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호크니 신작 해돋이 영상

코엑스 전광판으로 1일 저녁 공개

 

1일 밤 8시21분부터 2분30초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옥외광장 대형 엘이디(LED) 스크린에서 상영된 영국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의 신작 영상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의 한 장면. 동산 위에 떠오른 태양에서 내뻗는 노란 빛의 찬란한 빛살이 스크린을 가득 채웠다.

 

1일 밤 8시21분. 서울 강남구 코엑스 옥외광장에 우뚝 솟은 21m 높이의 엘이디(LED) 스크린 ‘코엑스 케이팝 스퀘어’에 황금빛 태양이 두둥실 떴다. 수많은 빛살이 푸른 동산 위로 뻗어나가며 동이 트는 해돋이 장면. 뒤이어 활짝 핀 태양 아래 푸른 빛의 풀과 나무가 어우러진 싱그러운 봄날 대자연의 이미지가 갖가지 빛으로 뿜어져 나왔다. 세계 미술시장에서 작품 값이 가장 비싼 생존 작가로 유명한 영국의 거장 데이비드 호크니(84)의 신작 영상 작품이 세계 최초로 서울 거리에 내보여지는 순간이었다.

 

https://youtu.be/iATPx6aL-rY

 

컴컴한 밤에 찬란하게 빛나는 해돋이 장면을 내보인 이 영상 애니메이션 작품의 제목은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Remember you cannot look at the sun or death for very long). 다분히 철학적이고 명상적인 분위기의 제목을 붙인 이 작품은 2분30초 동안만 나오고 사라졌지만, 지켜보는 미술계 관계자와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데이비드 호크니 영상물의 제목인 ‘태양 혹은 죽음을 오랫동안 바라볼 수 없음을 기억하라’가 영문으로 대형 스크린에 비춰진 모습.

 

이 작품은 글로벌 공공 미술 프로젝트 플랫폼 서카(CIRCA)가 서울, 런던, 뉴욕, 로스앤젤레스, 도쿄 등 세계 대도시 옥외 스크린으로 동시간대에 잇따라 선보이는 신작. 최근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아이패드로 제작한 이 작품은 해돋이를 주제로 한 2분30초 분량의 애니메이션이다. 서울을 시작으로 런던 피커딜리 라이트, 뉴욕 타임스퀘어의 70개 전광판, 로스앤젤레스 중심가의 펜드리 웨스트 할리우드, 도쿄 신주쿠에 있는 일본 최대 3패널 엘이디 스크린 유니카의 대형 비전에서도 시차를 두고 동시 상영된다.

 

서카 쪽은 호크니의 해돋이 영상이 코로나19로 인한 ‘대봉쇄’에서 풀려나기 시작한 여러 나라에 강력한 희망과 협력의 상징을 제시하며 봄날의 도래를 알리는 메시지라고 밝혔다. 호크니도 사전 공개된 작가 메시지를 통해 “우리 눈에 비친 세상은 어떠한가?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질 나의 작품과 마주할 모든 이들이 이를 경험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영상 작품이 나오기 전 대형 스크린에 뜬 데이비드 호크니의 사진.

 

호크니는 세계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뛰어난 생존 작가로 추앙받는 거장이다. 회화와 드로잉을 주로 작업하지만, 판화, 사진, 뉴미디어 등 다른 장르로도 작업 범위를 넓히며 세계 미술계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제프 쿤스와 더불어 작품 가격이 가장 비싼 생존 작가로 유명하다. 지난 2018년 그의 회화 작품 <예술가의 초상>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1019억원에 팔렸다.

 

서카는 지난해 영국의 소장 예술가 조셉 오코너가 공공장소에서 디지털 아트를 선보이기 위해 만든 예술 플랫폼이다. 지난해 10월부터 런던 중심부의 대형 스크린 피커딜리 라이트와 온라인을 통해 디지털 아트를 선보여왔다. 이번 프로젝트의 국내 협력 기관으로는 바라캇 컨템포러리가 참여했다. 노형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