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불복종' 미얀마 의사 3인 "거리· 사설병원서 의료헌신 지속"

"비슷한 아픈 경험 한국민 응원 감사…내전나도 환자 치료할 것"

 

쿠데타 반대 의미로 빨간 리본을 매단 미얀마 의사 모습 [트위터 캡처]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에 지금까지 가장 큰 타격을 준 저항은 시민불복종 운동(Civil Disobedience Movement·CDM)이다.

의료·금융·교육 등과 같이 국민 생활과 직결되거나 철도·항만 등과 같이 산업의 대동맥을 차지하는 주요 분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서 군사정권에 적지 않은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많다.

민 아훙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지난 7일 성명을 내고 CDM이 병원과 학교, 도로, 사무실 그리고 공장을 멈춰 세웠다고 비판한 것이 그 방증이다.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국제사회에서는 시위가 열려도 그들은 업무를 중단시키지는 않는다"며 "CDM은 국가를 파괴하는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계은행은 올해 미얀마 경제가 10% 뒷걸음질 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 요인으로 '은행과 물류 등 주요 공공서비스 차질'을 거론했다.

이를 의식한 군정은 조만간 모든 주요 부문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큰소리를 치고 있지만, 현지 분위기는 전혀 다르다.

 

"해고는 물론이고 처벌된다"는 위협과 엄포에도 불구하고 관사에서 쫓겨나면서까지 많은 이들이 CDM을 계속하겠다며 결의를 보인다.

연합뉴스는 양곤의 한 종합병원에서 레지던트로 근무하다가 2월1일 쿠데타 이후 CDM에 참여 중인 의사 3명을 지난 12일 양곤의 모처에서 만났다.

 

지난 2월 만달레이에서 의대생들이 시민불복종운동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하는 모습)[AP=연합뉴스]

 

미얀마 의사들은 쿠데타 이후 시민불복종 운동을 이끌었다. 기자가 만난 의사 3명도 쿠데타 이후 누구보다 먼저 CDM에 참여한 이들이다.

이들은 군부 수배령 때문에 집에 들어갈 수 없어서 지인들의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서도 거리에서, 사설진료소 등에서 미얀마 국민들을 위해 쉬지 않고 무료 진료에 참여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기자가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이유를 묻자 "원하지 않는 정부 아래에서 일하고 싶지 않았다"는 대답이 나란히 돌아왔다.

의사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은 쿠데타 정권에 반대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CDM으로 독재정권이 마비되도록 할 수 있다"면서 "CDM을 통해 궁극적으로 독재정권의 뿌리를 뽑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군인과 경찰들이 이 운동에 참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유혈 사태를 최소화하면서 시민불복종 운동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군인과 경찰들이 CDM에 참여할 때까지 끝까지 노력할 것을 다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여전한 상황에서 CDM 참여가 부담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국립병원에는 출근하지 않지만, 무료치료센터를 운영하고, 시위에 앞장서고, 시위 현장에서 다친 시위대에 대한 응급치료를 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또 사립병원에서 최저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다른 의사들도 여러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 "그래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하는데도 국민들이 의사들을 좋지 않은 시각으로 보지는 않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의사 B씨도 "평생 군부독재 아래에서 독재자를 위해서 살아야 하는 공포로 인해 코로나19가 더는 무섭지 않은 것이 돼버렸다"며 국민들이 의사들의 CDM 참여에 비판 보다는 지지를 보내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CDM 운동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와의 관계에 대해 "서로 연결돼 CDM이 CRPH를 뒷받침하고, CRPH 또한 CDM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향후 반(反)군부 운동의 전망에 대해서 A씨는 "시민불복종 운동만으로 싸울 게 아니라 민주 세력도 무장하고 무기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 C씨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쿠데타 이후부터 독재정권과 싸우고 있다"며 "모든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참여하면 우리가 원하는 연방민주정부와 연방군이 구성될 것"이라고 희망 섞인 관측을 내놨다.

그러면서 "CRPH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과 협상을 신속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C씨는 한국에 대해서도 "한국도 군부독재를 겪었다. 또 5·18을 다룬 한국 영화에서 한국민의 저항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며 "비슷한 아픈 역사를 겪었던 한국 국민들이 미얀마 국민의 아픔을 이해하고 지지해줘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투쟁은 결정적인 마지막 투쟁이 될 것"이라며 "지면 군부독재 아래에서 인권을 짓밟히면서 평생을 탄압당하고 살게 되고, 이기면 5년 안에 동남아시아에서 발전하는 좋은 나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C씨는 내전이 일어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시위 현장에서 연결망을 구축해 놓은 단체들과 임시 장소들을 이용해 환자들을 계속 치료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시민 700여명 죽었어도 물 뿌리며 '떼춤'추는 미얀마 군인들

 '조용한 띤잔'과 정반대…"시민들 공포 속 사는데, 침략 외국군 같다"

  군부 방송, 반 쿠데타 인파를 전통설 띤잔 기념 인파로 '가짜 뉴스'

 

음악에 맞춰 물을 뿌리며 춤을 추고 있는 미얀마군 사관생도들.[이라와디 캡처]

 

미얀마는 이번 주 최대 축제인 전통설 띤잔(Thingyan) 연휴를 맞았지만, 유명한 물 축제는 대부분 지역에서 찾아볼 수 없다.

군부의 유혈 진압으로 700명 이상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된 만큼, 올해만큼은 물축제를 하지 말고 이들을 기리며 저항 의지를 다지자는 시민들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SNS에는 이와 전혀 다른 군인들의 모습을 담은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군부라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1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는 만달레이의 한 사관학교에서 전날 생도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보도됐다.

 

1분 분량의 이 영상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수백 명의 생도들이 다채로운 색상의 옷을 입고 손을 위로 흔들거나 아래위로 뛰면서 춤을 추고 있다.

주변에서는 호스와 물총 등으로 이들에게 물을 뿌리는 모습도 담겨 있다.

이라와디는 이 영상에 "2월 쿠데타 이후 숨진 수백 명의 시민들의 희생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른 곳에서는 시민들이 띤잔 축제를 벌이는 것을 거부했다"고 적었다.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도 해당 영상을 공유하면서 "민간인들은 공포 속에서 살고 있는데, 군인들은 띤잔 축제를 기념하고 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불법적인 미얀마 군부는 미얀마를 침략한 외국 군대에 더 가깝다"고 비판했다.

CPRH는 또 "명백히 그들은 자신들이 만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칙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군부는 현재 가택 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에 대해 지난해 11월 총선 유세 과정에서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은 혐의(자연재해관리법 위반)로 기소했다.

한 네티즌도 SNS에 "미얀마 군인들은 700명 이상을 죽인 뒤 띤잔 축제를 펼치고 있다"며 분노를 표시했다.

 

유튜브에도 미얀마 군인들이 띤잔 축제를 즐기는 영상이 올라왔다.

이런 영상은 미얀마 군경이 시민들의 희생 따위는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을 잘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인터뷰한 전·현직 장교 4명은 "군인 대부분이 세뇌됐다" "군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간주한다. 병사 대부분은 일생동안 민주주의를 경험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한 현직 장교는 "대다수 군인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이들에겐 군부가 유일한 현실"이라고 전했다.

 

양곤 중심가 반쿠데타 집 모습을 띤잔 축제 기념 인파로 거짓으로 전하는 군부 방송[SNS 캡처]

 

한편 한 단체는 군부 방송이 양곤의 중심부 광장을 가득 채운 반(反) 쿠데타 집회 모습을 띤잔을 즐기려는 인파라고 속이는 방송을 내보냈다며 관련 장면을 SNS에 캡처해 올렸다.

다른 SNS에는 관영 매체들이 몇 년 전 행사 영상을 가져다가 올해 띤잔 축제 모습이라며 소개하고 있다는 '고발'도 이어졌다.

군부의 이같은 거짓 뉴스는 쿠데타 이후 대학살로 흉흉해진 민심을 가리는 동시에 현재 미얀마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다고 주장하기 위한 속내로 보인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까지 숨진 것으로 확인된 시민들은 715명에 달했다.

 

미얀마군 카친 또 공습… "생라면 · 생쌀연명 숨어 지내"

카친족과 정부군 교전으로 양측 모두 많은 희생자 발생

 

미얀마군이 소수민족 주요 무장세력 중 하나인 카친독립군(KIA) 활동지역과 거주지를 다시 공습했다.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미얀마 군부는 카친독립군이 민주 진영과 손잡고 저항의 움직임을 보이자, 전투기까지 동원해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미얀마군 전투기가 카친독립군이 점령한 초소를 공습한 모습 [카친뉴스그룹 동영상 캡처]

15일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미얀마군과 KIA는 쿠데타 이전까지는 휴전 협상 중이었지만, 지난달 8일 반군부 시위를 벌이던 카친족 2명이 군부 폭력에 숨진 뒤 충돌을 계속해오고 있다.

카친족이 사는 카친주는 미얀마 최북단 지역으로 중국, 인도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KIA는 군과 경찰을 공격했고, 정부군은 박격포 등 중화기는 물론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을 감행했다.

양측은 카친주의 알로 힐 등 전략 요충지를 서로 뺏고, 탈환하기 위해 교전하고 있다.

14일에도 카친주 상공에 전투기가 나타나 마을을 공습한 동영상이 공개됐다.

카친주 주민들은 전투기 공습에 대항할 방법이 없기에 몸을 숨기기 급한 상황이다.

 

특히, 산으로 숨은 주민들이 전투기가 야간에 불빛을 보고 공습할 것을 우려해 요리하지 못하고, 생라면과 생쌀을 씹어먹으며 버티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17세 여학생이 미얀마군 공습 당시 자신이 경험한 일을 설명하는 동영상이 SNS에 퍼졌다.

이 학생은 "오후 7시15분께 공습이 시작돼 달아났다"며 "달빛 아래서 달려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같이 달아나던 누군가가 '엎드려'라고 말해서, 엎드렸고, 계속 도망쳐서 높은 곳으로 숨었다"며 "나흘 밤을 야외에서 보내면서 총소리를 들으면 더 멀리 달아났다"고 덧붙였다.

이 학생은 "생라면 몇 개만 가지고 나왔기 때문에 그걸 먹을 수밖에 없었다"며 "만약 끓이려고 불을 피우면 공습을 받을까 봐 두려웠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쌀로 밥을 짓긴 했지만, 익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그냥 생쌀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미얀마군 공습에 달아난 학생 "생라면 먹으며 버텼다" [트위터 @PVamplify]

미얀마 시민들은 정부군이 비무장 시민들한테도 공습 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정부군의 공격으로 최소 40명이 숨졌고, 수천 명이 대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군에서도 1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이라와디는 보도했다.

정부군이 KIA로부터 전략 요충지를 탈환하려다 참패를 당했다는 것이다.

KIA는 전날 기준으로 정부군 38명을 포로로 붙잡았다.

포로 중에는 홀로 낙오돼 8일 동안 바나나 봉우리(banana buds)만 먹고 버티다 붙잡힌 경우도 있다.

 

미얀마 군경, 박격포 등 중화기 동원…시위대는 게릴라전

“양곤 근처 바고서 박격포 등 발사로 82명 숨져”

소수종족 반군 습격으로 경찰 최소 10명 사망도

 

   9일 새벽 미얀마 군경이 바고에서 중화기로 공격했다는 정황이 보도됐다. 미얀마 나우 트위터 갈무리

 

미얀마 군경이 지난 9일 밤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처음으로 박격포 등 중화기를 발포해 82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위대와 소수종족 반군 단체가 게릴라전으로 군경에 응수하면서, 미얀마의 내전 위기가 한층 고조되고 있다.

10일 <로이터> 통신과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를 보면, 9일 새벽 미얀마 양곤에서 북동쪽으로 90㎞ 떨어진 바고에서 미얀마 군경이 시위대를 공격했다. 이날 시위 목격자들은 군경이 박격포와 유탄발사기 등 화력이 강한 중화기를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한 바고 주민은 <미얀마 나우>에 “그들은 중화기를 발사했다. 아직도 발포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바고 시민들은 이날 군경이 발사한 박격포탄의 잔해를 찍은 사진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상황을 전파하고 있다.

미얀마 시민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이날 공격으로 총 83명이 숨졌고, 바고에서만 82명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 2월 초 쿠데타 이후 10일까지 총 사망자는 701명으로 집계됐다. 한 시위대 관계자는 “집단학살 같았다”며 “그들은 모든 그림자에 총을 쐈다”고 말했다. 이날 군경의 강력한 진압에 공포를 느낀 많은 마을 주민들이 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화기 동원 정황까지 드러났지만 미얀마 군부는 시위대 대량 학살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9일 기자회견에서 조 민 툰 군부 대변인은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시간 내에 500명도 죽었을 수 있다”며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의 군사컨설팅 업체인 제인스는 지난 8일 보고서를 통해, 미얀마 군부가 시위대 정보 수집과 위협 등의 목적으로 중국산 무인항공기(CH-3A)를 활용했다고 밝혔다. 미얀마 공군은 2013∼2015년 중국으로부터 무인항공기 10∼12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경이 시위대를 향해 전시 수준의 무력을 사용하면서, 시위대와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의 반격도 거세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 보도를 보면, 10일 미얀마 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 등은 이날 샨주 나웅몬의 경찰서를 공격했고, 경찰관 최소 10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 현지 매체는 경찰관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군부는 소수종족 무장단체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휴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무장단체들은 군부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민들을 학살했다며 이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는 시민들이 군부를 공격해 군인 3명과 주민 1명이 숨졌다고 <미얀마 나우>가 전했다. 사가잉 지역의 타무 주민들은 이날 군인들이 시위 진압을 위해 마을로 들어온다는 소식을 듣고 고속도로 부근에서 매복해 있다가, 사제 수렵총 등으로 군인들과 교전을 벌였다. 지난 4일에는 이곳에서 시위대가 군용 트럭을 향해 던진 수류탄이 터져 군인 4명이 폭사했다. 한 주민은 “군부에 맞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게릴라전을 벌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얀마 군부는 군경을 공격한 시민들에게 신속하게 사형을 선고하는 등 강력 대응하고 있다. 군부는 또 쿠데타 이후 사망자 수가 9일까지 248명(이날 AAPP 기준 618명)이라며, 군경이 16명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군법원 19명 사형선고... 소수민족 무장단체는 경찰서 공격

 

시위 진압에 무기를 사용하는 미얀마 경찰 [AF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를 상대로 무장 투쟁을 벌이고 있는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이 10일(현지시간) 동부지역의 한 경찰서를 공격해 최소 10명의 경찰관이 사망했다.

미얀마민족민주주의동맹군(MNDAA)과 아라칸군(AA), 타앙민족해방군(TNLA)이 이날 샨주(州) 나웅몬의 경찰서를 공격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현지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샨뉴스는 적어도 10명의 경찰관이 공격으로 숨졌다고 보도했다. 다른 매체는 14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소수민족 무장단체들은 미얀마 군부의 강경 시위 진압을 비판하며 군부에 맞설 연방군을 창설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일부 단체는 미얀마 민주진영의 임시정부 역할을 하는 '연방정부 대표위원회'(CRPH)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구했다.

CRPH는 지난달 말 군부가 주도한 2008년 헌법 폐지를 선언하고 국민통합정부(national unity government)를 구성한다고 밝혔다.

CRPH의 국제사회 대변인 격인 사사 유엔 특사는 연방군 창설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소수민족의 자체적인 군 보유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새 헌법을 만들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기준으로 미얀마에서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이 확인된 이는 618명으로 집계됐다.

 

"미얀마 군사법원, 장병 살해 혐의로 19명에 사형선고"

"쿠데타 이후 첫 사형선고 발표… 최고사령관만 감형 가능"

 군부 "정상 돌아오고 있다… 시민 협력 덕 시위 잦아들어"

 

미얀마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

 

미얀마 군사법원이 9일(현지시간) 장병을 살해했다는 이유로 19명에게 사형을 선고했다고 로이터통신과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영문판 등이 군부 소유 미야와디TV를 인용해 보도했다.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사형선고가 발표되긴 처음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닛케이는 지난달 중순 양곤 등에 계엄령이 선포돼 중범죄는 군사법원에서 다뤄지게 된 이후 첫 사형선고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상급법원 항소는 불가하며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만 사형선고를 뒤집고 감형할 수 있다고 닛케이는 덧붙였다.

미얀마에선 약 30년간 사형선고만 있고 집행은 없었다.

이번에 사형을 선고받은 이들은 '미얀마군의 날'인 지난달 27일 양곤 노스오칼라파에서 칼과 곤봉으로 장병 2명을 공격해 1명을 살해하고 다른 한 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공격 후 오토바이와 총도 탈취했다고 전해졌다.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은 쿠데타 이후 전날까지 아동 48명을 포함해 614명이 군경에 살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군부 대변인 조 민 툰 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까지 248명이 사망했고 여기엔 군경 16명도 포함돼있다고 주장했다.

툰 대변인은 미얀마가 정상으로 돌아오고 있으며 정부 부처와 은행들도 곧 전면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위가 잦아들고 있다면서 "이는 평화를 원하는 이들의 협력 덕이며 우리는 이들을 소중히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미얀마 군부 "군경이 죽이려했다면 한시간에 500명 죽었을 수도"

 "자동화기도 사용 안해" 주장…현지 매체 "그날 중화기 총격 수 십명 사망"

 

기자회견 중인 군사정권 대변인 조 민 툰 준장.

 

미얀마 군사정권 대변인의 '막말'이 또다시 미얀마 국민들을 자극했다.

10일 민주진영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의 SNS 등에 따르면 군사정권의 조 민 툰 대변인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민들에 대한 대량 학살 의혹을 부인했다.

툰 대변인은 "군부가 정말 시민들을 죽이려 했다면 한 시간 내에 500명도 죽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민들은 SNS에서 툰 대변인이 '수 시간 내'라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툰 대변인은 이어 "군경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자동화기를 사용한 적이 없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군부가 시위대에 대해 최소한의 무력만을 사용하는 등 자제하고 있다고 강조하는 가운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발언이 알려지면서 SNS에서는 비난이 쇄도했다.

CRPH는 트위터에서 "군부가 대량학살 의도를 드러냈다"고 비판했다.

한 네티즌은 "그의 말은 군경이 우리를 죽일 것이라고 협박한 것"이라고 공감했다.

다른 네티즌은 "군부가 미얀마 국민의 목숨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발언"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툰 대변인은 앞서 방영된 미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군부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고 반박하는가 하면, 어린이들까지 군경 총격에 사망한데 대해서는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와 같이 억지 주장을 펼친 바 있다.

 몬주 캬익토 지역에서 차량에 기관총을 장착한 군인들.[미얀마 나우 캡처]

그러나 툰 대변인의 주장과는 달리 기자회견 당일에도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수 십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가 목격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특히 군경은 이날 새벽 시위대를 급습하는 과정에서 중화기를 사용했으며, 현지 상황을 보여주는 사진을 보면 폭발하는 탄환도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매체는 전했다.

목격자들은 군경이 시신을 어디론가 가져가면서 정확히 몇 명이 숨졌는지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군부가 시위대 바리케이드에 로켓추진수류탄을 발사한 장면 [SNS캡처/AFP=연합뉴스]

앞서서도 군경이 기관총은 물론, 로켓추진수류탄과 유탄발사기 등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중화기들을 사용하는 장면이 시민들의 SNS를 통해 널리 알려진 바 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이 확인된 이는 618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시신 유기 및 행방불명된 이후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아 실제 사망자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사태 최소 6개월 연장 시사… "반군부 시위 줄어들어" 주장

미얀마 군부, 말 바꾸고.. "쿠데타 아냐, 어린이 학살 안했다" 변명

 

한국 등 18개국 대사 "자유로운 미얀마 시민 열망 지지" 공동 성명

 

미얀마 군부가 9일 비상사태 기간 연장을 시사했다.

2월1일 쿠데타 직후에는 비상사태가 1년이라면서, 그 이후 바로 총선을 치를 것처럼 말했지만 두 달여가 지난 뒤 본색을 드러냈다. 군부는 또 어린이와 민간인 학살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군사정권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9일 수도 네피도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총선은 2년 이내에 치러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툰 대변인은 이날 방송된 미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도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언급했다.

비상사태 기간을 기존 1년에서 최소한 6개월 이상 더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군부가 연장된 비상사태 기간 차기 선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선거 제도나 헌법을 고칠 가능성이 있다.

툰 대변인은 또 "시민들이 평화를 원하면서 반군부 시위가 점점 줄고 있다"면서 "정부 각 부처는 조만간 모두 완전히 정상적인 운영을 재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 민 툰 대변인은 또 반군부 시위에 해외 자금이 돈줄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근거는 대지 않았다.

툰 대변인은 일부 국가들이 군사정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가짜 뉴스"라고 반박하고, "해외 및 이웃 국가들과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위사진), 시위대를 향해 총기를 발사하는 미얀마 군경 모습. [미얀마나우 캡처]

그러나 미얀마 나우와 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는 이날도 양곤과 만달레이를 비롯해 여러 지역에서 반군부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이 중 양곤 인근 바고 지역에서는 군경의 총격으로 시위대 2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미얀마 나우는 현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얀마 주재 18개국 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에 희생된 이들에 대한 연대의 뜻을 밝혔다고 미얀마 나우는 전했다.

대사들은 성명에서 "두달 전인 2월 9일 네피도에서 먀 뚜웨 뚜웨 카인이 총에 맞았다. 그녀 나이 19살이었다"면서 "그때 이후 6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어렵게 얻은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시위하다 죽임을 당했고, 아이들도 살해당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유롭고 정당하고 평화로운 그리고 민주적인 미얀마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이들의 희망과 열망을 지지하기 위해 우리는 단결한다"고 말했다.

대사들은 또 "폭력은 중단돼야 하고, 정치적 이유로 구금된 모든 이들은 석방돼야 하며 민주주의는 회복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공동 성명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영국,유럽연합(EU) 대표부 및 소속 국가와 캐나다,호주,뉴질랜드 등 18개 국가 대사들이 서명했다.

한국 등 18개국 대사들이 미얀마 시민들에 대한 연대 의사를 밝힌 공동 성명.

한편 미얀마 군부는 아울러 어린아이를 포함해 민간인들에게 잇달아 자행되고 있는 대규모 학살에 대한 책임을 전면 부인하고 자신들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9일 CNN에 따르면 군부 대변인인 조 민 툰 준장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우리의 행동은 쿠데타가 아니다"라며 "군부는 부정 선거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미얀마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군부에 의해 자행된 무차별적 민간인 학살에 대해선 "시위대가 공무원들의 업무 집행을 막고 먼저 폭력을 행사했기 때문에 진압이 불가피했다"며 "사상자가 발생했지만 원칙에 맞춰 대응했다"고 강변했다.

군의 무차별 총격에 수십명의 어린이가 희생된 것과 관련해서도 "시위대가 고의로 어린이들을 최전선에 세워 참여를 부추기고 있다"며 "집에 있는 어린이가 총에 맞아 사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국제 사회의 비난을 반박했다.

미얀마 현지 인권 단체와 현지 매체 등에 따르면 현재까지 미얀마 유혈 사태로 인한 누적 사망자수는 600명을 넘어섰고, 16세 미만 어린아이를 포함해 미성년자 최소 48명이 숨졌다.

한편 조 민 툰 준장은 "비상사태가 6개월 혹은 그 이상 연장될 수 있지만, 2년 내에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치러야 한다"며 2년내 투표 개최 의사를 밝혔다.

아웅산 수치와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NLD)의 선거 참여 가능성에 대해선 "배제하고자 했다면 처음부터 그랬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그러나 "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민주주의는 미얀마의 토양과 역사에 부합하는 것"이라며 "서구의 민주주의와는 다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런던 미얀마 대사관도 '쿠데타'…군부 비판한 대사 쫓겨나 배회

부대사 · 무관 등이 출입 가로막아… 대사관 밖엔 군부 비판 시위대 몰려

영, 쿠데타군부 비판-제재 하고도, 미얀마 대사 임기종료 공식 통보 수락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하다가 대사관에서 쫓겨난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비판해 온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가 하극상으로 인해 대사관 밖으로 내몰렸다.

영국 정부는 이런 상황을 비판하면서도 미얀마가 대사 임기 종료를 공식 통보해온 것을 수락했다.

쪼 츠와 민 주영 미얀마 대사는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런던 한복판에서 벌어진 쿠데타"라며 "안으로 들어갈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내 건물이고 들어가야 한다"면서, 입장을 위해 대사관 앞에 머물고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대사관 밖에 세워둔 차에서 이날 밤을 보냈다고 AFP가 전했다.

민 대사는 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로 권력을 잃고 감금된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등 문민정부 지도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최근 몇 주 동안 군부에 등을 돌려왔다.

소식통들은 칫 윈 부대사가 미얀마 대리대사를 맡아 무관과 함께 민 대사의 입장을 막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정부는 쿠데타 발생 후 미얀마 군부 인사들, 군부와 연계된 기업들을 제재하고 민주주의 복원을 요구했다.

앞서 도미닉 라브 영국 외무부 장관은 민 대사의 미얀마 군부 비판에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AFP 통신은 대사가 퇴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날 대사관 앞에 미얀마 군부를 비판하는 시위자들이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민 대사는 자신의 퇴출과 관련한 사안을 영국 외무부와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국 외무부는 8일 아침 미얀마 군부로부터 민 대사 임기가 종료됐다는 공식 통보를 받아서 외교 협약에 따라 수락해야 한다고 밝혔다고 BBC가 보도했다.

외무부는 "전날밤 미야마 정부에 대사 임기 종료 통보는 적절한 외교 채널을 통해서 공식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알렸고, 이후로 통보가 왔으므로 미얀마 정부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외무부는 그러나 칫 윈 부대사가 후임이 된다는 통보는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민 대사는 2013년부터 주영 대사로 재임했으며 군부 쿠데타 비판 성명을 내기 전에 지난달 8일 라브 장관을 만났다. 성명 발표 다음 날 군부는 그를 소환했다.

민 대사에 앞서 지난달 주UN 대사가 공식적으로 군부에 반기를 들었다가 교체됐고 워싱턴 대사도 폭력적 시위 진압을 비판했다.

 

미얀마 군경 발포로 누적 사망자 600명 넘어…어린이만 48명

 현지 매체 "전날 사가잉 등지에서 최소 20명 숨져…총 606명 사망"

 양곤 관공서·군부대 부근서 폭발물 터져…중국계 의류 공장서 화재

 

군경 유혈 진압에 새총으로 맞서는 미얀마 시위대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 군경이 7일에도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는 시위대에 무차별 총격을 가해 최소 20명이 숨지면서 누적 사망자수가 600명을 넘어섰다.

8일 현지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현지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연합(AAPP) 집계와 자체 파악한 신규 사망자 수를 취합한 결과 지금까지 사망자 수가 606명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AAPP에 따르면 누적 사망자 수는 598명이다. 이중 48명은 어린이다.

전날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인한 희생자는 중부 사가잉 지역에서 집중적으로 나왔다.

깔라이에서 11명이 사망했고, 따제에서는 7명이 숨졌다.

군경은 깔라이 골목과 도로 곳곳에 자리를 잡고 그림자만 보여도 무차별 난사를 했다.

사망자 중 3명은 시위에 참가하지 않았지만 실탄에 맞아 목숨을 잃었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따제에서 시위대는 저격용 라이플 등 다양한 무기를 사용하는 군경에 맞서 사체 총으로 대응했다.

바고 지역에서는 2명이 숨졌으며 군경은 시위 참가자를 붙잡기 위해 병동까지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대도시인 양곤의 관공서 및 군부대 주변에서 폭발이 있었으나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또 양곤 교외에 위치한 흘라잉 타야 산업단지의 중국인 소유 의류 공장에서 불이 났으며, 정확한 피해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14일에도 이곳에 위치한 중국계 의복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한 바 있다.

한편 군부는 지난달 27일 미국 대사관 부근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의 용의자로 아예 또 까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군부는 그에게 미국과 미얀마의 정치적 긴장을 조성하기 위해 고압력 공기총을 구입한 뒤 대사관 시설에 납 탄환을 발사한 혐의를 두고 있다.

한편 임시정부격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는 군부가 지난 2월 1일 쿠데타를 일으킨 이후 자행한 광범위한 인권유린 관련 증거 18만여건을 모아 유엔 산하 인권단체들과 공유하겠다고 밝혔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 비판한  '유명인 수배명단' 공개

관영매체 통해 얼굴은 물론 주소·SNS 계정 등도 유포

군사정권 비판 앞장선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 체포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 5(현지시간)자 지면에 실린 기소자 명단. [글로벌 뉴 라이트 갈무리=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관영매체를 통해 쿠데타를 규탄해온 유명인사 신상 등을 담은 '수배명단'을 배포하는 등 비판 세력에 대한 압박을 지속했다.

6(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미얀마 관영매체 '글로벌 뉴 라이트'4~6일자 지면에 '국가 안정성에 영향을 주는 뉴스를 유포해 형법 505a항에 따라 기소된 사람'이란 제목과 함께 명단을 실었다.

공무원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가담하도록 고의로 선동했거나, 불법적인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 지지를 보여주는 정보 등을 유포한 유명인사들이 포함돼 있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미얀마 형법 505a항은 군인과 경찰 등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하거나 직무를 수행하지 못하도록 하려는 의도를 가진 성명이나 기사, 소문 등을 제작·반포·유포할 경우 최대 3년 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CRPH는 군부에 맞서는 민주 진영의 임시정부 격 기구다.

수배명단에는 얼굴이 드러난 사진과 주소는 물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과 계정 프로필도 담겼다.

4~6일 사흘간 명단에 실린 이는 총 60명이다.

가디언은 명단에 포함된 이들의 작품을 방송하면 기소될 것이라고 경고하는 정보부 서한이 방송국에 돌고 있다고도 보도했다.

다만 서한의 진위는 확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배우 미아트 노에 에는 SNS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도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면서 "내 차례가 오면 정말로 두려울 순 있겠지만, 조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한다는 점이 매우 자랑스럽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들이 얼마나 우리를 괴롭히든 정의와 민주주의를 위해 계속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현지매체 미얀마 나우는 '자가나'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유명 코미디언 마웅 뚜라(60)6일 아침 군부에 체포됐다고 밝혔다.

체포 사유 등 구체적인 사항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고 군부의 입장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매체는 전했다.

정치범을 다룬 영화를 만든 감독이자 배우이기도 한 뚜라는 과거 미얀마 군사정권을 앞장서 비판했고 여러 번 투옥되기도 했다. 연합뉴스

 

미얀마 10개 소수민족 반군 "국민과 함께"…유혈 진압 비판

민주진영 '통합정부' 수립에 화답 해석

군부 휴전 제안에 '거부'의사 전달

 

카렌민족연합(KNU) 반군들이 반(反) 쿠데타 시위에 동참한 모습 [로이터=연합뉴스]

 

미얀마의 주요 10개 소수민족 무장단체가 군부 폭력을 규탄하고 국민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4일 통신에 따르면 이들 소수민족 무장단체 지도부는 전날 화상으로 회의를 하고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사용 등 무력 진압을 비판했다.

샨족복원협의회(RCSS)의 욧 슥 장군은 "군부 지도자들은 (유혈 진압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카렌민족연합(KNU)과 RCSS 등을 포함한 이들 소수민족 반군단체 10곳은 앞선 테 세인 정부(8곳) 및 아웅산 수치 문민정부(2곳)에서 각각 휴전 협정을 체결했었다.

이들은 그러나 쿠데타 발발 20일 만에 군사정권 반대 및 시민 불복종운동 지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욧 슥 장군은 휴전협정 체결 당사자인 10개 소수민족 반군은 지난 정부에서 체결한 휴전협정을 재검토할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고 통신은 전했다.

그러면서 "(10개 소수민족 반군단체는) 독재 종식을 요구하는 국민들을 확고하게 지지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미얀마군 공습 피해 정글에 숨은 카렌족: 27일(현지시간) 미얀마 카렌주의 한 마을 주민들이 군의 공습을 피해 정글에 숨어있다. 이날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무장반군인 카렌민족연합(KNU) 관할지역인 이곳을 공습했고, 이로 인해 2명이 사망하고 2명이 다쳤다. 공습을 받은 카렌주 마을 5곳 주민 3천 명가량은 28일 국경을 넘어 태국으로 피신했다. [프리 버마 레인저스 제공, AFP=연합뉴스]

이런 입장은 지난 1일 자로 민주진영이 2008년 군부헌법을 폐기하고 연방민주주의연합을 고리로 '민족 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대외적으로 선언한 데 대한 화답으로 보인다.

당시 민주진영은 소수민족 무장조직들과 연대해 통합정부를 세우겠다고 했지만, 어떤 단체가 참여할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와 함께 지난주 군부가 일방적으로 소수민족 무장단체를 상대로 한 달간의 휴전을 선언한 데 대한 명백한 거부 의사로도 해석된다.

군부는 당시 소수민족 반군과의 휴전을 선언하면서도 안보·행정을 훼손하는 행위는 예외라고 밝혀 반(反) 쿠데타 시위대는 계속 강경 진압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욧 슥 장군은 이와 관련, 휴전에는 시위대 등에 대한 폭력 행위 중단이 요구된다고 반박했다.

한편 쿠데타 이후 남동부 카렌주 인근에서 미얀마 군부와 지속해서 충돌하고 있는 KNU는 이날도 군부의 공습 등을 비판했다.

KNU는 성명에서 "미얀마군이 지난달 27~30일 계속해서 지나친 폭격과 공습을 했다"면서 "이 때문에 아이들을 포함해 많은 이들이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공습으로 인해 1만2천 명 이상의 주민들이 집을 떠나 피신해야 했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을 새 · 닭처럼 죽이고 있다”…미얀마 군 ‘야만의 학살극’

‘국군의 날’ 대규모 시위, 군부 강경 진압
14살 소녀 숨지고 5살 아기도 총 맞아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현지시각) 군부의 강경 진압으로 쿠데타 이후 최대인 10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군경이 시위대는 물론 민가에까지 총격을 해 어린이들도 다수 희생됐다. 이날 최대 도시 양곤에서 숨진 한 남성의 가족들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얀마 ‘국군의 날’인 27일(현지시각) 군경의 강경 진압으로 쿠데타 발생 이후 54일 만에 최대인 110명 이상이 숨졌다. 군경이 시위대뿐 아니라 민가에도 총격을 퍼부어 1살 아기가 눈에 고무총탄을 맞고 14살 소녀가 숨졌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이 28일 미얀마 군경의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나, 국제사회가 허울뿐인 규탄을 넘어 실질적인 행동에 나설 때라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미얀마 현지 인터넷 매체인 <미얀마 나우>는 시위대 수만명이 이날을 ‘저항의 날’이라 이르며 최대 도시 양곤과 2대 도시 만달레이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였으며, 군경 유혈진압으로 최소 114명이 숨졌다고 보도했다. <데페아>(DPA) 통신 등 외신은 28일에도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이어졌고, 전날 숨진 이들에 대한 장례식이 곳곳에서 열렸다고 전했다.

미얀마 국군의 날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인 1945년 3월27일 아웅산 장군 등이 일본군에 맞서 무장항쟁을 시작한 것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로, 원래 명칭이 ‘저항의 날’이었는데 군부가 ‘국군의 날’로 명칭을 바꿨다. 지난달 1일 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사령관은 이날 텔레비전으로 중계된 연설에서 “군은 민주주의를 구하기 위해 국민 모두와 손을 잡으려 한다”고 말했다.

 미얀마 시위대가 27일(현지시각) 양곤에서 저항의 상징으로 세 손가락 경례를 하고 있다. 양곤/AP 연합뉴스

민 아웅 흘라잉의 말과 달리 군부는 26일 국영방송인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앞선 비극적 죽음으로부터 머리와 등에 총격을 받는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워야 한다”며 시민들에게 노골적인 위협 메시지를 보냈다. 27일에는 전날 위협한 대로 실탄과 고무탄 등을 쏘면서 시위대를 폭력적으로 진압했다. 시위대가 설치한 바리케이드도 불을 질러 무력화했으며, 시위대를 찾는다며 주택가를 급습해 시민들을 공격했다. <미얀마 나우> 등 현지 언론은 만달레이에서 40살 남성이 가슴에 총을 맞은 뒤 산 채로 불태워졌다고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 아이의 아버지였던 그는 숨지기 전 “엄마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군경은 특히 아기와 어린이에 대한 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양곤 외곽에서 한살배기 여자 아기가 집 앞에서 고무총탄에 눈을 맞았다고 보도했다. 또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5살 유아도 만달레이에서 군이 쏜 총에 머리를 맞아 위독하다고 전했지만, 사망 여부는 보도가 엇갈리고 있다. 만달레이주 메이틸라에서는 14살 소녀 판 이 퓨가 숨졌다. 그의 어머니는 군인들이 집에 접근하는 소리를 듣고 모든 문을 닫으려고 했지만, 한발 늦었다. 어머니는 <비비시>에 “딸이 쓰러지는 것을 보고 처음에 그냥 미끄러져 넘어진 것으로 생각했는데 딸의 가슴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고 말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 23일 7살 소녀가 집에서 아버지 품으로 뛰어가다가 군이 쏜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어린이의 희생이 잇따르고 있다.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27일까지 423명(<로이터> 추산 440여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는데, 그 가운데 미성년자 20여명이 포함됐다. 만달레이주 민잔시 주민인 투 야 조는 <로이터>에 “그들(군경)은 우리를 새나 닭처럼 죽이고 있다. 심지어 우리들 집에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시위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얀마군은 이날 오후 소수민족 카렌족이 다수 거주하는 카인주 타이 접경지대에서 전투기를 동원한 공습을 가해 최소 2명이 숨졌다고, 민간단체인 카렌평화지지네트워크의 대변인이 밝혔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 일부 의원이 꾸린 연방의회대표자위원회(CRPH) 임시정부가 소수민족 무장단체와의 연대를 발표한 가운데, 공습 몇시간 전 카렌족 무장단체인 카렌민족동맹(KNU)이 이 지역 미얀마군 초소 한 곳을 점령했다고 발표한 데 따른 조처로 보인다.

국제사회 곳곳에서는 미얀마 군부를 강도 높게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버마(미얀마) 보안군이 자행한 유혈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는 군부가 소수를 위해 국민의 목숨을 희생시킬 것이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블링컨 장관은 “깊은 애도를 유족들에게 보낸다”며 “버마의 용기 있는 국민은 군부의 공포정치를 배격한다”고 덧붙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도 트위터에 “미국은 버마 군부가 저지른 혐오스러운 폭력과 쿠데타에 대한 책임을 계속해서 지울 것”이라고 적었다. “버마 국민에 대한 잔혹한 폭력에 맞서 모든 나라가 한목소리를 내기를 촉구한다”고도 덧붙였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28일 “미얀마 군부와 경찰의 비무장 시민에 대한 치명적 무력 사용을 비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국군의 날을 맞아 열린 열병식에서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다. 네피도/AP 연합뉴스

그러나 국제사회가 말뿐만 아니라 본격적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비판도 비등하고 있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 톰 앤드루스는 성명에서 “미얀마 군부가 국민을 대량학살하는 동안, (국제사회의) 비난이나 우려의 말들은 미얀마인들에게는 공허하게 들릴 뿐”이라고 일갈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이 정도 규모의 위기를 검토하고 조처를 해야 할 적절한 장소다. 만약 유엔 안보리가 행동할 수 없다면 미얀마 관련 국제 긴급 정상회의를 즉각 소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구체적으로는 미얀마 군부의 자금줄이 되고 있는 석유와 가스 부문 수출을 차단하고 무기 수입을 막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라오스, 타이 8개국은 27일 미얀마 국군의 날 행사에도 대표단을 파견했다. 러시아는 이들 중 최고위급인 국방부 차관이 참석했고, 민 아웅 흘라잉 사령관은 “러시아는 진정한 친구”라고 추어올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와 중국이 찬성하지 않으면, 미얀마 군부에 대한 안보리 차원의 본격 제재는 어렵다. 조기원 기자

 

미얀마 탈영 장교 “군, 사회와 단절돼…시위대를 범죄자로 봐”

 

뉴욕타임스, 미얀마 장교들 4명 인터뷰
“사회와 단절…군대가 유일한 세계”
“세뇌와 감시로 명령에 의문 못 달아”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 맛본 적 없어”

 

미얀마 국군의 날이었던 27일 군경의 총격으로 시민 131명이 숨진 가운데, 만달레이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대가 부상당한 시민을 들어 옮기고 있다. 만달레이/로이터 연합뉴스

 

“그들은 시위대를 범죄자로 본다. 왜냐면 군대에 불복종하거나 저항하는 사람은 범죄자이기 때문이다.”

지난달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뒤 이달 초 제77 경보병 사단을 탈영한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대부분의 군인들은 삶 전체에서 민주주의를 전혀 맛보지 않았다. 그들은 여전히 암흑 속에 살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28일 <뉴욕 타임스>는 쿠데타 이후 탈영한 2명 등 4명의 미얀마 군 장교들과 한 인터뷰를 토대로 미얀마 군의 폐쇄적인 삶과 사고방식을 소개했다. 미얀마어로 ‘타마도’(Tatmadaw)로 불리는 군은 시위대를 무력으로 진압해 시민 45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2월1일 새벽 트럭에 올랐을 때 무슨 일인지 몰랐다고 한다. 그는 동료가 쿠데타에 관해 귀엣말을 하는 것을 듣고 “그 순간 미얀마의 희망을 잃어버렸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며칠 뒤 자신의 상사가 실탄 상자를 들고 있는 것을 봤다며 “군인들이 국민을 적으로 본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달 초 양곤 시내에서 탄피들을 발견하고는 시민들에게 실탄이 진짜로 발사됐다는 점을 깨닫고 그날 밤 페이스북에 접속해 시민들 여러 명이 숨진 것을 확인했다. 이어 며칠 뒤 탈영해 현재까지 몸을 숨기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장교들의 증언을 토대로, 미얀마 군은 사회와 동떨어진 채 특권을 갖고 자기들끼리 살고, 일하고, 어울리는 한편 상급자로부터 병영과 페이스북에서 끊임없이 감시를 당한다고 전했다. 대부분의 장교들은 영내에서 가족과 거주하고 모든 움직임을 감시당한다. 군부가 쿠데타 이후 이동통신 데이터 접근을 차단한 데에는 상부 명령에 의문을 품기 시작하는 병력을 고립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장교들과 가족들은 쿠데타 이후에는 허가 없이 영내를 15분 이상 벗어날 수 없다고 한다.

최근 탈영한 한 장교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선배들의 모든 명령을 따라야 한다. 그게 정당한지 부당한지 의문을 달 수 없다”고 말했다.

군인들은 감시와 세뇌로 인해 비무장 민간인을 사살하라는 명령도 의문 없이 따른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심리전 훈련을 받은 장교들은 군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북 계정들에 정기적으로 민주주의에 관한 음모론을 심는다. 지난해 11월 아웅산 수치가 승리한 선거를 사기로 묘사하거나, 무슬림이나 서구가 미얀마를 파괴하거나 점령할 수 있다는 등의 주장이다.

한 현직 대위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계와 단절돼왔다. 그들에게는 타마도가 유일한 세계”라고 말했다. 현역 장교는 “군인들 대부분은 세뇌를 당한다”며 “군인들이 외국의 침입에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가짐으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매체와 인터뷰한 군인들은 군대 안에 쿠데타에 대한 일부 불만도 있지만 대규모 이탈이 일어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유혈사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양곤의 한 군의관은 “나는 관두고 싶어도 관둘 수가 없다. 내가 관두면 그들은 나를 감옥에 보낼 것이고, 내가 도망치면 그들은 내 가족들을 고문할 것”이라고 말했다.

툰 미얏 아웅 대위는 “나는 군대를 정말로 사랑한다”며 “그러나 동료 군인들에게 내가 하고픈 말은 이것이다. 나라와 타마도 사이에서 선택해야 한다면 제발 나라를 선택해달라”고 <뉴욕 타임스>를 통해 호소했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


UN·바이든, 시민 131명 살해한 미얀마 군부에 ‘말 뿐인 비난’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이례적 공동성명 내 강하게 비판

 

28일 미얀마 사가잉에서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안전모 등을 쓰고 거리 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이 현지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되고 있다. AFP 연합뉴스

 

27~28일 시민 131명을 사망케 한 미얀마 군부에 대해 국제 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엔(UN)의 최고위급 2명이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등 국제사회의 개입을 촉구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말 끔찍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이 여전히 친 군부적 행보를 보이고 있고, 미국 역시 구체적인 언급을 피한 채 두루뭉술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28일(현지시각) 유엔이 운영하는 <유엔 뉴스>를 보면, 앨리스 와이리무 은데리투 유엔 학살방지특별고문과 미첼 바첼레트 유엔 인권최고대표는 이날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경이 도망가는 시위대는 물론 어린 아이까지 사격했다”며 “이런 수치스럽고 비겁하고 잔인한 행동은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규탄 성명을 낸 유엔 안보리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다른 국제기구들이 미얀마 시민을 구하기 위해 즉시 행동해야 한다”며 “국가가 자국민 보호에 명백히 실패할 경우, 국제사회는 유엔 헌장에 의거해 위험에 처한 시민들을 구하기 위해 적절한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국제형사재판소와 유엔 인권이사회 산하 독립수사기구 등의 제도적 처벌도 요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 군부의) 지속적인 군사적 탄압은 용납될 수 없다. 확고하고 단결되고 단호한 국제적 대응을 요구한다”며 “미얀마에서 발생한 심각한 인권침해에 책임이 있는 자들은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미 델라웨어주 뉴캐슬에서 전용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미얀마 상황에 대해 “끔찍하고 너무나 충격적”이라며 “내가 받은 보고에 의하면 매우 많은 사람들이 불필요하게 죽었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부에 대해 제재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우리가 지금 작업하고 있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도 이날 “자신들의 날(국군의 날)에 자신들의 국민을 겨냥해 군부가 저지른 폭력 고조를 용납할 수 없다”며 “미얀마군은 어제(27일)를 기념하기는커녕 공포와 수치의 날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영국, 호주, 일본, 한국 등 12개국 합참의장도 전날 이례적으로 공동성명을 내어 미얀마군이 군대의 명예를 실추시켰다고 비판했다. 유엔 특별기구인 유엔아동기금(유니세프)와 국제인권단체인 앰네스티도 미얀마 군부의 잔혹한 폭행을 비판했다.

국제 사회가 이구동성으로 비판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당장 미얀마 군부에 대한 구체적인 행동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 등이 군부 인사와 기업 등을 상대로 제재를 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늘고 있다.

유엔 안보리 상임 이사국으로서 미얀마 군부 편에 서왔던 중국과 러시아는 최대 사망자가 발생한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국군의 날 행사에 대표단을 파견하는 등 친군부 행보를 지속하고 있다. 이들이 반대하면, 유엔 차원의 군사적 대응은 사실상 어렵다. 바이든 대통령도 미얀마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구체적인 대답 대신 “보고받은 정보에 따르면”이라고 전제한 뒤 짤막하게 답했고, 제재 여부에 대해서도 “작업하고 있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국제사회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은 급증하고 있다. 현지 시민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의 집계를 보면, 사망자 수는 지난 26일 328명에서 459명으로 늘었다. 미얀마 군부는 10살 이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도 총격을 가하고 시위 도중 숨진 스무살 청년의 장례식에서도 총격을 퍼부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군 무차별 진압 계속 "시신 탈취까지" …사망 275명 넘어

장례식 도중 부검 이유 16세 소년 시신 가져가

국제청원 등 세계각지 시민들 응원행렬 뜨거워

 

미얀마 군인들이 한 사망자의시신을 어디론가 끌고가는 모습.

 

미얀마 군부가 무고한 시민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하는 것도 모자라 시신을 탈취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면서 미얀마 시민들은 물론 세계 각지 지지와 연대를 표하는 민주시민들의 분노도 커지고 있다.

미얀마 군의 이같은 비인간적 행위는 무차별 총격 만행을 은폐하고,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끔찍한 행동으로 보인다.

25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장례를 지원해주는 한 시민단체는 지난 5일 이후 시신이 없는 채 4건의 장례식을 치렀다고 매체에 말했다. 군부가 총격 희생자들의 시신을 가져가 자기들 멋대로 화장했기 때문이라고 이 단체는 전했다.

그러면서 최근 시내에서 군경이 일련의 무차별 총격을 가했던 만큼 탈취된 시신의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체는 지난 21일 이후 군경이 사흘간이나 찬먀따지 지역내 곳곳으로 쳐들어와 총격을 가해다고 전했다.

이 기간 최소 20명이 숨지고, 100명가량이 다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1일에는 군경이 찬먀따지 구에서 열리던 장례식 도중 난입, 부검해야 한다며 총격에 숨진 16세 소년의 시신을 가져가는 일도 발생했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또 만달레이에서 찍힌 영상을 보면 숨진 것처럼 보이는 한 남성을 군경이 죄수수송 차량에 싣는 모습이 나온다고 전했다.

실제 미얀마 시민들이 SNS에 올린 동영상과 사진을 보면 만달레이뿐만 아니라 미얀마 곳곳에서 총을 맞고 숨진 이들을 군경이 어디론가 끌고 가는 모습이 적지 않다.

이 단체는 군경이 처음에는 시신을 부검한 뒤 가족에게 인도하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마저도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23일 현재 275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했지만, 실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군경에 희생된 이들의 가족들은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기 전에 신속하게 장례를 치르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3일 집 안까지 쳐들어온 군경이 쏜 총에 7세 소녀 킨 묘 칫의 가족도 이를 우려했다.

무서움 때문에 아빠의 무릎에 앉아 있던 소녀를 상대로 한 만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공분이 인 만큼, 군경이 시신을 탈취하려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우려한 대로 일단의 군인들이 그날 밤 다시 소녀의 집으로 쳐들어왔다.

킨 묘 칫의 언니인 마이 뚜는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에 "군인들이 오후 11시쯤 집으로 들어가더니 마구 뒤졌다. 그들이 동생의 시신을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집을 나와있었는데, 우려한 그대로였다"고 말했다.

결국 다음날 새벽 가족 및 친지 일부만 참석한 가운데 킨 묘 칫의 장례가 조용히 치러졌고, 소녀는 묘지에 묻혔다.

시민들은 군부의 이같은 만행이 무차별 총질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동시에, 사망자 숫자를 줄이려는 의도라고 보고 있다고 이라와디는 전했다.

 

미얀마 군의 이같은 만행과 미얀마 국민들의 항쟁이 전해지면서 유엔 등 국제정치의 무력한 모습과는 달리 지구촌 시민의 민주항쟁 지지열기는 뜨겁다. 가령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는 8일 시작한 미얀마 군인과 경찰의 폭력 진압을 규탄하는 캠페인에 국내외에서 진나 18일까지만 14만여 명이 호응하고 지지를 표했다고 밝혔다.

 지난 24일 저녁 서울 마포구 서강대학교 로욜라 동산에서 미얀마의 민주화와 평화를 위한 기도회가 열렸다.

'차라리 날 쏴라'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배포하고, 세계 최대 청원사이트인 '체인지닷오아르지'에 청원을 제기하는 방법으로 캠페인을 전개했다.

 

영어와 한국어로 제작된 포스터에는 무릎 꿇은 수녀에게 총을 내린 미얀마 경찰들의 사진과 미얀마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파다욱'의 이미지가 담겨있다.

 

또 국제 청원(chng.it/Pts62b2G)에서는 '미얀마인의 생명을 구하는 글로벌 청원에 동참해 달라'는 호소 글귀를 넣었다.

 

반크는 한국어와 영어 외 일본어, 인도네시아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베트남어, 태국어로도 포스터를 제작해 SNS에서 배포하기로 했다.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머리에 총탄을 맞고 사망한 19살 소녀 치알 신 씨의 이야기를 담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제목의 포스터를 새롭게 제작해 알리는 등 2차 캠페인을 시작했다.

 

치알 신 씨가 입고 있었던 까만색 티셔츠에는 하얀 글씨로 'Everything will be OK'라는 글귀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15세 소년도 숨져… 희생 줄이려 '새벽 · 무인시위' 양곤 등 확산

싱가포르 외교, 아세안 3개국 방문…미얀마 관련대책 모색 관측

 

만달레이에서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군경과 대치 중인 모습.[트위터 캡처]

 

미얀마에서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의해 희생된 이의 숫자가 250명으로 늘어났다.

22일 미얀마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전날 현재 사망자는 250명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AAPP는 이는 기록되거나 AAPP에 의해 확인된 숫자인 만큼, 실제 사망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올린 SNS를 보면 군경이 시신을 유기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 또는 사진이 적지 않다.

또 현지 매체는 행방불명된 이들 중 소식이 닿지 않는 이도 적지 않다고 보도하고 있어, 사망자 숫자는 250명을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제 2도시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전날 밤 시위대를 습격하면서 15세 소년을 포함해 최소한 4명이 숨졌다고 유가족 및 지역 주민들을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또 찬먀타지에서도 군경이 바리케이드 철거 작업을 저지하는 시민들을 향해 총기를 발사, 시민 한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매체는 전했다.

                        중기관총에 사용됐다며 한 시민이 올린 탄피 사진 [트위터 캡처]

이와 관련, SNS에는 전날 밤 만달레이에서 군경이 중기관총도 발사한 증거라며 탄피 사진도 올라왔다.

한 네티즌은 전체 길이가 12.7mm에 달하는 이 총알이 중기관총 또는 대구경 저격용 소총에 사용된다면서 "이런 총알이 민간인을 대상으로 사용돼서는 안된다"고 비판했다.

만달레이에서 전날 밤 기관총을 발사하는 소리라며 올라온 동영상도 SNS에 적지 않다.

 양곤에서 벌어진 '새벽 시위' [AP=연합뉴스]

군경의 막가파식 총격으로 시민 희생이 늘어나면서 최대 도시 양곤과 샨주 시포구(區) 등에서는 희생을 줄이기 위해 '새벽 시위'와 '무인 시위'가 이어졌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만달레이와 중부 몽유와 지역에서는 각각 오토바이 시위와 거리 시위가 벌어졌다.

이런 가운데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들 사이에서 미얀마 사태 해결을 모색하기 위한 아세안 정상회의 개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 [로이터=연합뉴스]

비비안 발라크뤼시난 싱가포르 외교장관이 이날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를 22일 방문한다고 싱가포르 외교부가 밝혔다.

발라크리쉬난 장관은 이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도 잇따라 방문한다고 외교부는 덧붙였다.

이들 국가는 모두 아세안 회원국으로, 발라크뤼시난 장관이 아세안 3개국을 잇달아 방문하는 것은 미얀마 사태와 관련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주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미얀마 유혈 사태 중단을 촉구하면서 아세안 특별 정상회의 개최를 촉구했고,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도 이에 찬성했다.

 

미얀마 사태 악화 … 한국 교민 귀국 임시항공편 추가 편성 추진

19일에도 유혈진압에 11명 목숨 잃어…지금까지 최소 234명 사망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미얀마 쿠데타 항의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유혈진압이 계속되자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이 교민 귀국을 위한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미얀마 한국대사관은 교민 귀국 지원을 위해 오는 26일과 30일에 미얀마국제항공(MAI) 임시항공편을 추가로 편성하는 것을 항공 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20일 밝혔다.

한국대사관은 최근 계엄령 선포 이후 심화하는 정세 불안을 고려했다면서 오는 4월 현지 신년(설)인 '띤잔' 연휴 이전에 귀국을 희망하는 교민은 이번 임시항공편을 이용해달라고 권고했다.

그러면서 미얀마에 재입국하는 문제로 귀국을 망설이는 교민을 위해 애초 20명가량인 미얀마 입국 쿼터를 사실상 배로 늘리는 쪽으로 협의가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지난달 1일 발생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대한 군경의 실탄 발사 등으로 지금까지 최소 234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현지 매체 이라와디가 보도했다.

또 다수의 중상자들도 나와 희생자가 더 늘 것으로 우려된다.  

전쟁터 방불케 하는 미얀마 쿠데타 규탄 시위 현장 [양곤 로이터=연합뉴스]

국제사회가 잇따라 군부의 폭력 사용 중단을 촉구한 지난 19일에도 최대 도시 양곤과 제2 도시 만달레이, 북부 샨주(州)에서 군경의 유혈진압으로 최소 1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미얀마 내 미국, 유럽연합(EU), 영국 등 대사들은 공동 성명을 내고 군부의 유혈진압을 '비도덕적이고 변명의 여지가 없는' 행위라고 비판하며 폭력 중단을 촉구했다.

또 인도네시아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미얀마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특별 정상회의를 개최해야 한다고 촉구했고, 무히딘 야신 말레이시아 총리가 이에 동조했다.

테오도로 록신 필리핀 외교장관도 아세안이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EU도 다음 주 미얀마 군부 지도자와 군부가 운영하는 기업에 대한 제재를 단행할 전망이라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 집에 있는 여고생까지 조준 사살 만행

앞서 총격으로 숨진 여성 묘 파헤치는 등 잇단 사인 조작시도 분노

 

친구 집에 있다가 미얀마군의 저격으로 숨진 여고생 [이라와디 웹사이트 캡처] 

 

미얀마 전역에서 군부 쿠데타에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군인이 대낮에 집에 있는 여고생까지 저격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지난 15일 미얀마 중부 만달레이 지역의 한 마을에서 마 티다 에(16·여·고교 2년)가 친구 집에 있다가 군 저격수의 총격을 받고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마 티다 에는 총성이 들리자 친구 집으로 가 있다가 변을 당했고, 함께 앉아 있던 친구도 총격을 받아 손가락에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 티다 에의 아버지 우 윈 차잉은 "딸은 마을로부터 300m가량 떨어진 언덕에서 저격수가 쏜 총탄에 2차례나 맞았다"면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도착하자마자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말했다.

이날 마을 어귀에서 군인들이 쿠데타 항의 시위 참여자 일부를 체포하자 주민과 충돌했다. 체포된 시위대는 결국 풀려났지만, 군용 트럭 옆을 지나던 한 여성이 군인이 쏜 총에 부상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같은 소식을 들은 다른 주민들이 지나가는 군용 트럭을 세우고 군인 5명 가운데 2명을 붙잡았다. 나머지 3명이 인근 산으로 달아나 저격용 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고 우 윈 차잉이 전했다.

그는 또 "병원에서 집으로 가는 다리에 군인이 배치돼 있어 딸의 시신을 병원 근처에 묻었다"면서 "집으로 운구할 경우 군이 (사인 조작 등을 위해) 시신을 탈취할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얀마 군경은 지난 5일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서 경찰의 총격으로 숨진 치알 신(19·여)의 무덤을 파헤쳐 시신을 도굴한 뒤 현장에서 부검하는 듯한 행각을 벌이고 다시 매장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태권도와 춤을 사랑하며 '에인절'(Angel)로도 불렸던 치알 신이 '다 잘 될 거야'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항의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한 뒤 이 문구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오르자 벌인 일이다.

이날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군경이 시신 도굴했던 치알 신의 묘와 도굴군경이 놓고간 물품들. [만달레이<미얀마> 로이터=연합뉴스]

이에 앞서 군정은 지난달 9일 수도 네피도 시위 현장에서 처음으로 경찰의 실탄에 머리를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열흘 만에 숨진 먀 뚜웨 뚜웨 카인(20·여)의 사건을 조작해 사회적 공분을 산 바 있다.

당시 국영 신문은 "부검 결과 카인의 머리에서 납 조각이 발견됐고, 이는 경찰이 쓰는 탄환과 다르다"면서 "일부 다른 외부 세력이 사용한 무기에 희생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군부가 반(反) 쿠데타를 외치는 시민들에게 실탄을 난사하면서 사망자 수가 200명을 넘어섰다.

군부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심각한 부정이 발생했는데도 문민정부가 이를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지난달 1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았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돈줄 끊는 EU…시민 ‘불복종 운동’ 자금 옥죄는 군부

군부에 자금지원 기업 제재…쿠데타군은 불복 공무원 50여명 체포

 

16일 미얀마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가 사망한 한 의대생의 장례식이 열리고 있다. 양곤/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이 미얀마 군부로 향하는 ‘돈줄’을 옥죄는 제재에 돌입한다. 반면 미얀마 군부는 시민들의 쿠데타 반대 운동을 지원하는 외부 자금 옥죄기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16일(현지시각) 유럽연합이 미얀마 군부를 위해 수익을 창출하거나 미얀마 군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기업들에 재정적 타격을 주는 방안 등을 오는 22일 확정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이날 상원에 출석해 “예산 지원을 모두 중단할 것이고, 쿠데타에 책임이 있는 이들을 직접 겨냥해 개인과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타격할 대책을 내놓을 것이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번 제재가 적용되면 지난달 쿠데타 발생 이후 가장 의미있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 통신은 평가했다. 앞서 미국이 미얀마 군부 사령관과 그의 가족들에 대한 경제 제재를 발표한 바 있다.

미얀마 군부는 시민불복종 운동을 지원하는 외부 자금에 대한 탄압에 들어갔다. <로이터> 통신은 현지 관영언론을 인용해 미국의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설립한 ‘열린사회 재단’의 미얀마 지부 직원들이 미얀마 외환 당국의 허가 없이 140만달러를 현지 화폐인 ‘짯’으로 인출한 혐의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관영언론은 여러 단체가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 운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열린사회 미얀마’ 재단은 성명을 통해 “미얀마 열린사회 재단이 당국 허가 없이 외화를 환전해 불법 용도로 썼다는 주장은 거짓”이라며 “재단 설립 취지에 맞게 자금이 쓰였다”고 밝혔다.

한편, 시민 불복종 운동에 참여했다 체포된 공무원들이 무더기 실형을 선고받았다. 17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최근 남서부 에야와디 지역에서 시민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형제 경찰관 2명은 징역 1년을, 수도 네피도 공무원 8명은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다. 미얀마 군부는 최근 불복종 운동에 참여한 공무원 50여명을 체포했다. 최현준 기자

 

수치측 유엔특사 "유혈진압 계속되면 내전"… 군부 "반역죄 기소"

"미얀마 쿠데타 최소 183명 사망" … 계엄령 양곤 흘라잉타야  '대탈출'

수치측, 포스코 등에 "군부에 수익금 지급말라"…직원 일부 시민불복종"

 

양곤 흘라잉타야 지역의 미얀마 군경 [AFP=연합뉴스]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군경의 무차별 총격으로 지난 14일 하루에만 7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는 등 유혈진압 희생자 수가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있다.

16일 미얀마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군경의 폭력에 의해 숨진 이는 전날 현재 최소 183명으로 집계됐다.

AAPP는 지난 14일 하루에만 양곤 산업단지 흘라잉타야 및 다른 지역에서 무려 74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쿠데타 이후 하루 사망자 규모로는 최대다.

희생자 중에는 15세 소녀 한 명 등 18세 이하 미성년자 3명이 포함됐다고 AAPP는 전했다.

AAPP는 또 전날에도 최소 20명이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도 중부 꼴린에서 한 명이 사망, 사망자가 최소 184명이라고 보도했다.

현지 매체 미얀마 나우는 계엄령이 내려진 양곤 남다곤에서 이날 오전 한 명이 군경의 총에 맞아 숨졌다고 보도했다. 이 경우, 최소 185명이 이날까지 군경의 폭력에 숨진 것으로 추산된다.

        산업단지인 흘라잉타야를 떠나는 이주노동자들. [이라와디 캡처]

특히 14일 하루에만 60명 안팎이 숨지고 중국계 공장 몇 곳이 불에 타 계엄령이 선포된 흘라잉타야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대탈출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양곤에서는 흘라잉타야를 비롯해 6곳에 계엄령이 내려졌다.

흘라잉타야는 봉제공장 등이 밀집한 산업지대로 미얀마 다른 지역에서 온 노동자들이 대거 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이날 오전부터 이주 노동자들이 대거 떠나는 모습이 목격됐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불타는 중국계 공장 [AP=연합뉴스]

시민 희생이 급증하자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측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주의 민족동맹(NLD) 소속 당선자들이 구성한 '연방의회 대표위원회'(CRPH)가 임명한 사사 유엔 특사는 전날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에서 "가능한 한 빨리 (군부를 압박하는) 국제적 연합세력을 형성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본 것 중 가장 큰 내전이 일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사 특사는 시민들이 너무 절박해져 소수민족 무장 반군과 함께 군부에 맞서 싸울 수밖에 없다고 결정하게 되면 전면적인 내전이 발발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달 1일 쿠데타 사태 이후 민주진영 고위 인사가 '내전'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된다.

이러자 군부는 사사 특사를 반역죄로 기소했다고 군부가 운영하는 미야와디TV 가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군부는 해외 거주 중인 샤샤 특사에 대해 시민불복종 운동을 부추긴 점, 국제사회 제재를 촉구한 점 그리고 불법 조직인 CRPH의 유엔 특사로 활동하고 있다는 점을 기소 이유로 들었다.

 CRPH가 포스코에 보낸 것으로 알려진 공문. 군부와의 사업 중단 및 수익금 지급 유예 요청을 담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CRPH는 한국의 포스코를 비롯, 프랑스의 거대 에너지 기업 토탈과 말레이시아의 페트로나스, 태국의 PTTEP 등 미얀마에서 에너지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 기업들에 대해 군부에 수익금 지급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에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CPRH는 지난 5일 각 업체 대표 앞으로 발송된 것으로 적힌 이 문서에서 "군사정권과 사업을 즉시 중단하고, 합법적이고 민주적으로 선출된 정부가 정상적 기능을 재개할 때까지 수익금 지급을 유예하고, 이를 보호되는 계좌에 보관해 놓을 것을 공식적으로 요청한다"고 적었다.

미얀마 나우는 한국 포스코가 운영하는 서부 라카인주 연안의 슈웨 천연가스 프로젝트 현장에서 일하는 미얀마 기술자 60명가량이 전날부터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하기 위해 근무를 중단했다고 근로자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한편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달 1일 쿠데타 이후 북부 일부 지역에서 쌀값이 최대 35%가량 상승했으며, 연료 가격도 약 15% 상승해 빈곤층이 타격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반쿠데타 지원 의혹’ 소로스 재단 직원 체포

 

조지 소로스.

 

미얀마 군부가 억만장자 투자자 조지 소로스가 지원한 재단이 쿠데타 반대자들에게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보고 조사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16일 현지 군부매체인 <글로벌 뉴라이트 오브 미얀마> 보도를 인용해, 미얀마 자선 재단인 ‘열린 사회 미얀마’가 외환관리 당국의 허가를 받지 않고 달러 자금을 송금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총 140만 달러가 당국 허가 없이 미얀마 화폐인 ‘짯’으로 교환됐고, 이로 인해 재단 직원 1명이 체포되고, 11명이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군부 매체는 지난달 초 시작된 쿠데타 반대 운동인 ‘시민 불복종 운동’(CDM)에 정체 불명의 단체들이 현금 지원을 하고 있다며 ‘열린 사회 미얀마’의 재무 담당자도 지난 12일부터 이와 관련해 조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유대인 출신인 소로스는 1984년 민주주의와 인권 운동 등을 지원하기 위해 ‘열린사회 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수백억 달러를 기부했다. 아프가니스탄과 남아프리카 등 40곳이 넘는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열린 사회 미얀마는 미얀마의 민주화와 교육 등을 지원하는 단체로 2017년 정식 등록됐다. 지난해 예산은 460만 달러이며, 평등과 차별철폐, 교육, 보건 사업 등에 쓰였다. 최현준 기자

 

미얀마 정치인들, 반군부 대안정부 수립…소수민족도 규합

쿠데타로 축출된 의원들 중심 연방대표위 구성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 군부 타도 ‘혁명’ 촉구
무장투쟁 소수민족과 연대한 ‘연방민주주의’ 표방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의원들이 결성한 연방대표위에 의해 부통령 대행으로 임명된 만 윈 카잉 탄 전 상원 의장. <미얀마 타임스> 갈무리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 정치인들이 대안정부 수립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군부 ‘혁명’을 표방하는 임시정부 성격의 이 대안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미얀마 사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안정부의 부통령 직무대행인 만 윈 카잉 탄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첫 대중연설에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수행하겠다며,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새벽이 다가온 순간”이라며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지난달 1일 군부 쿠데타로 축출된 연방의원들은 지난주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를 구성하고, 만 윈 카잉 탄 전 연방의회 상원 의장을 부통령 직무대행으로 임명했다. 그를 비롯해 집권여당인 민족민주동맹(NLD) 소속 의원들은 군부를 피해 도피 중인 상태에서 연방대표위를 결성했다.

쿠데타 이후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만 윈 카잉 탄 부통령 대행은 성명에서 “이 혁명은 수십년 동안 다양한 형태의 억압에 고통받아온 모든 민족 형제들이 정말로 희구하는 연방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우리의 노력을 합치는 기회”라고 밝혔다. 그는 “국민이 스스로를 보호하는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연방대표위가 필요한 법들을 제정할 것”이라며, 임시 국민행정팀에 의해 공공행정이 처리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만 윈 카잉 탄의 발언은 군부에 의해 탄압받았을 뿐만 아니라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간정부에서도 홀대받은 소수민족에게 “반군부 투쟁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한 것과 다름없다. 실제로 외신은 대안정부가 무장투쟁으로 단련된 소수민족들에게 반군부독재 연합전선을 펴자는 본격적인 신호를 보낸 것으로 해석한다. 연방대표위도 주요 소수민족 무장단체 대표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민족민주동맹 소속으로 하원과 상원 의장을 잇따라 지낸 만 윈 카잉 탄 역시 미얀마 최대 소수민족의 하나인 카렌족 출신이다. 만 윈 카잉 탄의 성명이 발표된 페이스북 게시물에는 “당신은 우리의 희망이다. 우리 모두는 당신과 함께한다” 등 지지글 수천개가 달렸다.

통행금지에 아랑곳 없이 야간시위를 벌이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

미얀마는 다수민족인 버마족이 인구의 70% 가까이를 차지하나, 나머지 135개 소수민족으로 이뤄진 다민족 연방국가다. 영국으로부터 독립해 건국한 이후 버마족 중심의 중앙집권적 통치로 소수민족들이 반발하며, 내전 상태가 이어졌다. 카친족, 카렌족 등 소수민족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이후부터 자치와 독립을 위한 무장투쟁을 벌여왔고, 이를 진압하던 군부로 권력이 집중됐다. 미얀마의 소수민족 문제는 군부가 60년 동안 권력을 유지한 배경이 됐다. 오랜 가택연금 기간 내내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다가 집권한 아웅산 수치 정부마저 군부의 로힝야족 탄압을 지지해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민족민주동맹이 소수민족까지 규합해 반군부 혁명을 선언하자, 군부는 연방대표위 자체가 불법이라고 선포하고 나섰다. 또 이와 접촉하는 어떤 이들도 사형에 처해질 수 있는 반역죄 혐의를 받을 것이라고 공포했다. 만 윈 카잉 탄의 성명이 나온 13일에도 미얀마 전역에서는 반군부 시위가 벌어져, 최소 12명이 군부의 무력진압으로 숨졌다고 <비비시>(BBC) 방송 등이 보도했다. 정의길 기자


미얀마 38명 사망 ‘또 피의 일요일’…양곤 일부 계엄령 선포

 

14일 미얀마 만달레이에서 전날 군부의 총격으로 사망한 한 시민의 가족들이 주검을 바라보면서 울고 있다. 만달레이/AFP 연합뉴스

 

미얀마 군부가 휴일인 14일 쿠데타 반대 시위대에 총격을 가해 최소 38명이 사망했다. 지난달 초 쿠데타 반대 시위가 시작된 이래 누적 사망자 수가 100명을 넘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군경의 발포로 이날 하루 미얀마에서 시위 참가자 가운데 최소 38명이 살해돼, 누적 사망자가 최소 126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여태까지 최다였던 지난 3일 38명이 숨진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날 사망자 중 22명은 미얀마 최대도시 양곤의 산업지대 흘라잉타야에서 나왔다. 시민들은 양곤 곳곳에서 군경의 진압에 대비해 모래주머니를 쌓고 철조망으로 바리케이드를 구축한 채 시위를 벌였다. 군경은 시위대를 향해 무자비하게 최루탄과 실탄을 쏘면서 진압했다. 흘라잉타야에는 중국 공장이 있어, 일부 중국인들이 다치고 중국 공장이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오후 양곤 내 흘라잉타야와 쉐삐타 등 두 곳에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미얀마 국영 언론이 전했다. 미얀마 군부는 이날 시위를 진압하던 경찰 1명이 숨지고 다른 경찰 3명이 다쳤다고 국영 <엠아르티브이>(MRTV)를 통해 밝혔다.

유엔의 크리스티네 슈라너 부르게너 미얀마 특사는 이날 사태를 강력히 규탄했다. 부르게너 특사는 성명을 통해 “지역 내 행위자들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미얀마 국민, 그리고 그들의 민주적 열망과 연대하는 데 힘을 합쳐야 한다”며 “의료진까지 겨냥한 지속적인 잔혹 행위와 공공시설 파괴는 평화와 안전에 대한 전망을 심각하게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14일 미얀마 양곤에서 한 시민이 방패로 몸을 가린 채 거리에 쓰러진 시민을 끌어 당기고 있다. 양곤/AFP 연합뉴스

미얀마 주재 중국대사관은 이날 성명을 내어 “미얀마에 모든 폭력 행위를 중단하고 법에 따라 가해자를 처벌하며, 미얀마 내 중국 기업과 직원들의 생명과 재산을 보장하기 위한 효과적인 조처를 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미얀마 시민들의 반중 정서가 확산하는 가운데,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자 이에 대한 보호를 요구한 것이다. 중국대사관에 따르면 흘라잉타야의 피복공장들에서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사람들의 공격으로 많은 중국인 직원이 다쳤고 중국이 투자한 공장들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한편,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에 저항하는 민간 정치인들이 대안정부 수립을 발표하고,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구했다. 반군부 ‘혁명’을 표방하는 임시정부 성격의 이 대안정부가 국제사회의 인정을 받고 미얀마 사태 해결의 변수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안정부의 부통령 직무대행인 만 윈 카잉 탄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뤄진 첫 대중연설에서, 군사정권을 타도하는 ‘혁명’을 수행하겠다며, ‘연방의회 대표 위원회’(CRPH)에 대한 국내외의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금은 이 나라의 가장 어두운 순간이자 새벽이 다가온 순간”이라며 군부독재를 타도하고 연방 민주주의를 구현하자고 촉구했다고 <로이터> 등 외신이 보도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