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공장들 생산 차질에 EU가 수출제한 추진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 확보를 놓고 벌이는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갈등이 수출 제한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완료된 브렉시트 이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에서 각자의 이익을 최대화하려는 백신 민족주의가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유럽연합이 네덜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수출하라는 영국의 요구를 거절했다고 21일 <로이터> 통신 등이 유럽연합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네덜란드 레이던에 위치한 이 공장은 하청 제약사 ‘할릭스’가 운영하는 곳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과 영국에 공급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한다.

또다른 유럽연합 당국자는 “영국은 네덜란드 할릭스 공장에서 생산된 원료 의약품을 자국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할릭스가 생산한 백신 물량은 유럽연합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과 영국 양쪽에 공급키로 한 계약을 무시하고 네덜란드에서 생산된 백신을 유럽연합에만 보내겠다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은 영국도 마찬가지다. 옥스퍼드 바이오메디카와 코브라 바이오로직스가 영국에서 운영하는 공장 2곳은 유럽연합에도 백신을 공급하기로 계약돼 있으나, 아직 보내지 않았다. 한 유럽연합 관계자는 “영국은 아스트라제네카와 공급 계약을 맺으며 자국에 백신이 충분히 공급될 때까까지 수출을 막는 조항을 담은 것으로 안다”고 <로이터>에 말했다.

양쪽 갈등은 올 초부터 시작됐다. 지난 1월 영국계 아스트라제네카가 유럽연합에 애초 약속했던 백신 공급 목표를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통보했고, 실제 공급량은 애초 1분기 약속량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3천만 회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영국은 유럽연합에서 생산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가장 많이 공급받은 국가로, 총 4200만 회분 중 1000만 회분을 받아갔다. 유럽과 영국에 있는 공장 중 유독 유럽공장들에 생산 차질이 빚어졌는데, 유럽연합은 이런 불균형의 배후에 영국 당국이 있다고 본다.

백신 접종률이 훨씬 높은 영국이 백신 보급에서 미묘한 태도를 보이자, 유럽연합도 지난 17일 수출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날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유럽연합에 백신을 판매하지 않으면서 백신 접종률이 유럽연합보다 높은 나라들에 대한 백신 수출 제한을 강화할 수 있다”며 유럽연합 조약 122조의 발동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지식재산권과 특허를 포기하고, 백신의 역외 수출을 금지할 수 있도록 허용한 조항이다. 국제 통계 누리집인 아워월드인데이터 자료를 보면, 19일 기준 영국의 백신접종률은 42%에 이르지만, 유럽연합 국가들은 주로 10%대에 머물고 있다.

영국의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은 21일 <스카이 뉴스> 인터뷰에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태도를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며 계약을 지키지 않으면 유럽연합에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