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유동성 원자재로 쏠려
계란값까지 겹쳐 빵값 오름세

 

 

장바구니 물가와 연동되는 국제 곡물과 석유 등 원자재 가격이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어, 소비자물가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15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세계곡물 가격동향’을 보면, 시카고선물거래소(CBOT)에서 지난 12일 거래된 대두 가격은 1t에 504.1달러로, 1년 전보다 53.7% 상승했다. 밀 가격은 t당 234달러로 같은 기간 16.3% 올랐고, 옥수수는 t당 212.1달러로 40.6% 상승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물류 차질 등으로 식량위기 우려가 커졌고, 중국의 사료용 곡물 수입 확대에 남미 등 주요 수출국의 작황 부진이 겹치면서 지난해 8월 이후 국제곡물가격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

국제 곡물가격은 보통 수개월의 시차를 두고 국내 식품 가격에 반영되는데,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으로 인한 계란값 상승까지 겹치면서 제빵 등 일부 식품 가격이 오르고 있다. 뚜레쥬르는 지난달 90여종의 빵값을 평균 9% 올렸다. 파리바게뜨도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보도자료에서 “최근 제빵 등 일부 식품의 가격상승은 곡물 외 원재료 가격이나 인건비 등 상승이 원인이며,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제품가격에 본격 반영되지는 않은 편”이라며 “앞으로 국제곡물가격 상승이 이어질 경우 국내 식품물가, 사료가격에도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낮은 가격대를 유지했던 국제유가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두바이유는 지난 11일 기준 배럴당 60.5달러로, 1년 전(53달러)보다 14.2% 상승했다. 주요 석유제품의 가격이 상승 압력을 받는 것은 물론이며, 특히 올해부터 원료비 연동제를 실시하는 전기료가 인상될 수 있다.

원자재 가격 인상은 수급 요인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 세계적으로 많은 돈이 풀리면서 투자처를 찾는 자금이 원자재로 쏠리는 영향도 크다. 일각에서는 풍부한 유동성 지속으로 원자재 가격의 장기호황(슈퍼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미선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소비자물가는 원자재 가격 상승이 둔화한 이후에도 더 오랜 기간 상승세를 지속하는 특징이 있다”고 평가하며 “장기화되는 식료품 가격 상승세와 유가 상승, 공공서비스, 집세, 개인서비스 가격 반등 등을 고려하면 올해 물가상승률은 한국은행의 당초 예상(1%)을 상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대응해 향후 국내 식품 가격 추이를 보며 관세 인하 등의 조처를 추진해나갈 계획이다. 이경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