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여자 골프에 '동남아시아' 경계령

● 스포츠 연예 2021. 6. 8. 01:06 Posted by 시사한매니져

이번 시즌 메이저대회에서 태국·필리핀 선수 우승

무서운 상승세...도쿄올림픽 한국 2연패 길목 험난

 

필리핀 국기 펼친 팬들 사이에서 트로피 든 유카 사소 [Kyle Terada-USA TODAY Sports/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강' 한국 여자 골프의 올림픽 2연패 길목에 동남아시아 경계령이 떨어졌다.

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동남아시아 선수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6일 끝난 US여자오픈 최종일에 유카 사소(필리핀)가 연장전 끝에 우승했다.

필리핀 선수로는 처음 메이저대회를 제패한 사소는 오는 7월 도쿄 올림픽에 필리핀 대표로 출전할 게 확실하다.

 

사소는 이미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지금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정상급으로 활약하는 임희정(21), 유해란(20)이 출전한 한국을 따돌리고 개인전 금메달과 단체전 금메달을 휩쓴 바 있다.

 

빠르고 강한 스윙과 탄도 높은 아이언샷에 언제나 홀을 지나가는 과감한 퍼팅 등 탄탄한 기본기와 20세 나이에도 두둑한 배짱이 강점이다.

2019년 세계랭킹 1위였던 박성현(28)은 필리핀 투어 대회에서 17세이던 사소와 사흘 내내 경기를 치렀다. 당시 최전성기였던 박성현은 "나보다 더 멀리, 더 강하게 볼을 때린다"면서 감탄했다.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 퍼트를 넣고 기뻐하는 타와타나낏.[AP=연합뉴스]

 

US오픈에 앞서 L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무시무시한 장타를 앞세운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우승한 패티 타와타나낏(미국)도 이변이 없는 한 도쿄 올림픽에 태국 국기를 달고 참가한다.

타와타나낏은 세계랭킹 10위에 이름을 올려놨다.

 

사소와 타와타나낏은 20대 초반 '젊은 피'라는 점도 눈에 띈다. 사소는 2001년생, 타와타나낏은 1999년생이다.

도쿄 올림픽뿐 아니라 2024년 파리 올림픽까지도 한국의 강력한 경쟁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태국은 또 세계랭킹 1위를 했던 에리야 쭈타누깐이 부활하면서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는 강력한 '원투 펀치'를 갖췄다.

 

필리핀 2001년생 사소, US여자오픈 제패…박인비와 최연소 타이

연장전서 하타오카 꺾고 우승… LPGA 입회 · 5년간 투어 카드 확보

선두로 4라운드 나선 톰프슨 후반 무너져 3위…고진영 · 박인비 7위

 

우승 트로피 든 유카 사소 [게티이미지/AFP=연합뉴스]

 

필리핀의 2001년생 유카 사소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을 제패했다.

사소는 7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올림픽 클럽 레이크코스(파71·6천383야드)에서 열린 제76회 US여자오픈(총상금 55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하나, 더블보기 2개를 묶어 2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4언더파 280타를 기록한 사소는 하타오카 나사(일본)와 공동 선두를 이뤄 이어진 연장전에서 승리를 거둬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00만 달러(약 11억 1천만원)다.

사소는 19세 11개월 17일에 US여자오픈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2008년 박인비(33)와 대회 최연소 우승 타이기록을 세웠다.

 

아울러 필리핀 선수로는 2000년대 초반 2승을 올린 제니퍼 로살레스에 이어 역대 두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회 우승자로 이름을 올렸다.

필리핀인 어머니와 일본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을 휩쓰는 등 아마추어 때부터 이름을 날린 기대주다.

이듬해 프로로 전향, 지난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나서 8월에만 2승을 수확했다.

 

LPGA 투어에는 정식으로 입회하지 않은 가운데 초청 선수로 이따금 대회에 나서며 4월 롯데 챔피언십에서 공동 6위에 오르기도 했던 그는 메이저대회에서 첫 우승을 수확해 본격적인 미국 무대 진출의 발판을 놨다.

 

LPGA 투어는 대회를 마치고 "사소가 회원 자격을 받아들였으며, 5년간 투어 카드를 확보했다"면서 "각종 포인트는 오늘 자로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사소는 리디아 고(뉴질랜드)의 시즌 상금 총액 89만451달러를 단숨에 앞질러 상금 1위로 나섰다.

이날 최종 라운드 후반까지도 사소의 우승을 점치기는 쉽지 않았다.

선두 렉시 톰프슨(미국)에게 한 타 뒤진 2위로 출발했으나 2번(파4), 3번(파3)에서 연속 더블보기가 나와 초반 선두 경쟁에서 멀어졌다.

톰프슨이 2위와 4타 차로 전반을 마치며 2014년 4월 크라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이후 7년 만의 메이저대회 우승에 가까워진 듯했다.

 

하지만 후반 들어 흔들린 톰프슨의 샷이 우승 경쟁 판도도 뒤흔들었다.

11번 홀(파4) 더블보기를 적어내 여유를 잃은 톰프슨은 14번 홀(파4)에서도 티샷부터 좋지 않은 여파로 보기를 써내 공동 2위에 2타 차로 쫓겼다.

 

그가 무너지는 사이 앞 조에서 경기한 하타오카가 13∼16번 홀에서만 3타를 줄여 한 타 차로 압박했고, 사소도 16번 홀(파5) 버디로 추격하며 승부는 안갯속에 빠졌다.

수세에 몰린 톰프슨은 17번 홀(파5)에서 한 타를 잃어 하타오카, 이 홀에서 버디를 잡아낸 사소에게 공동 선두를 내줬고, 18번 홀(파4)에서도 난조가 이어지며 보기에 그쳐 결국 마지막 홀에서 선두의 주인공이 바뀌었다.

 

9번(파4)과 18번 홀 결과를 합산해 승자를 가리는 방식의 연장전에서 사소와 하타오카 모두 연이어 파를 지켜냈고, 서든 데스로 이어진 9번 홀에서 사소가 3m가량의 버디 퍼트를 넣으며 우승을 확정 지었다.

 

사소는 "더블보기 두 개가 나왔을 땐 사실 속상했지만, 캐디가 아직 남은 홀이 많다며 계속해보자고 말해줘 그렇게 했다"며 "트로피에 모든 위대한 선수들의 이름이 있는 것을 봤는데, 내 이름도 들어간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필리핀에서 저를 응원해주는 분이 많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다. 어떻게 고마움을 전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이곳에도 필리핀 국기를 들고 있는 분이 많이 있었는데, 정말 큰 힘이 됐다"고도 말했다.

올해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에서는 4월 ANA 인스피레이션의 패티 타와타나낏(22·태국)에 이어 동남아시아 국적의 신예급 선수가 우승했다.

 

    역전당한 렉시 톰프슨

 

미국 선수로는 2016년 브리트니 랭 이후 5년 만에 US여자오픈 우승을 바라봤던 톰프슨은 후반에만 5타를 잃는 등 최종 라운드 4오버파에 그쳐 3위(3언더파 281타)로 대회를 마쳤다.

US여자오픈에선 2017년 박성현(28), 2019년 이정은(25), 지난해 김아림(26) 등 최근 4년 중 세 차례 한국인 우승자가 나왔으나 올해는 불발됐다.

 

한국 선수 중엔 세계랭킹 1위 고진영(26)과 세계랭킹 2위 박인비가 최종합계 1오버파 285타, 공동 7위로 가장 좋은 성적을 남겼다.

공동 3위로 출발한 이정은은 5타를 잃어 공동 12위(2오버파 286타)로 밀렸다.

김세영(28)은 공동 16위(4오버파 288타), 김효주(26)가 공동 20위(5오버파 289타), 유소연(31)이 22위(6오버파 290타)에 자리했다.

 

필리핀·일 이중국적 사소 US여자오픈 우승에 일본 환호

 "박인비와 맞먹는 최연소 기록"…관방장관 "훌륭한 역전승" 칭찬

 도쿄증시 골프 관련주 들썩…장래 일본 국적 선택 가능성에 주목

 

일본인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소 유카(笹生優花)가 여자골프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하자 일본 열도가 환호하고 있다.

일본 언론은 사소의 우승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의미를 부여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사소가 만 20세를 눈앞에 둔 19세 11개월의 연령으로 US여자오픈에서 우승했으며 이는 2008년 박인비와 어깨를 견주는 최연소 기록이라고 강조했다.

교도통신은 사소가 히구치 히사코(樋口久子, 1997년 US여자오픈), 시부노 히나코(澁野日向子, 2019년 브리티시 여자오픈)에 이어 일본 여자 선수로 메이저 대회를 제패한 세 번째 사례라고 보도했다.

 

일본 정부는 반색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사소가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것에 대해 "매우 기쁘다. 끈기 있는 경기로 훌륭한 역전 우승을 했다"고 칭찬했다.

그는 사소가 대회 사상 최연소 타이기록으로 우승한 것을 거론하며 "앞으로 더욱 비약할 것을 기대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7일 도쿄주식시장에서는 1부에 상장된 골프 정보 사이트 운영 기업 '골프다이제스트 온라인'의 주가가 전 거래일 종가보다 한때 10.2% 상승하는 등 사소의 선전이 증시에도 영향을 끼쳤다.

사소는 필리핀에서 태어나 4살 때 일본으로 건너왔으며 아버지 사소 마사카즈(笹生正和)의 영향으로 8살 때부터 골프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삼아 각국 주니어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2018년 아시아대회에서는 필리핀 대표로 출전해 개인·단체 2관왕을 차지했으며 2019년 11월 일본 투어 프로 테스트에 합격해 작년 1월 일본여자프로골프협회(JLPAG)에 입회하는 등 최근에는 양국에서 모두 활동이 부각됐다.

일본 매체 닛칸(日刊)스포츠에 따르면 사소는 일본과 필리핀 이중 국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일본은 이중국적이 된 시점이 20세 미만이면 22세가 될 때까지 국적을 선택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그때까지는 사소가 양쪽 국적을 보유하는 것이 인정된다고 닛칸스포츠는 전했다. 사소는 2001년 6월 20일 출생했다.

교도통신은 사소가 도쿄올림픽에서는 필리핀 선수로 출전하지만, 장래에는 일본 국적을 선택하는 것을 시야에 넣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