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방미 앞두고 ‘NYT 인터뷰
“트럼프,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 거두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9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다음달 미국을 방문할 예정인 문재인 대통령이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미국과 북한이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양쪽이 서로 양보와 보상을 “동시적으로” 주고받으면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비핵화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 뒤 대북 정책 검토가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문 대통령이 그동안 추진했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재가동되어야 한다고 촉구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하루빨리 마주 앉는 것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가 21일 전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에서 한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정부가 거둔 성과의 토대 위에서 더욱 진전시켜 나간다면 그 결실을 바이든 정부가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에 대해 체제 보장을 약속하고 김정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작업을 실천하겠다고 했던 지난 2018년 ‘싱가포르 선언’을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단계적인 접근방식이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이 협상 카드를 잃지 않기 위해 핵무기들을 한 번의 신속한 합의로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로드맵”을 고안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정부 하에서 북미 양측 모두 북한이 취해야 할 첫 단계와 그 대가로 미 정부의 보상이 무엇이 될지 합의조차 못 한 사실을 지적하면서 ‘문 대통령은 자신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뿐만이 아니라 자신의 최대 외교적 유산도 구하고자 급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짚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북한에 대한 트럼프의 노력에 대해 “변죽만 울렸을 뿐 완전한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고 했다. 이 신문은 ‘조심스럽게 트럼프 전 대통령을 조금씩 칭찬하면서도 전직 미 대통령의 일정하지 않은 행동과 트위터를 통해서 하는 외교가 불만스러웠던 듯하기도 했다’고 평했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과다한 금액”을 요구했다면서 합리적이지 않은 요구에 협상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반면 문 대통령은 “나는 바이든 대통령께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평화 정착을 위한 실제적이고 불가역적인 진전을 이룬 그런 역사적인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는 기대도 밝혔다. 문 대통령은 “대화와 외교가 비핵화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하노이 회담에서 북미 양국이 실패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실패 토대 위에서 서로 보다 현실적인 방안을 머리를 맞대고 찾아 나간다면 양측이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고 대중국 강경노선에 합류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달리 중국과의 협력을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미국을 향해 북한 및 기후변화를 포함한 기타 세계적인 관심 현안에 대해 중국과 협력할 것을 촉구하면서 “초강대국간의 관계가 악화되면 비핵화를 위한 모든 협상을 해칠 수 있다”고 말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문 대통령은 또한 “만약 미 중간의 갈등이 격화된다면 북한이 그런 갈등을 유리하게 활용하거나 이용하려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