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해역 마주하자 유족 오열…"꿈에서라도 나와줬으면"

 

7년 지나도 아픔은 그대로: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 등 선상추모식 참석자들이 바다에 헌화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우진아 사랑해!" "보고 싶어!" "꿈에 자주 나와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동거차도에서 남쪽으로 약 3.3㎞ 떨어진 곳. 꼭 7년 전 이날 생때같은 아이들이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스러져간 사고해역을 찾은 부모들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된 16일. 새벽부터 경기 안산에서 출발한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유가족 22명은 목포해경이 준비한 3015 경비함을 타고 세월호가 침몰한 시각에 맞춰 오전 10시 30분부터 선상추모식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3015함 탑승이 시작된 오전 7시께만 하더라도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게 담담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해경 전용부두를 출발하고 약 96㎞ 항로를 이동해 사고해역에 도착할 즈음에는 흰 장갑이 눈물에 젖어 들기 시작했다.

고(故) 이호진군 아빠이자 0416단원고가족협의회 대변인인 이용기(52) 씨는 추모사에서 "오늘은 특별한 게 우리 아이들이 수학여행을 갔던 요일도 겹치고 날씨도 사고 난 날과 비슷하다"며 "목이 메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세월호는 진실규명이 하나도 되어있질 않고 아직도 진행형"이라며 "국회와 정부는 세월호 침몰 원인을 하루속히 밝혀주시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추모식 진행을 맡은 이씨가 단원고 2학년 250명의 이름을 하나하나 부르는 동안 유족들은 세월호 사고지점에 떠 있는 부표를 응시하거나 고개를 숙이고 묵념했다.

 

세월호 참사 해역서 헌화하는 유가족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오전 전남 진도군 조도면 병풍도 인근 세월호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 등 선상추모식바닷물 속에서 참석자들이 바다에 국화를 던지며 헌화하고 있다.

 

곧이어 헌화하는 순간 여기저기서 울음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유족들은 경비함 갑판 난간에 붙어 국화꽃 한 송이를 쉽사리 던져버리지 못하고 꼭 쥐고 있다가 끝내 던지고선 꽃잎이 파도에 흐트러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어떤 이들은 차가운 물 속에서 숨이 꺼져갔을 아이들에게 말하는 것처럼 바닷속으로 연신 "사랑해"를 외쳤다.

일부 유족들은 갑판에 주저앉아 오열했고, 서로를 위로하듯 어깨를 토닥여주고 안아주기도 했다. 많은 부모가 헌화를 마친 후에도 자리를 뜨지 못하고 세월호 침몰 장소를 바라봤다.

 

이날 선상추모식에는 2014년 광화문광장에서 문재인 대통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단식을 한 '유민아빠' 김영오(53)씨가 오랜만에 모습을 보였다.

3년 전 광주에 정착한 김씨는 선상추모식 참석이 이날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속에 유민이가 느껴져 사고해역을 가까이서 보는 게 두려웠는데 유민이가 언제부턴가는 꿈에도 나오질 않아 오게 됐다"며 "여기 와서 보면 유민이 생각이 더 나고, 생각을 더 하면 꿈에라도 나와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가 침몰한 지 7년이 됐는데도 여전히 의혹으로만 남아있다"며 "아무것도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정권이 바뀌면 세월호 진상규명이 어마어마하게 힘들어질 것 같아 두렵다"고 했다.

고 박정슬 양의 외할아버지 장모(67)씨는 아내와 함께 외손녀의 7주기를 배 위에서 맞았다. 정씨는 "지금도 (손녀딸이) 잊히질 않고 같이 있는 것 같다"며 "꿈에라도 자주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지윤 양의 아버지 박영배(59)씨는 "딸이 가끔 꿈에 나타나는데 위험한 데로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없어지고 그러다가 깨곤 한다"며 "아직도 기억이 많이 남는다"고 말했다.

자원봉사를 위해 선상추모 배에 탄 완도 주민 김모(44)씨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미비했던 것 같다. 참사가 날 때까지 말 그대로 (승객들을) 내버려 둔 것 아닌가"라고 정부의 구조 대응을 지적하며 "단원고 아이들이 우리 아이들과 같이 뛰어놀던 아이들인데 지금도 눈물이 난다"며 눈물을 흘렸다.

 

정치적 대립 벗어나 한마음으로 기억할 세월호 [사설]

 

 

세월호 참사가 16일 7주기를 맞는다. 16일 오후 4시16분부터 1분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일대에서 사이렌이 울리는 등 전국 각지에서 참사의 아픔과 교훈을 기억하는 추모 행사가 이어진다. 사진은 참사 7주기를 이틀 앞둔 14일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서 세월호 선체 너머로 해가 저무는 모습. 연합뉴스

‘어느덧 7년’이라고 말하기에는 미안할 뿐이다. 2014년 4월16일 진도 앞바다 맹골수도에서 처절하게 생을 마감해야 했던 304명 희생자들을 고즈넉이 추모할 수 없는 2021년 4월이다. 살아 있었더라면 20대 중반이 됐을 단원고 청년들에게 그 비극의 전말에 대해 명확한 답을 주지도 못했고, 책임도 분명히 가리지 못했으며, 그 희생이 안전사회의 값진 교훈이 됐다고 자신있게 말해줄 수도 없는 채 세월호 참사 7주기를 맞는다.

 

다행스러운 것은 올해 추모식이 여야 정치권 모두 참석한 가운데 엄수된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작업을 사사건건 방해-저지해 온 국민의힘은 16일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에 처음으로 참석하기로 했다.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이 여야 함께 추모식을 여는 것은 5년 만이다. 국민의힘은 최근 세월호 특검 후보추천위원도 선정했다. 지난해 12월 세월호 특검법이 통과된 지 4개월 만에 특검 구성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세월호 참사의 진실 규명과 안전사회를 위한 후속 조처가 7년이라는 미완의 시간을 보낸 데는 정치적 덧칠과 곡해가 크게 작용했다. 보수진영은 정략적 태도로 구조 실패의 책임을 흐리며 유족들을 매도하고 국민들 간에 반목을 조장했다. 진상 규명을 방해하고 망각을 강요하는 정치권의 비인간적인 행태가 이제라도 바로잡아진다면 만시지탄은 있을지언정 반가운 일이다. 정치적 입장의 차이를 떠나 모든 국민이 세월호를 기억하고, 생명과 안전이 우선이라는 가치를 공유하는 정상사회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

 

지난 7년의 기간 중 4년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라는 사실도 뼈아프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활동을 방해했던 전 정권과 달리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 등을 통해 진상 규명의 의지를 보였으나 아직 사고 원인도 확정하지 못하는 등 충분한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검찰이 부실했던 과거 수사를 반성하며 설치했던 특별수사단 역시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을 면치 못할 초라한 결과만 내놓고 말았다. 활동이 연장된 사참위와 앞으로 구성될 특검은 객관적 진실을 확정하고 제기된 의혹을 해소하는 데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내년 4월, 또다시 맞이할 기억의 날에는 이제껏 반복된 한탄과 절망을 벗고 작으나마 희망의 불씨를 피워 304명의 영혼을 온전히 달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문 대통령 “세월호 기억으로 가슴아픈 4월…잊지 않고 있다”

SNS에 세월호 참사 추모글 올려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참사 7년을 맞아 “아이들이 밤하늘의 반짝이는 별이 된 지 7년이 되었다”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보자는 국민들의 외침, 잊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에스앤에스(SNS)에 ‘세월호의 기억으로 가슴 아픈 4월입니다’로 시작되는 글을 올렸다. 문 대통령은 “살아 우리 곁에 있었다면 의젓한 청년이 되어있을 아이들을 생각하니, 짧지 않은 시간이다. 미안한 마음 여전하다”라며 “서로의 버팀목으로 아린 시간을 이겨오신 가족들과 함께해주신 분들께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지난해 국회에서 ‘사회적참사 진상규명특별법’이 개정되고 특검이 통과되었다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해 성역 없는 진상 규명이 이루어지도록 끝까지 챙기겠다. 속도가 더뎌 안타깝지만, 그 또한 그리움의 크기만큼 우리 스스로 성숙해 가는 시간이 필요한 까닭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또 문 대통령은 4·16 민주시민교육원이 문을 열고, 올해 해양안전체험관의 본격 운영과 국민해양안전관이 준공된다고 소개했다. 4·16생명안전공원과 국립안산마음건강센터 역시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슬픔에 함께하고, 고통에 공감하면서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고 있다”면서 “지금의 위기도, 언제 닥칠지 모를 어떤 어려움도 우리는 이겨낼 것이다. 안전한 나라를 위해 오늘도 아이들을 가슴에 품어본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이완 기자


잊지 않을게’…교육부,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모 주간 운영

각 시·도 교육청 12~16일 교육·행사

 

지난 2014년 7월1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세월호가족버스 전국순회 보고대회에서 한 참가자가 학생들을 추모하는 내용이 적힌 카드를 들고 있다.

 

16일이면 세월호 참사가 난 지 꼭 7년이 된다. 지난 2014년 4월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여객선 세월호가 전남 진도군 병풍도 앞 인근 해상에서 침몰하면서 당시 수학여행을 떠나기 위해 배에 탔던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250명이 숨졌다. 이들을 포함해 희생자는 304명에 이른다.

교육부는 12~16일을 세월호 참사 추모 주간으로 지정한다고 11일 밝혔다. 교육부는 참사 이후 해마다 추모 주간을 지정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기 위한 추모행사를 진행해왔다. 추모 주간에는 교육부의 모든 직원이 노란 리본 배지를 착용하고, 교육부 누리집을 추모 형태로 전환하는 등 추모 분위기를 조성한다. 참사가 일어난 16일 오전 10시에는 1분간 추모 묵념을 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한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16일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리는 ‘세월호 참사 7주기 기억식’과 ‘4·16생명안전공원 선포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13일에는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갖고 더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정책 개선방향 등을 논의한다.

각 시·도 교육청도 자체적으로 추모 계획을 수립했다. 단원고의 관할 교육청인 경기도교육청은 4월 한 달을 ‘노란 리본의 날’로 지정하고 누리집에 마련된 온라인 추모 게시판 ‘0416우체통’에 추모의 글 남기기 등 추모행사를 진행한다. 전북도교육청 역시 4월 한 달을 ‘4·16 세월호 참사 희생자 추념의 달’로 지정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세월호 참사 관련 교육을 진행하고 희생자 유가족을 강사로 초청한 학부모 프로그램 등을 진행한다.

 

서울시교육청도 12~16일을 추모 주간으로 운영한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추모 영화제(12~16일)와 추모 대담회(23일)는 온라인으로 진행한다. 영화제 상영작은 세월호 참사를 흉터처럼 간직하고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기억을 담은 다큐멘터리 ‘당신의 사월’이다. 이 영화는 지난해 디엠제트(DMZ)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특별상과 배급지원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서울시교육청 소속 교육 관계자와 직원, 학생은 안내된 링크 주소에 접속해 관람하면 된다. 추모 대담회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신의 사월’ 감독과 출연자, 세월호 유가족 등이 함께 할 예정이다. 이유진 기자


아직도 보낼 수 없는 사월…‘세월호 7주기’ 기억하는 문화계

방송·영화·공연·전시 등 추모 프로그램들

 

다큐 <열여덟의 기억, 스물다섯의 약속>. 문화방송 제공

 

18살이던 아이들은 어느새 25살 어른이 됐다. “사람이 싫고 어른이 무서웠던” 아이들에겐 어른이 되는 데도 용기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박준혁, 전혜린, 장애진, 김주희, 전영수, 박솔비. 2014년 4월16일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325명) 가운데서 살아남은 75명 중 6명이다.

그들이 어렵게 용기를 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인 16일 밤 10시5분 방영하는 특집 다큐 <열여덟의 기억, 스물다섯의 약속>(문화방송)에서 그날 이후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선다. 아이들은 고인 물만 봐도, 타고 있는 버스가 커브만 돌아도 두려움에 떠는 등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그랬던 그들이 7년 만에 자신의 삶을 공개한 이유는 단 하나, 점점 잊혀가는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다.

“그 순간을 기억하는 게 여전히 힘들지만, 하늘의 별이 된 친구에 대한 미안함과 그 친구들을 오랫동안 기억해준 수많은 분에 대한 고마움 덕분에 저희가 용기 낼 수 있었습니다. 친구들의 죽음이 허망하지 않도록 그 아픈 기억을 되돌아보고 잊혀가는 이름을 불러준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그 따뜻한 마음 잊지 않겠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겠습니다.”

 

그들의 바람처럼 그날을 기억하려는 노력이 문화판 곳곳에서 펼쳐진다.

방송사들은 이날 저마다 관련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시비에스>(CBS) 라디오 특집 콘서트 <너의 목소리가 들려>(저녁 6시)에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출연해 진행을 맡은 변영주 영화감독과 함께 아이들의 꿈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제작진은 “7년이 지난 지금도 유가족들은 아이들이 꿈 이야기를 할 때의 눈빛과 목소리를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때 더 적극적으로 응원해주지 못한 것에 못내 가슴 아파한다”고 전했다. 가수 말로, 제이훈, 제니스, 강허달림, 노브레인, 허클베리핀 등이 ‘거위의 꿈’ ‘벚꽃엔딩’ 등 아이들의 애창곡을 대신 부른다. 세월호 추모 특집 <독립영화관―한강에게>(한국방송1 밤 12시10분)와 지난해 아카데미 단편 다큐 부문 후보에 올랐던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 감독판>(문화방송 오전 10시45분)도 방영한다.

 

다큐 <당신의 사월> 포스터. 시네마달 제공

 

영화계에서도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 <당신의 사월>을 이날 오후 4시16분에 씨지브이(CGV)와 롯데시네마 등 전국 18개 극장에서 특별 상영한다. 주현숙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유가족이 아닌, 그날을 기억하는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일상 속 기억과 연대의 힘을 강조한다.

온라인에서도 세월호 관련 다큐를 볼 수 있다. 디엠제트(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의 상영 프로그램인 ‘디엠제트랜선영화관 다락(Docu&樂)’이 세월호 단편 다큐 7편을 선보인다. 이승준 감독의 <부재의 기억>부터 청소년인 김묘인 감독이 연출한 <599.4㎞>까지 2014~2020년 사이에 제작된 작품을 기획전으로 구성했다. 애니메이션, 관찰 카메라 등 다채로운 접근을 통해 기억이 곧 남은 자들의 책무라는 사실을 아프게 일깨운다. 상영작들은 27일 밤 9시까지 영화제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으며, 자세한 내용은 영화제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무용 <빛, 침묵, 그리고…>. 김용걸댄스씨어터 제공

 

세월호 참사의 고통을 몸짓으로 그려내며 우리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야기하는 무대도 마련된다. 16~18일 서울 종로구 아르코예술극장 무대에 오르는 무용 <빛, 침묵, 그리고…>가 2014·2015년에 이어 6년 만에 다시 관객과 만난다. 연출가이자 안무가인 김용걸은 “7년이 지난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그날 일을 되새김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구명조끼를 입고 울부짖던 여자아이를 검은 남자가 지하로 끌고 가는 장면으로 극은 시작한다. 안무가 강렬하고 처절해, 보는 내내 숙연해진다. 김용걸댄스씨어터 소속 무용수 등 19명이 출연한다. 전석 무료이며, 아르코예술극장 누리집에서 예매 가능하다.

 

그날의 아픔을 어루만지는 전시도 펼쳐진다. 아이들이 다녔던 단원고, 합동분향소 터와 지척인 안산 경기도미술관은 4·16재단과 함께 이날부터 7월25일까지 세월호 참사 7주기 추념전 ‘진주 잠수부’를 펼친다. 독일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선배 학자 발터 벤야민을 애도하면서 쓴 글의 제목을 딴 이 전시는, 경내 야외 조각공원에 희생과 애도의 과정을 각자의 조형언어로 풀어낸 현대미술 작가 9명(팀)의 13개 작품을 펼쳐놓고 지금 우리 공동체와 일상을 재조명한다.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있던 주차장 터에 소금 가루로 선을 그렸다 다시 지우는 예술행위의 흔적을 남기며 슬픔의 모양을 형상화한 박선민 작가의 퍼포먼스 설치작품, 합동분향소 터가 내다보이는 미술관 앞마당에 당시 풍경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구도로 설치한 최진영 건축가의 ‘파빌리온 윗 위’ 등이 눈길을 끈다. 남지은 오승훈 노형석 기자


“유족 힘내라고, 모두 기억하자고” 노란리본 떼지 않는 사람들

 “진상규명 위한 최소한의 참여”  “유족들 일상으로 돌아오지 못해”
 왜 아직 달고있나 묻는 이 있어도 시민들의 ‘리본 기억연대’ 이어져

 

세월호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전남 목포 신항을 찾은 한 가족이 미수습자 5명을 비롯한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애도하고 있다.

 

“왜 아직도 리본을 달아요?”

세월호 참사 7주기가 다가오면서 노란 리본을 마스크에 달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증사진을 올린 고교생 심아무개(17)군은 이런 메시지를 받았다. 심군은 지난해 4월 진상규명 서명운동에 참여하고 받은 리본을 가방에 달고 다녔고, 2주 전부터는 마스크에도 걸고 다닌다. 에스엔에스에서 리본을 비하하는 메시지를 받고, “가방에 왜 달고 다니냐”는 친구의 얘기를 들어도 그는 리본을 놓지 않으려 한다.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는 마음이 커요. 길에서 누군가 한명이라도 리본을 보고 세월호 사건을 떠올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7년이 흘렀지만 노란 리본을 몸에 지니거나 에스엔에스 프로필 사진에 걸어놓는 이들은 여전히 많다. 심군처럼 “왜 계속 다느냐”는 질문을 받아도 이들의 마음은 변치 않는다.

참사 7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노란 리본을 뗄 수 없다는 시민 7명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문제 해결 촉구’, ‘기억’, ‘연대’ 등으로 마음을 전한 이들은 노란 리본과 단단히 연결돼 있었다.

 

이들은 여전히 근본적 문제 해결이 되지 않았고, 한국 사회의 안전 의식이 높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리본을 뗄 수 없다고 했다. 가방과 핸드백에 리본을 단 이원우(40)씨는 “참사 당시 육아를 하고 있어 행동하지 못했고 이후에도 아이가 어려 많은 것을 하지 못했다. 내게 노란 리본은 최소한의 참여”라고 말했다. 그는 “유족들이 아직 일상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7년이 지났지만 진상을 명확히 규명하는 제대로 된 ‘백서’가 나오지 못했고 책임자 처벌도 완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계속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로 리본을 달겠다고 했다. 변희영(53)씨는 “노동자가 과로사하거나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조의 리본을 맞춰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것처럼 노란 리본을 다는 건 세월호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최소한의 표시”라고 말했다.

 

서촌노란리본공작소에서 시민들이 세월호 참사 7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나눠줄 노란리본을 제작하고 있다. 부산과 전주지역 시민들이 온라인을 통해 함께 참여했다. <참여연대> 제공

 

노란 리본을 통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겠다”며 마음을 다잡기도 한다. 서촌노란리본공작소에서 리본 제작 자원봉사를 하는 이애형(42)씨는 “정부가 바뀌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할 거라고 기대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세월호 문제를 정치적으로 악용하는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이 잊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기억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봉사활동에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함세은(20)씨도 “잊지 않겠다는 의지를 (리본에) 담고 있다”고 말했다.

잊지 않겠다는 마음은 ‘연대’로 이어진다. 김아무개(32)씨는 “유족이 언론 인터뷰에서 ‘노란 리본을 단 사람을 보면 우리에게 공감해주는 것 같아 힘이 된다’고 말씀하신 걸 본 뒤 (리본을) 한번도 떼지 않았다”며 “언제 어디서라도 유족들이 저를 스쳐 지나가다 리본을 본다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고 힘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세월호를 잊고, 헐뜯는 목소리가 커질까 봐 걱정한다. 길을 가다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을 본 중년 남성이 “왜 이런 걸 아직 달고 있냐”고 시비를 걸어 당황한 적이 있다는 박아무개(32)씨는 “‘신경쓰지 말라’고 태연하게 대꾸하고 돌아섰지만 내심 속상했다”며 “아직 잊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추모하는 사람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질까 두렵다”고 말했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추모 활동이 위축될 법도 하지만 7주기 추모 행사에 대한 관심은 움츠러들지 않는다. ‘노란리본 제작 키트’ 나눔 행사를 하는 참여연대 시민참여팀 김효선 간사는 “코로나19 탓에 모여서 제작하지 못하고 제작 키트를 신청받아 우편으로 배송하는데 440명이 2만5천개를 주문해 지난해보다 주문이 두배 늘었다”고 전했다. 이재호 장필수 이주빈 기자

 

목포신항에 잠든 세월호, 1.3㎞ 거리 고하도로 옮겨 영구보존

이르면 세월호 10주기인 2024년부터 이동 시작
목포시 고하도에 세월호생명기억관 건립해 거치

 

 

15일은 7년 전 여객선 세월호가 인천항을 떠난 날이었다. 이후 2557일이 지났지만 세월호는 아직도 목적지인 제주항에 닿지 못했다. 출항 이튿날 참사를 당해 3년은 진도 맹골수도의 40m 바닷속에서, 인양된 뒤 4년은 목포신항의 차량부두에서 죽은 듯 잠들어 있다.

이날 추모객 50여명이 세월호가 서 있는 목포신항을 찾았다. 이들은 항구 울타리에 매달린 빛바랜 리본들을 어루만지거나 미수습자 5명의 얼굴 사진을 바라보며 아픔을 삼켰다. 김인순(69·경기 성남)씨는 “객실 안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아이들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참사 3년 만에 인양된 세월호 선체는 반잠수정에 실려 목포신항에 거치됐다. 세월호를 안은 목포는 시내 거리를 노랗게 장식하며 위로를 보냈다. 올해도 세월호가 놓인 길목의 가로수와 전신주에 매달린 노란색 천 수천장은 추모 분위기를 연출했다. 시민들은 현장성을 살려 선체를 영구히 보존하자는 안에도 기꺼이 동의했다.

 

세월호 보존 조감도

지난해 목포신항에서 직선거리로 1.3㎞가량 떨어진 고하도가 보존 장소로 정해지면서, 세월호 선체 보존계획의 윤곽도 나왔다. 선체는 침몰→인양→절단→직립 등을 거쳤지만 구조적 안정성에 문제는 없는 상태다. 2019년 변형된 선박의 구조, 두께, 하중 등을 해양수산부가 검사한 결과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후 3년마다 안정성을 평가하기로 했다.

해수부는 최근 세월호선체조사위원회에서 기초한 선체 처리계획의 실행안을 국회에 보고했다. 2028년까지 1523억원을 들여 목포시 고하도 배후단지에 선체를 거치하고, 세월호생명기억관을 건립해 기억·추모·교육 등에 활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세월호 보존 예정지인 고하도 갯벌

앞서 국무조정실 세월호지원추모위원회는 지난해 8월 목포 고하도를 선체 보존지로 결정했다. 기획재정부는 두달 뒤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했고, 오는 8월까지 예산편성 적정성 검토를 마치기로 했다. 이후 해수부는 내년까지 18억원을 들여 기본설계를 마치고, 곧바로 실시설계를 진행한다. 세월호 영구보존은 2024년 시작해, 2028년 거치를 완료한다는 일정을 세웠다. 해수부는 이를 위해 구상권을 소송 중인 청해진해운한테 대물변제 방식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고하도 배후단지 갯벌의 매립과 보강, 모듈트랜스포터를 활용한 육상 이동 등의 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민중 해수부 세월호선체관리지원과장은 “원형 복원을 선체 인양 상태로 할지, (선체를 절단한) 수색완료 상태로 할지 미정”이라며 “원형 보존의 장소와 방향 등 중요 사항은 결정된 만큼 세세한 부분은 유가족, 목포시의 의견을 들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4·16참사가족협의회에서도 목포 거치에 동의하고 있다. 하지만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이 우선이고, 선체 보존은 다음”이라는 원칙을 내비쳤다. 2기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가 진상규명을 위해 활동 중인 만큼 참사의 결정적인 증거인 선체를 당분간 현상태로 보존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성욱 가족협의회 선체분과위원장은 “방향을 정하는 기본설계 때부터 참여해 의견을 내겠다. 유가족들은 내년 9월 사회적참사위원회 활동이 끝나야만 비로소 선체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수 있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