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 "공헌 강조해 찬동 얻으려고"…코로나 확산에 취소 요구 확산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2일 오후 일본 총리관저에서 온라인으로 열린 '코백스(COVAX) 백신 서밋(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오른쪽) 일본 외무상이 배석했다. [일본 총리관저]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은 주요 7개국(G7)이 지지를 표명하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활용한 로비에 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의 강력한 요청에 따라 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는 일본에 대한 지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라고 교도통신이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2일 보도했다. G7 회의는 11∼13일 영국에서 열린다.

 

보도에 따르면 외교 소식통은 공동성명에 들어갈 구체적 표현을 최종 조율 중이지만 "올여름에 개최하기 위한 일본의 노력에 반대하는 나라는 없다"며 일본에 대한 지지가 반영되는 방향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올림픽 개최에 관한 호의적인 성명을 끌어내기 위해 '백신 외교'를 활용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는 2일 온라인으로 열린 '코백스(COVAX) 백신 서밋(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 백신 공동 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 코백스에 8억 달러(약 9천억 원)를 추가 제공할 것이며 자국민을 위해 확보한 백신 가운데 3천만 회 분량을 타국에 공급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17일 일본 도쿄도(東京都)에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 취소를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앞서 스가 총리가 제공 의사를 밝힌 2억 달러까지 포함하면 일본의 지원금은 총 10억 달러(약 1조1천115억원)가 되며 미국(25억 달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아진다.

교도통신은 스가 총리가 G7 정상회의 때 "일본의 공헌을 강조해 올림픽 개최에 대한 찬동을 얻고 싶다는 의향"이라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올림픽에 대한 회의론이나 취소 요구가 확산하는 가운데 주요국의 후원을 받아 올림픽 개최론이 탄력을 받도록 하려는 구상인 셈이다.

G7은 올해 2월 화상으로 열린 정상회의에서 "코로나19를 이겨내 세계 결속의 증거로서 올해 여름 '안전·안심' 형태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겠다는 일본의 결의를 지지한다"고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도쿄올림픽 D-50…도쿄 의회에서도 '취소 · 재연기' 대두

코로나19 분과회장 "무엇을 위해 올림픽 하는지 불명확"

 

코로나 긴급사태 속 다가오는 올림픽 개막식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5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개최 도시인 일본 도쿄도(東京都) 의회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면서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도쿄지사가 주도해 결성한 정당인 '도민(都民)퍼스트(First)회'까지 재연기를 거론한 상황이다.

 

도쿄도 의회에서 2일 열린 각 당 대표 질의에서 도민퍼스트회가 올림픽 재연기를 언급하고 일본공산당, 입헌민주당 등이 취소나 재연기를 주장하는 등 도의회의 과반을 차지하는 3당이 올림픽 개최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고 도쿄신문이 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아라키 지하루(荒木千陽) 도민퍼스트회 대표는 "감염 상황을 눈여겨보면서 온갖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무관중 개최나 올림픽 재연기 구상을 선택지로 두고 검토할 것으로 요구했다.

도쿄도 의회의 최대 정당인 도민퍼스트회는 작년 3월 올림픽 연기가 결정된 후 고이케 지사의 올림픽 개최 방침을 지지했으나 개막식을 한 달여 앞두고 이견을 내놓은 것이라서 주목된다.

 

올림픽 취소까지 요구하지는 않았으나 경기장에 관람객을 수용하는 형태로 다음 달 올림픽을 개막하겠다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 구상에 제동을 건 셈이다.

제도권 진보정당으로 분류되는 일본공산당은 올림픽이 "변이 바이러스의 제전이 될지 모른다"며 올림픽 취소를 결단하라고 촉구했다.

 

입헌민주당을 대표해 질의에 나선 나카무라 히로시(中村洋) 의원은 "감염 상황에 대한 우려를 불식할 수 없다면" 연기 혹은 취소해야 한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조기 결단을 하도록 촉구하라"는 의견을 표명했다.

고이케 지사는 "대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안전·안심' 환경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다. 실효성 있는 코로나19 대책이 중요하다"며 "착실하게 준비를 계속한다"는 입장을 반복해 밝혔다.

 

고이케 유리코(小池百合子) 일본 도쿄도(東京都) 지사가 1일 오후 도쿄도 의회 정례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민퍼스트회, 일본공산당, 입헌민주당 의원을 모두 합하면 71명으로 도의회 정원(127명)의 과반이라서 이들이 단합하면 올림픽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결의안도 가결할 수 있다고 도쿄신문은 전했다.

내달 4일 도쿄도 의회 선거가 예정돼 있고 최근 올림픽 개최에 관한 유권자들의 불안이 커짐에 따라 의원들이 여론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구성한 전문가 모임인 코로나19 대책 분과회의를 이끄는 오미 시게루(尾身茂) 회장은 올림픽에 관한 우려를 연일 쓴소리를 했다.

2일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출석한 그는 도쿄올림픽에 관해 "지금 상황에서 보통은 (개최를) 안 하지만, 하겠다면 개최 규모를 되도록 작게 하고 관리 체제를 가능한 한 강화하는 것이 주최하는 사람의 의무"라고 말했다고 마이니치(每日)신문이 전했다.

 

오미 회장은 "이런 상황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지 목적이 명확하지 않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1일 열린 참의원 내각위원회 등에 출석했을 때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의료기관이 이미 부담을 느끼고 있으며 올림픽을 개최하면 "더욱 부담이 가해질 위험이 있는 것은 모두의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