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28·토트넘 홋스퍼)이 이적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잉글랜드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현지 언론은 이번 이적설을 ‘케인 폭탄’(Kane Bomb)이라고까지 부르고 있다.

케인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공격수다. 19일 기준 프리미어리그에서 득점 공동 1위(22골)를 달리고 있고, 도움 부문에서도 단독 1위(13도움)에 올라있다.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의 주장이기도 하다. 실력과 상징성을 모두 갖춘 선수인 만큼, 여론의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케인은 손흥민(29)과도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손흥민은 올 시즌 리그 득점 단독 4위(17골)·도움 공동 4위(10도움)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케인과 손흥민이 넣은 39골 중 14골이 두 선수가 합작한 득점인데, 이는 프리미어리그 단일 시즌 최다 합작골이다. 통산 기록을 봐도 리그에서 34골을 합작해 첼시의 프랭크 램퍼드와 디디에 드로그바가 세웠던 역대 최다 합작골 기록(36골)을 눈앞에 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인이 떠나면 손흥민도 이적을 결심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손흥민은 프로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지 못했다. 게다가 올 시즌 토트넘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실패했고, 유로파리그 진출마저 장담할 수 없다. 토트넘 전 공격수 폴 스튜어트는 영국 <피에이(PA)스포츠>를 통해 “만약 케인이 떠난다면 손흥민 역시 이적을 생각할 것이다. 케인과 마찬가지로 손흥민도 토트넘은 우승과 거리가 멀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제는 케인의 이번 이적 요청이 손흥민의 이적에 오히려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케인은 잉글랜드를 대표하는 선수일 뿐만 아니라 토트넘의 심장이다. 토트넘 유소년 출신으로, 지금껏 토트넘에서만 뛰어왔다. 과거 개러스 베일과 루카 모드리치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다니엘 레비 토트넘 회장은 이미 유럽슈퍼리그 참여 결정으로 강한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만약 케인마저 놓친다면, 회장직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어쩔 수 없이 케인을 떠나보낸다고 해도, 공격의 핵심인 손흥민은 지키려 할 가능성이 크다. 토트넘은 앞서 베일을 레알로 보낸 뒤 얻은 이적 자금으로 선수 7명을 영입했지만, 크리스티안 에릭센 외에는 대부분 부진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케인이 떠난 뒤에도 안정적으로 활약해줄 수 있는 손흥민을 놓치고 싶지 않을 것이다.

 

손흥민과 토트넘의 계약 기간은 2023년까지다. 토트넘은 지난해 손흥민에게 2025년 여름까지 계약 연장을 제시했으나, 손흥민은 재계약 결정을 미루고 있다. 다음 시즌 손흥민은 어느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설까. 떠나든 남든, 케인이 쏘아 올린 공이 손흥민의 이적 방정식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