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과학자들의 위성사진, 구글 지도 판독 결과에 따르면, 이번 홍수 피해 지역 인근에는 대형 빙하호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공과대학(IIT) 인도레의 빙하학 조교수인 모하메드 파루크 아잠은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에 "해당 지역에 범람을 초래한 물웅덩이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이런 이론을 뒷받침하려면 기상 데이터와 추가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7일 인도 북부 우타라칸드주 히말라야 고산지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큰 피해를 본 다우리강가 수력발전 시설. [AP=연합뉴스]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거대한 얼음덩어리가 진흙·바위 등과 함께 강으로 쏟아져 내렸고 결국 홍수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빙하연구가인 DP 도발은 이에 대해 영국 공영 BBC 방송에 이번에 엄청난 양의 퇴적물이 흘러내려 갔기 때문에 가능성이 큰 이론이라고 말했다.

눈사태와 산사태 등으로 막혔던 강의 흐름이 수위가 올라가면서 범람했을 가능도 제기된다.

다만, 고산지대 집중호우는 이번 홍수의 원인의 아닌 것으로 분석됐다. 홍수 발생 당시 해당 지역의 날씨가 맑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빙하가 녹는 여름이 아니라 한겨울에 이런 홍수가 발생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환경전문가인 아닐 조시는 뉴욕타임스에 "빙하 붕괴 사태는 기후 변화 가능성을 보여준다"며 "기온 변화가 빙하의 분리에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히말라야산맥 서쪽 자락이 자리 잡은 우타라칸드주는 '깜짝 홍수'와 산사태에 취약한 지역으로 꼽힌다.

2013년 6월에도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히말라야 쓰나미'로 불린 산사태와 홍수가 발생, 6천 명가량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처럼 이 지역이 자연재해에 취약하기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발전소나 댐을 지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

AFP통신은 전문가를 인용, 수력발전소 건설도 해당 지역의 빙하 감소의 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우마 바티 전 인도 수자원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히말라야는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 발전소를 짓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었다"고 말했다.

아닐 조시도 "이번에 홍수로 피해를 본 댐들은 난다데비산 빙하로부터 불과 몇 마일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며 "왜 정부가 빙하에서 이처럼 가까운 곳에 댐을 지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인도 빙하, 강에 떨어져 급류…200명 실종·사망

2013년 '히말라야 쓰나미' 재발…기후변화·발전사업 등 비판

 

인도 북부 히말라야산맥의 난다데비산(7천817m)에서 빙하가 강에 떨어져 급류가 쏟아져 내리는 바람에 최소 200명이 실종됐다.

재난당국은 "실종된 이들이 모두 숨진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인도 빙하, 강에 떨어져 급류…200명 실종·사망 우려 [로이터=연합뉴스]

7일 인도 현지 매체들과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우타라칸드주의 난다데비 국립공원에서 빙하가 강 상류 계곡에 떨어지면서 다우리강(Dhauliganga)과 리시강(Rishiganga)을 뒤흔들었다.

빙하 때문에 해안가 '쓰나미' 같은 엄청난 속도의 급류가 발생해 댐 인근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 두 곳을 파손하고, 계곡을 따라 강 하류로 내려가면서 도로와 다리 등을 쓸어버렸다.

 

인도 북부 난다데비 국립공원

목격자는 "굉음과 함께 빙하가 섞인 눈사태가 일어났고, 경고할 새도 없이 빠른 속도로 급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급류가 지나간 곳에는 먼지만 남았고,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사건 발생 초기, 빙하가 댐을 강타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직접적으로 부딪힌 것은 아니고 빙하가 강 상류에 떨어져 급류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난다데비산서 떨어진 빙하로 '산속 쓰나미'

재난 당국은 리시강가 수력발전소 건설 종사자 50명과 타포반 수력발전소 인력 150명을 비롯해 마을 주민 등 최소 200명이 실종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매체는 실종자 수를 125명 정도로 보도했다. 현재까지 7명의 시신이 수습됐다.

수백 명의 군·경, 재난대응팀이 급류·홍수 현장으로 급파됐다. 인도 공군도 공중 수색에 투입됐다.

구조 관계자는 "터널에 20명 정도의 인력이 갇힌 것으로 보이는데, 터널 안에 진흙과 바위가 가득하다"며 "주요 도로가 유실돼 구조대원들이 밧줄을 타고 언덕에서 내려와 진입을 시도 중"이라고 전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사고 수습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모든 이들의 안전을 빈다"고 트위터에 적었다.

2013년 6월에도 우타라칸드주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히말라야 쓰나미'로 불린 산사태·홍수가 발생, 6천명 가까이 사망했다.

난다데비 국립공원에는 14개의 빙하가 강과 인접해 있으며, 기후변화와 삼림벌채가 빙하사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환경단체들은 "이 지역에서 눈사태, 산사태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기후변화는 물론 생태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의 도로, 철도, 발전소 등 난개발이 이런 사고를 부추길 수 있다. 우리는 대규모 하천 계곡 사업에 반대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난다데비 산에서 왜 빙하가 떨어졌는지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오래전부터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가 지구온난화로 녹아 산중 호수와 강의 범람에 따른 '쓰나미' 위협 우려가 제기됐다.

우마 바티 전 인도 수자원장관은 "장관 재임시절 히말라야는 매우 민감한 지역이라서 발전소를 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었다"며 수력발전소 건설프로젝트를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