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 <중통> 발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흥미로운 신호’ 발언 대응 성격

성김 미 대북 특별대표 방한 기간 ‘대미 메시지’ 주목

미에 좀더 구체적이고 진전된 제안 내놓으라는 압박인 듯

 

조선노동당 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 당시의 김여정 당 중앙위 부부장 모습(붉은 원 안). 회의 사흘째인 17일 김여정 부부장을 포함한 참석자들이 모두 일어서 박수를 치고 있는 모습을 18일 <조선중앙텔레비전>이 보도했다. <조선중앙텔레비전> 화면 갈무리, 연합뉴스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미국을 향해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고 22일 <조선중앙통신>(중통)이 보도했다.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낮 12시 <중통>으로 공개된 “김여정 조선노동당 중앙위 부부장 담화”를 통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우리 당중앙위 전원회의가 이번에 천명한 대미 입장을 ‘흥미 있는 신호’로 간주하고 있다고 발언했다는 보도를 들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부부장은 “조선 속담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말이 있다”며 “미국은 아마도 스스로 위안하는 쪽으로 해몽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짚었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제이크 셜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0일) <ABC> 방송과 인터뷰에서 “이번주 그(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발언을 우리는 흥미로운 신호로 본다. 그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우리에게 어떤 종류의 더 직접적인 소통을 후속으로 취하는지를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데 대한 북쪽의 첫 공개 반응이다. 김 부부장의 담화를 통해 미국에 보내려 한 신호는 ‘우리가 움직이기를 기다리지 말고, 당신들이 먼저 더 움직여라’로 읽힌다.

 

“기다리며 지켜볼 것”이라는 셜리번 보좌관 발언에 이어, 성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서울에서 21일과 22일 이틀 연속으로 “북한이 ‘언제 어디서든 조건없이 만나자’는 제안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를 희망한다”며 ‘이제는 북한 차례’라고 하자, 공을 다시 미국 쪽으로 보낸 셈이다. 거칠게 풀이하자면, 현 상황에서 북쪽이 대화·협상장에 나오리라 기대하지 말고, 미국 쪽이 좀더 진전되고 구체적인 대북 제안을 내놓으라는 속내가 담겨 있는 듯하다.

 

김 부부장의 담화는 본문 기준 140자, 네 문장으로 아주 짧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당중앙위 8기3차 전원회의(15~18일)에서 밝힌 ‘국제정세 대응 방향’처럼 대미 비난도 전혀 없다. 북한 특유의 선전선동 차원의 비판·비난은 빼고 꼭 하고 싶은 말만 담은 셈이다. 그만큼 진지하다는 방증이다.

 

이런 여러 사정에 비춰 김 부장의 담화는 겉으로 드러난 냉담함과 별개로, 북·미 대화의 시기·방식·내용 따위를 두고 본격적인 밀당이 시작됐음을 가리키는 신호로 볼 수도 있다.

 

앞서 김정은 총비서는 전원회의 셋째날인 지난 17일 “대화에도 대결에도 준비돼 있어야 한다”며 “조선반도 정세 안정적 관리 주력”과 “유리한 외부적 환경 주동적 마련”을 강조했다. 이제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