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환자들에게 혈전 생길 확률은 5~6명 중 1명 꼴
논란 된 일부 백신의 희귀 혈전 발생 확률은 100만분의 1
전문가들 “현장에서 본 코로나19 환자들 혈전 엄청나…
희귀 혈전 때문에 백신 접종 피하는 상황은 역설적”

 

미국의 한 의료팀이 20일 코네티컷 브리지포트의 이동식 백신 접종 클리닉에서 접종을 시작하기 전 미팅을 하고 있다. 브리지포트/AFP 연합뉴스 2021-04-21

 

얀센과 아스트라제네카 등 일부 코로나19 백신이 희귀 혈전을 일으킨다는 보고로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코로나19 감염병 자체가 가장 심각한 혈전 유발 요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뉴욕 파인스타인 의학연구소의 알렉스 스피로풀로스 교수는 20일 CNN에 출연해 “혈전 전문가로서 코로나19는 지금까지 겪어본 것 중에서 가장 심각하게 혈전을 일으키는 요인이라고 당신에게 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사들이 코로나19가 많은 혈전을 유발한다는 것을 안 건 1년 전쯤이었다. 코로나19 환자들이 뇌졸중을 일으켜 응급실에 왔을 때 그를 살리기 위한 투석기 등 의료장비들이 혈전에 막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들을 겪은 것이다. 중환자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환자들의 심장과 콩팥, 기타 다른 장기에서 “엄청난 혈전”을 보고하곤 했다.

 

스피로풀로스 교수는 “나는 25년간 이 일을 해왔는데, 이런 수준의 혈전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병리학자들은 코로나19 환자 사체를 부검할 때마다 거의 모든 장기에서 혈전을 발견했다.

 

스피로풀로스 교수는 동료들과 함께 일련의 연구를 통해 코로나19 환자에 혈전 용해제로 투약해 치료하면 혈전을 극적으로 줄이거나 막을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으로 아예 코로나19를 예방하는 것이야말로 혈전을 막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도 알게 됐다. 이에 따라 혈전 전문가들은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희귀 혈전이 두려워 백신 접종 자체를 피하는 현상에 대해 역설적으로 느끼고 있다.

 

지난주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식품의약청(FDA)은 얀센 백신 접종자 중에서 혈전이 보고되자 잠정적으로 접종 중단을 권고했다. 유럽 의약품청(EMA)은 20일 드물지만 얀센 백신과 혈전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고 밝히면서, 다만 백신 접종의 전반적인 이득이 위험보다 크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백신이 혈전을 일으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은 면역 반응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그렇지만 백신 접종으로 혈전이 생길 확률이 극히 낮다고 강조한다. 스피로풀로스 교수는 “백신으로 희귀 혈전이 생길 가능성은 벼락 맞을 가능성만큼이나 낮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입원할 가능성이 성인 100명 중 1명꼴이고 이들에게 혈전이 생길 위험은 5∼6명 중 1명이지만, 백신 접종으로 혈소판 감소를 동반한 희귀 혈전이 생길 가능성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며 “백신 접종의 이득이 혈전 생성의 위험을 훨씬 웃돈다”고 말했다.

 

혈전은 매년 미국인 90만명에게 나타나며, 이 중 10만명은 혈전증으로 숨진다. 그리 드문 질병이 아니라는 뜻이다. 마크 크라우더 캐나다 맥매스터대 의대 학장은 “백신은 의문의 여지 없이 코로나19와 관련된 혈전의 위험을 극적으로 낮춰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박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