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 알링턴의 한 주민이 13일 차량에 직접 주유하고 있다. 미국 송유관이 지난주 사이버 공격으로 가동 중단되면서 미국 동부 지역에서 일부 석유 부족 사태를 빚었다.

 

사이버 공격을 받아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던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커들에게 500만달러(약 56억5천만원)를 냈다고 13일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 등이 보도했다.

 

보도 내용을 보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랜섬웨어(컴퓨터를 마비시킨 뒤 돈을 요구하는 해킹 수법)의 공격을 받은 지 몇시간 뒤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로 지불했다. 해커들은 돈을 받은 뒤 작동 불능 상태에 빠진 컴퓨터 네트워크를 복구할 수 있도록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에 암호해독 키를 제공했다. 그러나 암호해독 키의 작동이 느려, 실제 복구는 자체 백업 시스템을 이용해 이뤄졌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이런 보도 내용에 대해 논평을 거부했다.

 

백악관 사이버·신기술 국가안보 부보좌관 앤 뉴버거는 “연방수사국(FBI)이 과거 랜섬웨어 피해자들에게 비슷한 범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이유로 몸값을 지불하지 말라고 경고한 바 있다”면서도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민간기업이기 때문에 몸값 지급은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라고 말했다.

미국 연방수사국은 이번 사이버 공격의 주범으로 해커 집단 ‘다크사이드’를 지목했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정부가 이번 사이버 공격과 연루돼 있다고 보진 않지만 “이들 범죄자가 러시아에 살고 있다고 믿을 만한 강력한 근거가 있다”고 말했다.

 

송유 작업은 13일부터 재개됐지만, 노스캐롤라이나 등 미국 동부 지역의 기름 부족 사태가 완전히 해소되기까지는 며칠 더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콜로니얼 파이프라인은 텍사스주 멕시코만에서 동부 뉴저지주까지 총연장 8850㎞에 이르는 송유관을 운영하는 기업으로, 지난 7일 랜섬웨어 공격을 받아 시스템에 문제가 생기자 송유관 가동을 중단했다. 박병수 기자

 

해킹 공격에 멈춘 미 송유관…일부 지역 ‘기름 사재기’

동남부 주유소 1000곳 이상 기름 부족 사태

 

11일 미국 버지니아주 알링턴에 있는 주요소에 기름이 떨어졌다고 적힌 종이가 붙어있다. 미국 최대 송유관이 해킹 공격으로 폐쇄된 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름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알링턴/신화 연합뉴스

 

미국 최대 송유관이 해킹 공격으로 폐쇄된 지 나흘째로 접어들면서 동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름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AP> 통신은 11일 미국 동남부 주요소 1000곳 이상에서 기름이 부족한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고 12일 보도했다. 이번 사태는 남부 멕시코만 인근 지역과 동부를 연결하는 5500마일(약 8850㎞)의 송유관을 운영하는 ‘컬로니얼 파이프라인’이 해킹 공격으로 지난 7일 마비되자 8일부터 송유관을 폐쇄한 여파로 보인다. 하루 250만 배럴의 원료를 운송하는 이 송유관은 동부 지역 석유류 수요의 45%를 책임지고 있어, 불안해진 일부 시민들이 사재기에 나서고 있다.

 

플로리다주 주도 탤러하시에 주민 한 명은 차에 기름을 채우러 주요소에 갔다가 줄이 1마일(약 1.6㎞) 늘어선 것을 보고 포기했다고 통신에 말했다. 이후 직장 근처인 플로리다주립대 근처 주요소에서 차에 기름을 채웠다는 이 주민은 “정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플로리다주 전체 주유소 3% 그리고 버지니아주와 노스캐롤라이나주 각각 7.7%와 8.5%에서 기름이 떨어졌다.

 

미 교통부는 지난 9일 텍사스, 펜실베이니아, 뉴욕 등 미 동남부 18개 주 지역에 긴급사태를 선언해, 휘발유 같은 석유 제품을 육로로 긴급 수송하는 것과 관련된 각종 규제를 일시 해제한 바 있다. 또한 컬로니얼 파이프라인이 송유관 상당 부분을 수동으로 조작해 운영을 재개하고 있기도 하다. 컬러니얼 파이프라인은 이번 주말이면 송유관 운영이 대부분 재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스앤피(S&P)의 애널리스트 톰 클로자는 통신에 주유소 기름 부족 원인 “상당 부분이 평소 하루 팔리던 양의 3~4배가 하루에 팔리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불안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보다 36센트(0.6%) 오른 배럴당 65.2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미 남동부 지역 주유소를 포함해 일부 연료 공급 부족 사태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유가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2.985달러로 2014년 11월 이후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올라섰다. 조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