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부자증세' 여파 속 비트코인 11%↓, 이더리움 14%↓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이 하루 만에 2천억달러(약 223조5천억원) 증발했다고 CNBC방송이 23일 코인마켓캡을 인용해 보도했다.

 

코인메트릭스에 따르면 런던 시간 오전 10시 기준으로 비트코인은 4만8천687달러까지 하락해 3월 초 이후 처음으로 5만달러 선이 무너졌다. 미 동부시간 오전 9시30분 현재 비트코인은 24시간 전보다 11.6% 급락한 4만8천747.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시총 기준 2위 가상화폐인 이더리움은 14.6%, 3위 가상화폐인 리플(XRP)은 20.4% 각각 떨어져 하락폭이 더 크다.

 

암호화폐 급락세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고소득층 자본이득세율을 2배 가까이 인상할 것이라는 전날 보도로 촉발된 것이라고 CNBC는 분석했다. 각국 정부와 금융당국이 암호화폐를 단속할 것이라는 우려도 투기 열풍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실제로 지난 주말 미 정부가 암호화폐를 활용한 돈세탁 조사에 나설 것이라는 미확인 루머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가격이 급락세로 전환했다. 암호화폐거래소 크라켄의 제시 파월 최고경영자(CEO)는 각국 정부가 비트코인 등의 이용을 단속할 수 있다고 최근 경고한 바 있다.

 

인도에서는 암호화폐 거래와 소유를 금지하는 법안이 지난달 발의됐고,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월 공개 발언에서 비트코인을 가리켜 "극도로 투기적 자산"이라며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CO2 유발 · 반도체 부족 초래…비트코인의 더러운 비밀들

비트코인이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그리스 전체와 맞먹어
투자금 10억달러 늘면 자동차 120만대 분량 추가 유발
관련 장비 투자 열풍, 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도 부추겨

 

가상화폐 비트코인 투자 열풍이 불면서, 비트코인 시스템이 전력을 많이 소비해 막대한 이산화탄소 배출을 유발한다는 부작용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달러 지폐 앞에 놓인 비트코인 상징물. 로이터 연합뉴스

 

가상화폐 비트코인 가격이 지난 2월 중순 5만달러(약 5500만원)를 넘는 등 폭등하면서 투자 열풍이 확산되자, 에너지 과소비에 따른 환경 파괴 등 비트코인의 부작용 비판도 커지고 있다.

미국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내놓은 ‘비트코인의 더러운 작은 비밀들’이라는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시스템 유지와 거래에 소모되는 한해 전력량이 인구 1700만명인 네덜란드 전체 사용량(지난해 124.47TWh)에 맞먹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투자자 간 거래를 중계하고 거래 내역을 기록할 뿐 다른 사용가치는 없는 작업에 막대한 전력이 쓰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이 유발하는 한해 이산화탄소 발생량은 그리스 전체 배출량 수준인 6천만t”이라며 “이는 직원 200만명인 미국 연방정부 배출량보다는 조금 적고, 한해 2억명의 승객을 수송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보다는 많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이 많은 이산화탄소를 유발하는 것은 석탄 발전소가 많은 중국에서 주로 작업이 이뤄지는 탓이 크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대안금융센터’ 자료를 보면, 전세계 비트코인 관련 컴퓨터 작업의 72%가 중국에서 이뤄진다.

중국의 비트코인 시설은 신장위구르 자치구(43%)와 쓰촨성(27%)에 몰려 있다. 또 2019년 중국의 에너지원별 전력 생산 비중은 석탄이 58%로 가장 많고, 이어 석유가 20%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뱅크오브아메리카 보고서는 “결국 비트코인은 중국 석탄과 얽혀 있는 셈”이라고 평했다.

비트코인 시스템은 거래가 많아질수록 전력 소모는 훨씬 더 커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 비트코인은 거래 내역을 작은 데이터 묶음(블록)에 담고 이 묶음을 모두 연결해 위·변조를 방지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새로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누군가 블록을 생성해야 하며, 이 작업은 많은 컴퓨터로 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 암호를 푸는 경쟁 방식으로 이뤄진다.

블록 생성에 기여하면 대가로 비트코인을 받기 때문에 경쟁에서 이기려면 고성능 컴퓨터에 투자해야 한다. 그만큼 전력 소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보고서는 “비트코인의 구조적 결함 때문에 2018년 2천만t 수준이던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2년 새 3배 수준으로 늘었다”고 지적했다. 또 비트코인에 투자되는 돈이 10억달러(약 1조1천억원) 늘 때마다 내연기관 자동차 120만대 분량의 이산화탄소가 더 발생할 것으로 분석됐다고 덧붙였다.

비트코인 열풍은 가뜩이나 심각한 전세계 반도체 부족 현상을 더욱 부추긴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 타임스>는 22일 비트코인 열풍의 대가 중 하나는 반도체 가격 상승 압박이라고 지적했다.

전세계적으로 반도체 칩이 부족해 많은 자동차 업체들이 조업을 중단하고 스마트폰 업계는 신제품 출시도 미루는 상황에서, 비트코인 열풍이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반도체 부족 현상은 올해 연말까지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신기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