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에서 ‘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 제목으로 개봉
우익들, 상영관 2곳 찍어 항의 시위, 1곳 개봉 전 상영 취소
요코하마 시네마린 대표 “폭력적인 항의, 굴하지 않겠다”

 

 

일본 우익들이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 <늑대를 찾아서>의 상영을 중단하라며 영화관 2곳을 위협해 논란이 되고 있다. 영화관 1곳은 개봉을 취소했고, 나머지 영화관은 “굴복하지 않겠다”며 상영을 이어가고 있다.

 

17일 <아사히신문> 등의 보도를 보면, 일본 우익단체들은 김미례 감독의 <늑대를 찾아서>가 ‘반일 영화’라며 영화관 2곳을 꼭 짚어 노골적으로 영화 상영을 방해했다. 이 영화는 지난해 <동아시아반일무장전선>이라는 제목으로 한국에서도 개봉했으며, 1970년대 중반 도쿄 미쓰비시중공업 본사 등 일제 전범기업을 상대로 폭파 사건을 일으킨 일본인들의 40여년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올 3월 도쿄를 시작으로 현재 약 30여곳의 영화관에서 개봉했다.

 

우익들의 공격 대상이 된 가나가와현의 ㄱ영화관은 이달 8일 개봉을 예정했으나 결국 취소했다. 영화관은 자료를 내고 “경찰로부터 이달 8~9일 우익 단체가 거리 선전 활동을 한다는 연락이 있었다”며 “소음으로 인근 주민이나 영화관 건물에 있는 다른 점포에 폐를 끼칠 수 있어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4일 개봉해 우익들의 집중적인 공격을 받고 있는 요코하마 시네마린 영화관은 애초 일정대로 이달 21일까지 영화를 상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이 영화관 대표는 최근 성명을 내고 “우리 영화관은 영화의 다양성을 중시하면서 작품을 선정하고 있다”며 “(우익들의 주장이) 영화의 내용을 왜곡하는 데다, 이런 폭력적인 항의 행동에 결코 굴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우익단체들은 이 영화가 개봉된 지난달 24일, 29일, 이달 9일 요코하마 시네마린 영화관 앞에 차를 가져와 확성기로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했다. 트위터에 올라온 영상을 보면, 이들은 “상영을 중지하라”며 “영화 상영료가 동아시아 반일 무장 전선의 활동 자금이 되고 있다”는 유언비어까지 퍼뜨렸다. 지난 7일엔 남성 2명이 영화관 안으로 들어와 상영 중지, 대표 면담을 요구했다고 영화관은 설명했다. 영화관 대표는 성명에서 “이런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관객과 극장 관계자에게 신변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이라며 “도저히 용서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영화가 시네마린에서 개봉할 당시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일본 영화감독 이노우에 준이치는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항의나 압력에 굴복하는 것은 모든 영화, 영화관에 영향을 준다. ‘논란이 일어나는 영화는 그만두자’로 돼버릴까봐 두렵다”고 말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