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 "검찰 흑역사부터 사과를"

 

 

야권의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것을 놓고 분분한 정치권의 해석과 함께 “5.18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는 집중포화를 맞았다.

 

윤 전 총장은 16일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5·18은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있는 역사"라며 "어떤 형태의 독재나 전제든, 이에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번 메시지는 윤 전 총장이 두 달여 만에 내놓은 정치 현안 관련 언급이다.

 

윤 전 총장이 정치적 언급이 없었던 공백을 깨고 국민적 관심사인 5·18 관련 메시지를 던진 것은 결국 대권 행보 개시시점이 다가왔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더군다나 5·18은 전두환 전 대통령의 항소심이 진행되는 것과 맞물려 정치적 색채가 강한 이슈이기도 하다.

 

윤 전 총장 측은 당장 이 같은 분석에 "간간이 메시지를 내고 사람들을 만나겠지만, 정치 입문 선언이나 특정 정당 입당 등 공개 행보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금처럼 대권 가도에 필요한 공부를 하며 '정중동'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재명 경기지사와의 가상 양자 대결에서 패하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야권에서 윤 전 총장의 경쟁력에 대한 의구심과 피로도가 커질 조짐도 보이는 것도 변수로 꼽힌다.

야권에서는 다음 달 11일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새 지도부가 선출되고 야권이 대선후보 경선 체제로 들어서면 윤 전 총장 역시 계속 잠행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은 탓이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거나, 자신을 중심으로 한 제3세력을 조직해 자체적으로 대선을 준비해야 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5·18을 통해 독재에 대한 저항 등을 언급한 것도 보수 성향이 아닌 중도 진영의 색채로 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이라는 시선이 있다.

 

정청래 "윤석열씨, 5·18 운운 자격있나…UFC가 적성일듯"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산악문화체험센터 실외인공암벽 광장에서 열린 서울특별시 산악문화체험센터 개관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16일 야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부상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5·18 메시지를 놓고 "어설픈 흉내 내기"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윤 전 총장을 '윤석열 씨'라고 지칭한 뒤 "직전 검찰총장으로 검찰개혁에 저항하다가 사표를 낸 사람이 5·18 정신을 운운할 자격이 있는가. 5.18 민주주의 정신을 제대로 아는가"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검찰주의자가 민주주의를 말하다니 여름에 솜바지 입고 장에 가는 꼴"이라며 "가장 견제받지 않는 민주주의 사각지대가 바로 검찰"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5·18 영령들이 윤석열의 반민주적 반검찰개혁을 꾸짖지 않겠는가. 누울자리를 보고 발을 뻗어라. 5.18 영령들에 대한 모독"이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윤씨가 5·18에 대해 한마디 걸치는 것을 보니 안 어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며 "어쩐지 정치와 민주주의 이런 종목에는 안 어울리는 선수 같다. 차라리 UFC가 적성에 맞을 것 같은 이미지"라고 직격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언론에 보낸 메시지에서 5·18에 대해 "현재도 진행 중인 살아 있는 역사"라며 "지금의 헌법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만드는 원동력"이라고 평가했다.

 

열린민주 "윤석열, 5·18 운운 뜬금없다…검찰 흑역사부터 사과하라"

 

김부겸 총리, 열린민주당 예방: 김부겸 신임 국무총리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를 예방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왼쪽부터 최창원 국무1차장, 구윤철 국무조정실장, 김부겸, 최강욱, 강민정 원내대표, 김의겸 의원, 김성회 대변인.

 

열린민주당은 17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관련 메시지를 내놓은 것과 관련, "검찰의 흑역사에 대해 사과 먼저 하라"며 맹비난했다.

열린민주당 강민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검찰은 군사독재 시절 정권 하수인으로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 열망을 탄압하는 데 앞장섰던 조직"이라며 "그 수장이었던 이가 마치 자유민주주의 투사인양 5·18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독재와 전제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운운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 원내대표는 "진정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 뜻을 받들려면 검찰의 흑역사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는 게 먼저"라며 "총칼 대신 수사권과 기소권으로 법을 우롱하고 여전히 기득권 보호에 앞장서 법 장난을 치는 검찰을 개혁하는 일을 가로막았던 것에 대해서도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강욱 대표는 "정치 행보로 일관하던 전직 검사의 뜬금없는 메시지는 과연 무엇을 노린 것인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지만, 도무지 그 자격과 진심을 알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검찰, 지만원 무혐의 처분…5·18 말할 자격 없다"

 여권 일제히 맹공… "독재와 싸워보지도 않고 함부로 말해"

"민주주의 파괴자들이 5·18 들먹여" "역대 최악의 검찰총장"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메시지를 놓고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김남국 의원은 17일 페이스북에서 "윤석열 검찰은 수십 년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왜곡하고 폄훼한 지만원 씨를 무혐의 처분했다"며 "뻔히 보이는 봐주기 처분한 윤 전 총장은 5·18 정신을 말할 자격이 없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어떠한 형태의 독재와 전제든 이에 대한 강력한 거부와 저항을 명령하는 것'이라고 말한 것을 두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권의 앞잡이가 돼 노무현 대통령을 죽음으로 내몰았던 검찰, 선택적 수사로 정치와 선거에 개입해서 민주주의를 훼손하려 했었던 정치검찰이 무슨 낯으로 5·18정신과 헌법정신을 운운하는 것이냐"고 직격했다.

 

김성주 의원은 "민주주의 파괴자들이 쉽게 '자유'와 '민주주의'를 갖다 쓰고 내동댕이친다"며 "5·18 정신을 들먹이기 전에 목숨을 건 저항과 함께 하려는 대동의 정신을 조금이라도 이해하려는 노력을 진심으로 보여라"고 말했다.

 

신동근 의원은 "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이 아는 체하며 함부로 말하는 것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며 "독재-민주 구도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말이 나온 지 언제인데, 이건 뭐 복고도 아니고 뭐라 해야 할지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최민희 전 의원은 "검찰은 군부의 시녀로 민주화를 위해 헌신한 민주인사와 학생들을 탄압했다"며 "윤석열은 역대 최악의 총장이자 정치검사"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북 매체도…윤석열 ‘별똥별’ 비유 방송극 대본 “‘별의 순간’ 타령 그만”

‘별의 집에서 일어난 별똥별 소동’ 시나리오

돌덩이같이 추락해버린 반기문처럼 당신도...

 

북한 매체가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별똥별”에 비유하며 풍자한 시나리오를 게재했다.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통일의 메아리>가 17일 “‘별’의 집에서 일어난 별찌(별똥별) 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방송극’ 대본은 윤 전 총장 부부의 대화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시나리오는 윤 전 총장 집으로 걸려오는 여러 언론사의 인터뷰 요청 전화 등을 소재로 윤 전 총장 부부의 대화, 윤 전 총장과 측근 사이의 전화통화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윤 전 총장이 “권력의 여의주를 가지고 마음 내키는 대로 신나게 놀 수 있으니까 (정치권의 구애로부터) 돌아서게 되지 않는단 말이야. 나야 어쨌든 천행으로 ‘별의 순간’을 붙잡았는데 이걸 놓칠 수 없지 않나”라고 하자, 윤 전 총장의 부인은 “‘별의 순간’ 타령은 그만하라요. 한때 ‘대선주자’로 이름을 올렸다가 돌덩이같이 추락해버린 반기문처럼 당신도 반작했다가 종당에(결국은) 사라져버릴지 어떻게 알겠어요”라고 ‘걱정’한다.

 

그러자 윤 전 총장은 “왜 자꾸 별찌 별찌하면서 그래, 내 우주의 기운을 다 모아서라도 진짜 ‘별’이라는 걸 기어코 증명하고야 말테다”라고 말한다.

앞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별의 순간”을 얘기하며 윤 전 총장을 유력한 대선 후보로 거론한 사실을 염두에 두고, 윤 전 총장을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이라고 비꼰 것이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