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과학자 500여명, 한 · 미 · 일 등 세계 정상에 공개서한
“‘바이오에너지로 탄소중립 달성’ 잘못된 믿음, 유인책 중단을”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이 세계 정상들에게 “바이오에너지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없다”며 “바이오에너지 생산에 보조금을 지급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냈다. 바이오에너지는 목재칩과 목재팰릿을 연소시켜 만드는 에너지로, 지나친 벌목으로 숲을 파괴해 ‘무늬만 친환경’이란 논란이 있다.

23일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의 설명을 보면,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은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샤를 미셸 유럽 이사회 의장 등 세계 정상들에게 “바이오에너지와 관련한 올바른 정책 도입을 촉구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국내에서는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 교수,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김승완 충남대 전기공학과 교수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각국은 대규모 바이오에너지 발전을 위해 나무를 베고 숲을 태워 숲에 저장된 탄소를 대기 중으로 방출시켜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나무를 태우는 것은 탄소효율이 낮기 때문에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보다 더 많은 탄소를 배출한다”며 “같은 양의 전기를 생산한다고 할 때, 초기에 목재를 사용하면 화석연료를 쓰는 것보다 2~3배 많은 탄소가 공기 중으로 배출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들은 “바이오에너지 생산을 위해 생태적으로 중요한 천연림이 대규모로 훼손되고 단일작물재배지로 전환되면서 생물종 다양성도 파괴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와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나무는 죽은 것보다 살아있는 것이 더 가치가 있다”며 “정부는 산림을 태우지 않고 보존과 복원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외 과학자 500여명이 청와대로 발송한 서신 갈무리. 기후솔루션 제공

이들은 바이오에너지의 무분별한 확대를 막기 위해 정부의 정책적 유인책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유럽연합은 재생에너지 표준과 배출권거래제에서 바이오매스 연소를 탄소중립으로 취급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과 일본은 목재를 태우는 발전소에 대한 보조금 지급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은 새 행정부가 기후규칙을 만들 때 바이오매스를 탄소중립이나 저탄소로 취급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신재생에너지 관련법에 따르면, 바이오에너지는 재생에너지로 인정돼 발전 보조금 지원을 받는다.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은 바이오에너지를 태양에너지, 풍력에너지, 수력에너지 등과 함께 재생에너지로 분류한다.그냥 둬도 썩어가며 온실가스를 방출하는 목재 부산물을 원료로 쓰기에 땅 속 화석에너지를 캐내 태우는 것과 달리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순증시키지 않아 ‘탄소중립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국경까지 넘나드는 운송 과정에 추가로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처음부터 목재펠릿 생산 목적의 벌목이 늘면서 재평가해야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현재 한국 정부는 바이오매스를 이용하는 발전사업자에게 발전량에 맞춰 재생에너지 발전에 대한 보조금 성격의 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발급해주고 있다. 김민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