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법원, “소송과 규제 피하려는 의도로 판단”
뉴욕에서 횡령 혐의로 기소되자 텍사스에 파산신청
“총기규제 반대 로비 와중에 소송까지 감당하기 벅찰 것”

 

웨인 라피에어 미국총기협회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2월 메릴랜드주 옥슨힐에서 열린 ‘보수 정치 행동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옥슨힐/AP 연합뉴스

 

미국의 막강한 보수 이익단체인 미국총기협회가 비리 혐의 소송과 폐쇄 압박을 피하려고 제기한 파산 신청이 11일 기각당했다고 <AP> 통신 등이 보도했다.

 

텍사스주 북부 연방 파산법원은 이날 총기협회가 지난 1월 제기한 파산보호 신청이 선의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해 신청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할린 헤일 판사는 “총기협회의 파산보호 신청은 채무자가 재정적 어려움에 처해 신청한 것이라기보다 소송에서 부당하게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거나 규제를 피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또 “웨인 라피에어 협회 부회장 겸 최고경영자가 파산신청을 하면서 협회 이사진 등 수많은 관계자를 배제한 점은 아주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라피에어 부회장은 판결 이후 트위터를 통해 “이번 결정에 부분적으로 실망했지만, 우리 협회의 전반적인 활동과 (무기 휴대의 권리에 관한) 수정 헌법 2조 옹호 활동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법무장관은 지난해 8월 협회의 전·현직 임원들이 협회의 돈을 개인 금고에 든 돈처럼 썼다며 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제임스 장관은 “부패와 불법성의 정도를 볼 때, 폐쇄가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총기협회는 1871년 이후 뉴욕주에 비영리법인으로 등록해 활동해왔는데, 지난 1월 텍사스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와 함께 법인도 텍사스주에 새로 등록해, 활동을 재개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법원의 이날 결정은 그동안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정치권에 영향력을 끼쳐온 총기협회에 큰 타격을 입힐 것으로 보인다. 협회 전·현직 임원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내부 비리가 폭로되면서 조직이 타격을 받은 데다가, 최근엔 미 의회가 새로운 총기규제 법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기규제 행동을 촉구하는 엄마들’의 설립자 섀넌 와츠는 “총기협회가 총기규제에 맞서는 로비활동 와중에 소송과 재정 문제까지 대처하는 건 불가능하지 않을지언정 아주 벅찬 일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신기섭 기자


미 총기협회장, 코끼리 사냥 동영상 파문

 라피에어 회장 부부, 보츠와나서 코끼리 사냥
 코끼리 사살 뒤 기뻐하는 모습 등 담겨
 협회 이전용 ‘꼼수’ 파산신청 도중 악재

 

미국 전국총기협회(NRA) 회장인 웨인 라피에어와 부인이 지난 2013년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사냥 도중 코끼를 사살하고는 기뻐하고 있다. 트레이스 /<뉴요커> 누리집 갈무리

 

미국 최대 로비단체인 전국총기협회(NRA)가 회장의 코끼리 사냥 동영상 공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뉴요커>와 총기관련 뉴스를 다루는 비영리 뉴스 웹사이트인 <트레이스>는 지난 27일 웨인 라피에어 전국총기협회 회장이 부인과 함께 지난 2013년 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코끼리 사냥을 하는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공개했다.

 

이 동영상을 보면, 당시 총기협회가 후원한 사냥대회에서 라피에어가 부인과 함께 사냥총으로 코끼리를 정확히 겨냥해 사살하고 기뻐하는 모습이 담겨있다. 특히, 라피에어 부부는 총에 맞아 고통스럽게 죽어가는 코끼리 모습을 보고는 기뻐하면서 서로 격려했다.

 

이 동영상 공개에 대해 라피에어 쪽은 총기협회의 파산 신청 심리를 앞두고 자신을 곤경에 처하게 하려는 공작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29일 텍사스 달라스 파산법원에서 열린 총기협회 파산신청 심리에서 자신의 코끼리 사냥을 보도한 “미디어를 보지도 않았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총기협회의 변호사 그레그 가먼은 이 동영상이 총기협회의 광고회사였던 ‘애커먼 맥퀸’의 간부인 토니 매크리스에 의해 누설됐다고 주장했다. 총기협회와 애커먼 맥퀸은 수년동안 법정 분쟁을 이어오고 있다. 애커먼 쪽은 총기협회의 파산신청이 제기되자, 이 단체를 책임질 독립적인 신탁관리자를 지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총기협회는 지난 1월 텍사스주 연방파산법원에 파산법11조에 따른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이는 협회 해산을 압박하는 뉴욕주의 조처를 피해, 총기 옹호론자들이 많은 텍사스주에서 다시 법인 등록을 하려는 조처다.

 

뉴욕주 검찰은 지난해 8월 법원에 총기협회의 협회 전·현직 지도부가 거액을 전용했다는 혐의를 들어 단체 해산과 불법 이득 반환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라피에어 부회장 등 지도부 인사들이 총 6400만달러의 공금을 유용해 측근과 그들의 업체에게 이익을 몰아준 혐의다.

 

이에 총기협회는 파산신청으로 이 소송을 무력화한 뒤 텍사스에서 법인 등록을 새롭게 하는 대응을 펼치고 있다. 뉴욕주 검찰과 애커먼 등은 총기협회의 파산신청에 맞서, 독립적인 신탁관리인을 지명해 뉴욕주에서 협회를 일방적으로 해산하는 것을 막으려 하고 있다.

 

라피에어 회장은 27일 법정에서 총기협회는 미국의 주류를 대표한다고 믿는다고 증언했다. 앞서 총기협회는 이번주 초 성명을 내어 뉴욕주 검찰이 소송을 진행중인 협회의 문제는 전 재무책임자의 잘못이라고 주장하며, 라피에어 회장의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라피에어는 이번 소송 초반 뉴욕주 검찰총장 집무실에서 열린 변호인들과의 심문에서 협회와 관련된 판매업주가 소유한 대형 요트에서 가족들이 공짜로 즐겼고, 이와 관련해 이해상충에 관한 신고서도 제출하지 않았음을 시인한 바 있다. 정의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