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민주당 뉴욕시장 경선…본선은 11월2일

양, 높은 인지도로 선두 달리다 최근 3~4위로

기본소득·경제회복에서 범죄대처로 화두 이동

NYPD 출신 흑인 에릭 애덤스 여론조사 1위로

아시아계 정체성 정치도 양날의 칼로 작용

 

미국 뉴욕시장 민주당 후보 경선에 나선 앤드루 양(왼쪽) 후보와 캐스린 가르시아 후보가 19일(현지시각) 뉴욕에서 합동 연설하고 있다. 뉴욕/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첫 아시아계 뉴욕시장이 탄생할 수 있을까?

 

오는 22일(현지시각) 열리는 미 민주당의 뉴욕시장 후보 경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는 대만계인 앤드루 양(46)이 11월2일 본선행 티켓을 쥘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공화당도 22일 경선을 치르지만 뉴욕시장 선거는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 민주당 경선이 곧 본선으로 받아들여진다.

 

13명이 출마한 민주당 뉴욕시장 후보 경선에서 양은 여론조사에서 초기 선두를 달리다가 최근에는 3~4위권으로 추락했다. 2020년 대선 민주당 경선에 보편적 기본소득이라는 화두를 들고 뛰어들어 새 바람을 일으키며 쌓은 높은 인지도와 언론의 집중 덕분에 그는 뉴욕시장 출마 선언 이후 지지율 고공행진했다. 대만계 이민자 부모에게서 뉴욕주에서 태어난 양은 브라운대에서 경제학과 정치학을 전공하고 컬럼비아대 로스쿨을 나와 변호사 활동에 이어 창업 지원 비영리단체인 ‘벤처 포 아메리카’ 대표 등을 지낸 사업가다.

 

양은 뉴욕시장에 출마하면서도 뉴욕의 극빈층 50만명에게 연 평균 2000달러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고 기금을 늘려가며 규모를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업가 출신의 강점을 살려 뉴욕 경제 회복을 내세우고, ‘뉴욕을 다시 재미있게’ 만들겠다고 약속하며 이목을 끌었다.

 

하지만 그는 5월 초 뉴욕경찰(NYPD) 출신의 흑인 남성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61)에게 1위를 내주더니, 경선이 다가올수록 내려앉았다. 지난 14일 공개된 마리스트의 여론조사(6월3~9일 실시)의 경우, 애덤스가 24%로 1위, 뉴욕시 위생국장 출신의 백인 여성인 캐스린 가르시아(17%)가 2위, 흑인 여성 인권변호사 마야 와일리(57) 3위다. 양은 14%로 4위다. 다른 조사들에서도 애덤스가 1위를 유지하는 가운데 양은 3~4위다.

 

양이 고전하는 것을 두고 미 정치 전문가들은 양의 높은 인지도가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를 한다. 여러 명의 후보들이 난립한 가운데, 대선 경선을 통해 전국적 지명도를 쌓은 양에게 언론의 검증과 경쟁자들의 공격이 집중되면서 약점이 노출됐다는 것이다.

 

정책 분야에서 양은 기본소득과 경제회복을 내세웠지만, 조 바이든 정부의 재정 지출 확대와 더불어 미 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면서 그의 공약의 호소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지난 4월16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양의 경제상황 진단과 기본소득 공약을 비판하면서 “좋은 시장이 될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혹평했다.

 

반면, 5월 타임스퀘어 총기 난사 등 뉴욕의 범죄·치안 문제가 선거의 주요 의제로 부각되면서 경찰 출신인 애덤스가 상승세를 탔다. 양 또한 아시아계 증오범죄 해결 등 치안 강화를 강조하지만 정치 컨설턴트인 행크 셰인코프는 “양은 범죄를 이해하는 사람이 아니다. 애덤스 같은 경험이 없다”고 뉴욕 지역 매체 <고담 가제트>에 말했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행정 경험 부족’이라는 지적이 양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양이 후보자 토론에서 경찰 관련 주요 법안에 대해 모르거나, 이미 있는 정책을 제안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공격의 대상이 됐다. <뉴욕 타임스>는 양이 ‘벤처 포 아메리카’를 통해 일자리 10만개 창출을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150개에 그쳤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양이 ‘뉴요커’가 아니라는 시선도 그를 괴롭힌다. 25년 동안 뉴욕시에 살았지만 뉴욕시장 선거 때 투표를 한 적이 없다는 게 주요 공격 지점이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지하철역을 타임스퀘어역으로 꼽았는데, <뉴욕 데일리 뉴스>는 만평에 눈 찢어진 양이 타임스퀘어역을 관광객처럼 걸어 나오는 모습을 담아 인종주의 논란까지 일으켰다. 아시아계를 영원한 외국인으로 바라보는 미 주류의 시선까지 녹아든 결과다.

 

아시아계 정체성은 양에게 양날의 칼이다. 그는 대선 후보 경선 때는 자신의 아시아계 정체성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으나, 뉴욕시장에 출마해서는 자신의 출신이나 3월 아시아계 여성 6명의 목숨을 앗아간 조지아주 총격 사건을 적극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그는 미 언론 인터뷰에서 “뉴욕과 미국에서 자신들의 위치가 의심받는다고 느끼는 뉴욕시의 아시아계 미국인들을 대표할 책임을 많이 느낀다”며 아시아계에 구애했다. 역시 대만계인 그레이스 멩 하원의원이 그를 지지한다. 하지만 뉴욕시장 당선에 결정적 비중을 차지하는 흑인들은 단단하게 애덤스 쪽으로 기울어있다.

 

그럼에도 양은 “이길 걸로 믿는다”며 총력을 쏟고 있다. 그는 19일 경쟁자 중 하나인 가르시아와 합동유세를 벌였다. 이번 경선은 유권자들이 최대 5명까지 순서를 정해 선호 후보를 고르는 방식인데, 양은 “나를 1위, 가르시아를 2위로 선택해달라”고 호소했다. 강자인 애덤스를 함께 견제하려는 것이다. 워싱턴/황준범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