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 불편한 남편과 함께 죽음 선택한 듯"…230가구 중 50가구만 남아

 

가옥 상당수가 군경이 저지른 방화로 불타 없어진 킨마 마을 모습.[SNS 캡처]

 

미얀마 군부가 무장한 주민들과 충돌한 뒤 마을을 통째로 불 질렀고, 이 과정에서 80대 노부부가 불에 타 숨졌다고 현지 매체들이 보도했다.

 

17일 이라와디와 미얀마 나우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 중부 마궤 지역 파욱구(區) 킨마 마을이 군경의 방화로 잿더미가 됐다.

 

군경은 사흘 전 인근 마을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마을 수색에 나섰다.

 

그러나 이들은 마을 외곽에서 이미 정보를 입수하고 매복 중이던 무장 주민들에 의해 공격을 받았다.

 

이 과정에서 군경 7~15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총격전 끝에 마을로 들어온 군경은 가옥 이곳저곳에 불을 지르기 시작했다고 당시 상황을 목격한 주민들이 전했다.

 

당시 주민들은 이미 인근 산악 지역으로 피신한 뒤였다.

 

그러나 고령에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5명은 남겨진 상태였다.

 

*불에 타 숨진 80대 노부부 시신으로 보이는 유해.[미얀마 나우 캡처]

 

군경이 불을 지르자 피신했던 마을 주민들이 급히 돌아와 남아있던 노인 중 3명을 구했다.

 

그러나 먀 마웅(85)-찌 메인(83) 부부는 끝내 불길 속을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 주민은 미얀마 나우에 "먀 마웅 옹은 건강이 너무 안 좋아 걷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자녀들이 모두 다 대피한 상태라 누구도 그를 불길에서 구할 수 없었다"며 "부인이 남편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죽기로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라와디는 먀 마웅 옹의 나이가 95세라고 보도했다.

 

다른 주민은 다음날 마을로 돌아왔을 때 노부부의 아들이 재로 변한 부모님 집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전했다.

 

군경은 불을 끄려던 일부 주민에게도 총을 발사했으며, 주민 한 명은 다리에 총탄을 맞았다고 이라와디가 주민들을 인용해 보도했다.

 

주민 1천명 가량이 살던 230여 가구 중 약 50가구 정도를 제외하고는 마을 대부분이 사라지고 없었다고 한 주민은 말했다.

 

군경의 방화로 잿더미로 변한 마을 모습은 현지 SNS에 확산하면서 공분을 자아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2월1일 쿠데타 이후 전날 현재까지 총격 등 군경의 폭력으로 사망한 이는 865명에 달한다.

 

*가옥 상당수가 군경이 저지른 방화로 불타 없어진 킨마 마을 모습.[SNS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