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억 톤의 샌프란시스코, 지반 8Cm 침하가능

해수면 상승에 지반침하 위험도 겹쳐 가속화

개도국 해안가 도시개발 인공물 무게 큰 위협

 

샌프란시스코 전경.

 

도시화는 도시의 무게를 늘린다. 인구가 늘면서 사람들이 일하고 생활하는 건물과 설비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이다. 인구 전문가들은 전 세계 인구에서 도시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의 50%에서 2050년엔 7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과학연구소는 2020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 인공물의 질량이 생물량을 넘어섰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그 인공물의 태반이 자리하고 있는 곳이 도시다. 갈수록 무거워지는 도시는 지반의 안정성을 얼마나 위협할까?

미국지질조사국(USGS)의 지구물리학자 톰 파슨스(Tom Parsons) 연구원이 대규모 도시 개발이 지구의 표면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계산해 본 연구 결과를 미국지구물리학회(AGU)가 발행하는 공개학술지 ‘에이지유 어드밴시스’(AGU Advances)에 발표했다.

그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위험 지역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를 표본으로 선정해 도시 무게의 계산을 시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2050년까지 해수면이 약 30㎝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 지역이다. 2018년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발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해안 지역은 연간 2㎜씩 가라앉고 있다. 일부 지역은 연간 10㎜에 이른다.

세계의 도시 인구 증가율 추이와 전망. 왼쪽 그래프는 샌프란시스코 인구수 변화, 오른쪽 그래프는 세계 도시 인구 비중 추이. AGU어드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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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무게만으로도 지반 80㎜ 침하 가능성

 

그는 96만5천여동에 이르는 도시의 모든 건물 목록을 기본 자료로 건물 높이, 바닥 면적과 미국토목공학회의 설계 하중 기준 등을 고려해 도시의 총 중량을 계산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광역도시권)의 무게는 약 1조6천억㎏(16억톤)이다. 이는 보잉 747 여객기 870만대, 또는 코끼리 2억5천만마리의 무게에 해당한다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그는 “이는 도심 지역이 자리하고 있는 암석권을 휘게 할 뿐더러 더 나아가 지각을 구성하는 단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이는 샌프란시스코 광역 도시권 775만 인구와 도로나 교량 같은 운송 인프라, 차량 등 건물 이외의 요소는 포함하지 않은 것이다. 그는 “계산 결과는 보수적인 추정치”라고 설명했다.

그는 계산 수치에 이 지역의 지각 구조 특성을 반영해 본 결과, 향후 샌프란시스코의 지반이 80㎜(3.1인치)까지 내려앉을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해안가에 있는 샌프란시스코국제공항 아래의 퇴적물과 대수층은 이미 해마다 4㎜씩 쪼그라들고 있다. 이 공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무거운 건물이다. 2009년 완공된 400가구 규모의 58층 주상복합아파트 밀레니엄 타워는 2016년 지반이 40㎝ 가라앉은 것이 발견돼, 지난해 말 이를 막기 위한 1억달러 프로젝트가 시작됐다고 ‘블룸버그’가 최근 보도했다.

파슨스 연구원은 “다른 주요 도시에서도 샌프란시스코와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도시의 무게는 지금은 큰 문제는 아니지만 앞으로 해수면 상승과 맞물릴 경우 도시의 침수 위험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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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륙 경계선 해안지대, 도시화 빠른 개도국 더 취약

 

도시의 무게 증가는 오랜 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된다.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경우 인구가 1860년 10만명에서 지금의 700만명대로 늘어나기까지 160년이 흘렀다. 따라서 지각에 미치는 영향도 서서히 커진다. 문제는 지각은 한 번 변형되면 복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륙의 안쪽은 상대적으로 암석권이 두텁고 단단하지만 샌프란시스코처럼 지각운동이 활발한 대륙 경계 지역에서는 인위적으로 늘어나는 도시의 무게가 지반에 끼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아직까지 도시의 무게가 지반 침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큰 것은 아니다. 지하수 추출, 지하자원 개발, 지진에 의한 지각판 이동 등 전통적 요인들의 영향력이 훨씬 더 크다.

하지만 도시화 속도가 빠른 개발도상국에선 인위적 무게 증가가 더 빨리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인구 1400만인 나이지리아의 항만도시 라고스는 향후 30년 안에 두 배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층이 단단하지 않아 연간 2~87㎜의 속도로 가라앉는 마당에, 무거운 구조물이 건설된 해안지역에선 이미 지반이 더 빠른 속도로 침하하고 있다고 파슨스 연구원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몇가지 가정을 토대로 모델링한 것이지만 앞으로 지형의 변화, 해수면 상승 위험을 분석할 때 도시의 무게를 또다른 변수로 고려해야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이미 지반 침하 위협을 받고 있는 도시에서는 도시 인공물 무게의 영향에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세계 인구 이동 방향의 대부분이 대륙 내부에서 해안 쪽을 향하고 있는 것도 위험을 더할 수 있는 요소다. 해안 지역은 해수면 상승, 침식, 홍수에 훨씬 취약하다. 전 세계 인구의 37%가 해안에서 100㎞ 이내에 살고 있다. 그는 “도시의 무게가 끼치는 영향은 아직까지는 미미하지만 인구 유입에 따른 개발이 계속되면 문제가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