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디트로이트와 시범경기서 선발승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투수로 ‘눈도장’

 

토론토의 류현진이 15일 열린 메이저리그 시범경기서 역투하고 있다. 레이트랜드/USA투데이 연합뉴스

 

‘토론토의 에이스는 나야, 나.’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34·토론토 블루제이스)이 시범경기서 첫 승리를 따냈다. 최고 시속 148㎞ 패스트볼과 날카로운 슬라이더의 제구를 앞세운 류현진의 피칭은 토론토의 에이스다웠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최지만(탬파베이 레이스)·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등 다른 코리안 메이저리거가 부상 등으로 부진한 사이, 맏형 류현진은 자존심을 지켰다.

류현진은 16일(한국시각) 미국 플로리다 레이클랜드 퍼블릭스필드 앳 조커머천트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1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시범경기 디트로이트 타어거즈전에 선발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동안 2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삼진 4개를 잡고 볼넷은 1개도 없는 완벽한 투구였다. 총 투구수는 49개. 류현진의 활약에 힘입어 팀은 4-0으로 완승했다.

완벽한 제구가 빛났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패스트볼의 속도도 되살아 났고, 결정구인 커터,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다양하게 구사하며 디트로이트 타자들을 꽁꽁 묶었다.

 1회, 첫 타자 빅터 레예스를 삼진으로 잡은 류현진은 2번타자 제이머 칸델라리오에게 2볼까지 몰린 상황에서 삼진아웃 시키는 저력을 과시하며 산뜻한 출발을 알렸다. 고비를 넘긴 류현진은 3번 로비 그로스먼을 우익수 플라이 아웃시키며 1회를 마무리했다.

 2회에는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미겔 카브레라를 1루수 파울 플라이로 돌려세운 류현진은 후속 타자를 모두 범타처리하며 6명의 타자에게 안타를 허용하지 않았다.

 3회 류현진은 안타를 허용하며 잠시 주춤했다. 윌리 카스트로와 노마르 마자라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 2루에 몰렸지만, 후속 타자를 범타와 삼진 처리하며 뛰어난 위기 관리 능력을 선보였다. 특히 레예스를 삼진 처리한 체인지업은 사인 미스가 나 잘못 던진 공이었는데, 타이밍이 좋아 레예스의 방망이가 헛 돌았다. 당시 류현진은 사인 미스에 머쓱한 듯 웃음을 지어보이기도 했다. 위기에서 벗어난 류현진은 4회 마지막 이닝서 강타자 카브레라를 땅볼도 잡는 등 3타자를 모두 범타 처리하며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지난 6일 볼티모어 오리올스전 이후 열흘 만의 등판에서 류현진은 만점짜리 성적표를 받아 정규 시즌 개막전 선발 투수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도 4.50에서 1.50으로 크게 낮췄다. 최근 현지 언론의 부정적인 전망에 맞서 통쾌한 복수를 한 셈.

류현진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투구 수를 차근차근 늘리고 있다. 오늘도 준비한 대로 경기했다. 정규시즌 개막까지 2, 3주 정도 남았는데 그 안에 몸을 다 만들 수 있다”면서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정국 기자


SSG 타자들이 추신수 방망이에 놀란 이유는…

 

SSG 랜더스 추신수가 지난 14일 울산 문수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KBO리그 케이티 위즈와 연습경기를 앞두고 인터뷰하고 있다.

 

한국에 입성한 ‘추추트레인’. 연일 화제를 낳고 있는 가운데 에스에스지(SSG) 랜더스 선수들도 덩달아 신이 났다.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와 함께 훈련하면서 분위기가 한층 들떠 있다. 추신수가 연습 배팅에서 방망이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도 “와~”하는 탄성이 나온다. SSG 이진영 타격코치도 마찬가지다. 2009 세계야구클래식(WBC)에서 함께 대표팀 유니폼을 입었던 이진영 코치는 “그때와는 느낌이 다르다”고 말한다.

일단 추신수가 휘두르는 방망이 길이와 무게에 놀랐다. 이 코치는 15일 저녁 〈한겨레〉와 통화에서 “추신수가 한국 나이로 마흔살인데도 길이 35인치, 무게 35온스 방망이를 휘두른다. 이런 방망이는 훌리오 프랑코(전 삼성 라이온즈) 이후 처음”이라고 했다. 35온스는 992g으로 1㎏에 가까운 무게다. 보통 국내 강타자라 하더라도 860~900g 정도 무게의 배트를 쓴다. 무거운 배트는 타격 타이밍만 맞으면 가볍게 휘둘러도 비거리가 나오게 된다. 추신수는 좌우투수 상대에 따라 다른 무게, 다른 길이의 방망이를 쓰기도 한다. 이 코치는 “힘을 50%밖에 안 썼는데도 가볍게 담장을 넘겨버리더라. 바깥에서 훈련한 게 6개월 만인데 이런 타격감을 보여서 주변 사람들이 다들 놀랐다”고 연습 분위기를 전했다.

 SSG 추신수가 지난 11일 자가격리를 마친 뒤 동료 선수들과 인사하고 있다. SSG 랜더스 제공

한국 프로팀은 처음이지만 추신수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동갑내기인 김강민의 도움 아래 선수들과 여러 대화를 나누면서 ‘원 팀’을 위한 동료애를 쌓아가고 있다. 이진영 코치는 “선수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대단한 것 같다. 어린 선수들이 추신수에게 여러 가지를 많이 물어본다”면서 “메이저리그에서 영어를 하면서도 더그아웃 리더였는데 같은 말 하는 한국에서는 어떻겠냐. (2009년) WBC 때보다 더 성숙해진 느낌”이라고 했다. 그는 “수치적인 성적은 본인이 알아서 낼 것이다. 기존 SSG 선수들이 ‘신수효과’로 시너지를 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김원형 SSG 감독은 추신수를 연습경기가 아닌 시범경기 때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바깥 훈련이 오랜만이라서 부상 위험이 있기 때문. 김 감독은 15일 저녁 통화에서 “바깥에서 적응 훈련이 더 필요하다. 시범경기 때 한국 투수들 공을 보는 정도로 출전시키겠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