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 영 · EU 등 이어…자국내 상황 악화 이유

 

24일 케냐 마차코스에서 한 경찰 간부가 인도에서 생산해 코백스를 통해 공급받은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받고 있다. 마차코스/AP 연합뉴스

 

인도가 영국계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AZ)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인도 공장 생산 물량의 수출을 일시 중단했다. 자국 코로나19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영국 등이 백신 수출을 꺼리는 상황에서, 인도까지 백신 수출을 제한하고 나서 전세계 코로나19 백신 수급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미국(26.8%)과 유럽연합(18.9%), 인도(13.4%), 영국(3.8%)은 전세계 백신 생산량의 62.9%를 맡고 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24일(현지시각) 인도의 외교 소식통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수출을 잠정 중단했다. 내수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인도 외교부 누리집을 보면, 지난 18일부터 백신 수출이 중단됐으며, 적어도 다음달 말까지 수출이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교부 관계자는 <로이터> 통신에 “모든 것이 당분간 뒤로 밀렸다. 인도 상황이 나아지기 전까지는 수출도,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인도의 확진자 수는 지난 18일 3만명, 20일 4만명을 넘은 뒤 24일 4만7천여명으로 올해 들어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새로운 형태의 코로나19 ‘이중 변이 바이러스’까지 발견되면서 새로운 ‘대유행’이 우려되고 있다. 게다가 인도는 다음달 1일부터 백신 접종 대상을 ‘45살 이상 전 국민’으로 확대하기로 해 백신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인도가 수출을 일시 중단하면서 전세계, 특히 중·저소득국이 백신 수급에 차질을 빚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의 백신 제조업체인 인도혈청연구소(SII)는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을 ‘코비실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76개국에 6천만회 분량 이상을 공급했다. 이미 영국과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모로코 등에 배송이 지연됐다. 특히 국제 백신공동구매·배포 조직인 코백스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상당히 의존하고 있어 당분간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코백스는 이달 초 오는 5월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한국에 210만회분, 북한에 170만회분 공급하기로 했다. 한국에 공급되는 코백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국내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에서 생산된 물량이지만, 북한 공급분이 인도에서 생산된다. 최현준 최하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