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새 출산 비중 0.9%서 1.2%로 껑충… 태아 · 산모 위험에 잇단 규제

한국, 증가율 3배 넘어 세계 최고, 출생아 절반 감소때 쌍둥이 30% 증가

 

 

1978년 세계 최초로 시험관아기를 탄생시킨 체외수정(IVF) 기술은 자연임신이 안 돼 애태웠던 난임부부들에게 새로운 희망과 축복을 안겨다줬다. 첫 시험관아기가 탄생한 이후 40년 동안 이 기술 덕분에 생명을 얻은 아기가 800만명을 넘고, 이 기술을 개발한 의학자에겐 2010년 노벨 생리의학상이 주어졌다. 체외수정 기술은 시험관에서 난자와 정자를 수정한 뒤 배아를 자궁에 이식한다고 해서 시험관아기 시술이라고도 부른다.

그런데 이 기술은 또 다른 현상을 낳았다. 임신성공률을 높이려는 과정에서 쌍둥이를 임신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이다. 요즘엔 주변에서 쌍둥이를 보는 게 그리 어렵지 않다. 전체 출생아 수가 줄어드는 반면 쌍둥이는 오히려 늘어나는 나라도 있다. 한국이 그런 사례다. 한국의 출생아 수는 2000년 63만명에 2019년 30만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지만, 같은 기간 쌍둥이는 1만700명에서 1만4천명으로 30%가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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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연간 166만쌍…신생아 42명 가운데 하나꼴

세계적인 저출산 고령화 추세 이면에서 진행되고 있는 쌍둥이 붐이 역사적 정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옥스퍼드대 크리스티안 몬덴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진이 165개국의 1980~2015년 통계 등을 분석해 지난 12일 유럽인간생식발생학회의 국제학술지 ‘인간생식’(Human Reproduction)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전 세계 쌍둥이 출산률은 30년새 0.9%에서 1.2%로 30% 이상 높아졌다. 신생아 수 기준으로 보면 전체의 2.4%가 쌍둥이다. 지구상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42명 가운데 한 명은 쌍둥이라는 얘기다.

한 해 태어나는 쌍둥이들이 1980~85년 연평균 116만5천쌍에서 2010~2015년엔 166만3천쌍으로 43% 늘어났다. 반면 이 기간 중 전체 출생 횟수는 연간 1억2880만에서 1억3860만으로 약 8% 늘어나는 데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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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쌍둥이 아기 비율 4.6%…아프리카, 유전적 요인으로 쌍둥이 많아

연구진은 1980년대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쌍둥이 비율(출산 횟수 기준)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쌍둥이가 차지하는 비중의 증가율이 아시아에선 32%, 북미에선 71%였다. 특히 한국의 경우 1980년대 초반 0.5%에서 2010년대 초반 1.54%로 증가율이 무려 3배에 이른다. 한국에서 첫 시험관 아기가 탄생한 해가 1985년인 점을 고려할 때 매우 가파른 증가세다. 통계청이 매년 발표한 2019년 출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출생아 수에서 차지하는 쌍둥이 비율은 4.6%에 이른다. 이를 근거로 추정하면 현재 한국의 쌍둥이 출산 비율은 2%를 훌쩍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웃 중국과 일본도 이 기간 중 쌍둥이 비중이 커졌다. 하지만 증가율은 한국에 크게 못미친다. 일본은 같은 기간 0.61%에서 0.96%로, 중국은 0.65%에서 0.98%로 높아졌다.

시험관아기 시술이 활발하지 않은 아프리카에선 쌍둥이 비율에 거의 변화가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아프리카에서는 쌍둥이가 태어나는 비율이 매우 높아 현재 1.7%에 이른다. 몬덴 박사는 아프리카의 높은 쌍둥이 비중은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유전적 요인 때문으로 보인다고 과학 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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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출산도 한 요인…30대 후반 산모 쌍둥이 비율 가장 높아

늘어난 쌍둥이 대부분은 이란성 쌍둥이다. 이란성 쌍둥이는 두 개의 난자와 두 개의 정자가 각기 수정해 태어난 아이들이라는 걸 뜻한다. 따라서 이란성 쌍둥이는 동시에 태어났을 뿐, 서로 다른 유전정보를 갖고 있다.

이란성 쌍둥이가 늘어나는 것은 난임부부들의 임신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주사로 한 번에 두개 이상의 난자를 채취해 수정한 뒤 자궁에 이식하기 때문이다.

쌍둥이가 늘어나는 또 하나의 원인은 출산 연령의 고령화다. 선진국이나 중진국의 경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가 활발해지면서 결혼 시기와 출산 시기도 갈수록 늦어지고 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난포자극호르몬 분비가 활발해져 한 번에 두개의 난자를 배출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의 경우 30대 후반(35~39살) 산모에게서 쌍둥이 비율이 6.9%로 가장 높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전 세계적인 쌍둥이 증가 현상은 체외수정의 영향이 고령출산에 의한 것보다 평균 3배 더 크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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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보조생식 기술 규정 강화

시험관아기 시술에서 우려할 점은 쌍둥이를 임신했을 경우 조산 및 저체중아 출생 위험이 상대적으로 더 높다는 점이다. 산모에게도 임신성 당뇨, 산후 우울증 등 임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진다.

이에 따라 많은 나라에선 모성 보호를 위해 2000년께부터 보조생식 기술에 대한 규정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예컨대 영국에선 불임 클리닉에서 체외수정 시 하나의 배아만 자궁에 이식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부터 시험관아기 시술시 이식할 수 있는 배아 수를 최대 5개에서 3개로 제한하고 있다.

연구진은 이에 따라 쌍둥이 비율은 선진국의 경우 2010~2015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10년 안에 하락세로 돌아섰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진은 그 근거로 유럽에서 단일 배아 이식 횟수가 1990년대엔 10% 남짓이었으나 2017년엔 40%로 높아진 점을 들었다. 또 2개 이상의 배아를 이식하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넘는 55% 안팎이지만, 이 가운데 3개 이상 배아를 이식하는 사례는 감소했다. 연구진은 그러나 이는 앞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시험관아기 시술이 얼마나 시행되느냐에 따라 상쇄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곽노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