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 정세균도 “수용한다”

7월11일 ‘컷오프’ 6명 본선행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 경선 연기로 문제로 진통을 겪던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현행 당헌대로 ‘대선일 180일 전’까지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결정했다. 일정 확정을 저지하기 위해 당무위원회 소집까지 검토하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와 정세균 전 총리도 ‘당 최고위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17일 민주당 ‘비이재명계’ 의원 66명의 의원총회 소집 요구로 불거진 경선 연기 논란이 약 1주일 만에 정리되면서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본격적인 경선 레이스 준비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 상임고문단·원외위원장 의견도 수렴…“원칙 준수” 우세

 

송영길 대표는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지도부는 현행 당헌 규정 원칙에 따라 제20대 대선 경선 일정을 진행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며 “여러 이견이 있었지만, 하나로 가야 한다는 합의 아래 이견 있는 최고위원들도 양해해줘서 힘을 하나로 모아서 결정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지도부가 적지않은 현역 의원들의 경선 연기 주장에도 ‘180일 규정’을 고수한 건 대선주자 간 합의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1위 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물론 박용진 의원과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경선 연기에 반대해왔다.

 

고용진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나 “후보간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선일정을 변경하는 건 또 다른 분란의 소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지사 등이 일정 연기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게 일정을 변경할 경우 내홍이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당 지도부는 당 내부 의견을 취합하며 의견이 갈릴 땐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명분도 쌓았다. 송 대표는 상임고문단 6명(문희상·김원기·임채정·이해찬·이용득·오충일)의 의견을 청취했고 윤관석 사무총장은 각 대선주자들과 접촉했다. 민병덕 조직부총장은 원외위원장의 의견을 수렴하면서 원칙론이 우세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지난해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180일 전 선출’ 규정을 확인했던 이해찬 전 대표의 발언을 그대로 전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줄 알고 1년 전에 미리 특별당규를 만들었다. 그 당시에는 이재명 후보 존재감이 별로 없었고 이낙연 후보 대세론이 있었던 상황에서 각 후보 캠프를 거쳐서 만든 안이다. 따라서 원칙대로 가는 게 맞다”는 것이다.

최고위 90분 격론…경선일정안 보고받고 ‘고성’

 

하지만 이 결정이 도출되기까지 최고위에서는 90분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김용민·백혜련·이동학 최고위원이 원칙론을, 강병원·김영배·전혜숙 위원이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섰다.

 

강훈식 대선경선기획단 공동단장이 ‘대선일 180일 전 선출’을 전제로 한 경선일정을 보고하자 경선 연기론을 주장하는 최고위원들은 “선거인단 모집을 휴가기간에 하면 흥행이 되겠냐” ”180일에 꿰맞추기 식으로 하지 말고 하나하나 토론하자”고 반발했다.

 

원칙론을 주장하는 쪽에선 “구체적인 부분은 휴가 기간을 피해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일정을 빨리 결정해야 흥행할 수 있는 요소를 넣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경선 일정안을 놓고 토론을 생략하기로 하자 “그럴 거면 왜 보고를 받자고 한 거냐”는 고성이 회의실 밖으로 새어나오기도 했다.

 

논쟁이 격해지자 송 대표는 결국 “이 문제 결정을 대표한테 위임해달라”고 요청했다. 대다수 최고위원이 이에 동의함에 따라 송 대표는 표결 없이 현행 당헌대로 대선후보를 선출하기로 의결했다.

 

가장 강경하게 경선 연기론을 주장했던 전 최고위원은 “경선을 연기해야 송 대표가 당을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다”며 설득했지만 자신의 주장이 관철되지 않자 눈물을 보였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고 한다.

 

실력행사 나섰던 정세균·이낙연 등 “수용” 뜻

 

이날 최고위 결정이 발표되자 경선연기론을 주장했던 대선주자들은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 전 총리는 이날 페이스북에 “집단면역 이후 역동적 국민 참여가 보장된 경선실시가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지도부의 결정을 수용한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밝혔다.

 

이낙연 캠프는 오영훈 대변인이 “당 지도부의 일방적 태도에 심히 유감” “흥행 없는 경선 결정한 지도부는 향후 그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지만, 약 3시간 뒤 이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당 최고위원회의 결정을 수용한다”고 밝혔다.

 

한때 경선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상당한 사유’의 해석 권한이 당무위원회에 있다며 다시 한 번 세를 모아 당무위 소집까지 검토하던 강경 입장에서 물러난 것이다. 경선 연기를 주장하며 실력행사를 이어갈 경우 당 내분을 조장한다는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이 지사를 돕고 있는 박홍근 의원은 최고위의 결정을 환영하며 “더 이상의 소모적인 논란은 자제하고 함께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를 열어 예비경선 세부일정을 확정했다. 이달 30일까지 예비후보 등록을 마감하고 다음달 11일 예비경선을 통해 본경선 후보 6명을 추리게 된다. 지금까지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민주당 주자는 김두관·이광재 의원, 양승조 충남지사, 최문순 강원지사까지 모두 9명이다.

 

일반국민(50%), 당원(50%) 여론조사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컷오프’가 시행된다. 6명 후보들이 벌이는 본경선일은 9월5일이며 과반득표자가 없으면 결선투표로 이어진다. ‘180일 규정’에 따라 민주당이 대선후보를 확정해야 하는 시한은 올해 9월10일이다. 서영지 노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