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광고 집행·언론보조금 기준서 제외…공적자금 45억원 회수

"ABC협회, 문체부 권고사항 최종 불이행"…ABC협회 존폐 기로

 

ABC협회 관련 발표하는 황희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해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문의 판매 부수를 조사하는 한국ABC협회가 '부수 부풀리기' 의혹으로 결국 정책적 활용이 중단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ABC협회가 제도개선 권고 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정부광고 집행과 언론보조금 기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ABC협회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지원했던 공적자금의 잔액 약 45억원도 환수할 방침으로, ABC협회는 존폐 기로에 놓였다.

 

황희 문체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ABC협회 사무검사 조치 권고사항 이행점검 결과 및 향후 정부광고제도 개편계획'을 발표했다.

 

황 장관은 "권고 조치 이행 시한인 6월 30일 협회가 제출한 최종 보고를 토대로 이행 여부를 점검한 결과, 엄중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권고사항 총 17건 중 불이행 10건, 이행 부진 5건, 이행 2건으로 제도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이행 결과나 의지가 미진해 종합적으로 조치 권고를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문체부는 더 이상 ABC 부수공사(조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정부광고 집행 등에서 활용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 문체부는 정부광고를 집행할 때 신문사 대상 조사였던 '부수'를 대체해 핵심지표로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전국 5만 명 국민을 대상으로 수행하는 '구독자 조사'를 추진한다.

 

이와 함께 언론중재위원회의 직권조정 건수와 자율심의기구 참여·심의 결과 등 언론의 사회적 책임 관련 자료를 활용하도록 정부광고 제도를 본격적으로 개편한다.

 

아울러 구독자 조사와 사회적 책임 등 핵심지표와 함께 참고지표로서 포털제휴, 기본 현황, 인력 현황, 법령준수 여부 등의 객관적인 복수 지표를 활용할 계획이다.

 

황 장관은 "정부광고 제도를 개편해 객관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여러 지표를 토대로 매체의 영향력을 파악하고, 연간 2천452억 원에 달하는 인쇄 매체 정부 광고가 더욱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집행되도록 하겠다"라며 "새 신문지가 해외에 폐지로 수출되는 등 '부수'를 참고지표로 활용할 경우 발생하는 문제점들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문체부는 또 ABC협회 지원 공적자금 가운데 올해 잔여자금인 45억원을 환수하는 강경 대응에 나섰다.

 

ABC제도 운영 기금은 1995년 방송광고공사 공익자금 50억원과 전국경제인연합회 30억원 등 80억원이 출연됐으며 2007년 문체부 감사에서 투자손실, 운영적자 등으로 기금 원금이 39억원으로 확인됨에 따라 공적자금을 지원한 바 있다.

 

이 밖에도 언론진흥재단에서 추진 중인 보조금 사업의 지원기준과 사업 참가 요건, 지역신문발전특별법 지원 대상 등에서 'ABC부수' 기준을 폐지한다. 재단의 보조금 사업은 신문 우송비 지원사업(16억원), 소외계층 구독료 지원사업(18억원) 등이 있다.

 

앞서 문체부는 '부수 부풀리기' 의혹이 제기되자 사무 검사를 벌였으며 지난 3월 부실 조사를 확인하고 전반적인 제도 개선을 권고하면서 불이행 시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민주당 "신문부수 조작 신속히 수사해야": 사진은 더불어민주당 미디어·언론 상생 TF 소속 의원들이 지난 3월 11일 국회 소통관에서 "한국ABC협회 직원의 내부고발로 일부 일간신문의 유료부수가 조작되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며 언론정상화를 위해 신문부수 조작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문체부 강경 대응에 ABC협회 문 닫나…출범 32년 최대 위기

공적자금 회수 등에 운영난 예상… ABC협회 노조 "명예회복 투쟁"

 

ABC협회 관련 발표하는 황희 장관: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ABC협회에 권고한 제도개선 조치사항에 대해 최종 이해 여부를 점검하고 그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한국ABC협회의 정책적 활용을 중단하고, 공적자금도 회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협회가 출범 32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2천450억원대의 인쇄매체에 대한 정부광고 집행에서 ABC협회의 부수공사(조사)를 활용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신문사들이 회원 자격을 유지할 유인이 크게 줄어 협회는 존폐 갈림길에 섰다.

 

ABC협회는 신문·잡지 등의 부수공사를 수행하는 민법상 법인으로 1989년 회원사 78개사로 설립됐다. 당시 회원사는 발행사 34개사, 광고주 27개사, 광고회사 14개사, 조사회사 3개사로 구성됐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종이신문 구독률이 감소해 ABC협회의 정책적 실효성은 감소했지만, 2009년 정부광고 훈령에 ABC협회의 발행부수 검증에 참여한 신문·잡지에 정부광고 우선배정하는 규정을 신설하면서 회원사가 대폭 증가했다.

 

또한 2018년 12월 정부광고법 시행으로 2019년 회원사는 1천648개사로 늘었으며 올해 3월 기준으로는 1천591개사다.

 

그러나 ABC협회의 부수 조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지난 3월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ABC협회 직원의 내부고발로 일부 신문의 유료부수가 조작됐다며 수사를 촉구한 바 있다.

문체부도 지난 3월 16일 ABC협회에 대한 사무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A신문사의 발행부수 대비 유료부수 비율이 ABC협회 자료에는 95.94%였지만, 실제는 67.24%였다며 부수공사 과정 전반에서 불투명한 업무처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5월 MBC 스트레이트도 새 한국 신문지가 동남아의 포장지로 대량 수출되고 있다며 ABC협회의 신뢰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사무검사 결과 종이신문 부수와 온라인 신문 트래픽을 함께 조사하는 통합ABC제도 도입 등 17개 과제를 권고했으나 ABC협회는 이행 시한인 6월 30일까지 2건만 이행했다.

 

ABC협회는 또 문체부의 공동조사단 추가조사에도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등 협조하지 않아 결국 정책적 활용 중단을 자초했다.

 

반면 ABC협회 신현길 사무국장은 이날 문체부에 제출한 조치결과 공문을 공개했다. 이 공문에서는 권고조치 사항 대부분에 대해 '조치완료' 또는 '개선수용'으로 평가했다.

 

공문은 또 "제3자 검증을 해야만 부수공사에 대한 모든 의혹을 풀 수 있다. 8월 하반기 부수공사부터 가능하다"며 제3자 검증을 제안했다.

 

그러나 황희 문체부 장관은 ABC협회의 추가 조사 비협조 등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제도개선을 위해 실질적인 이행 결과나 의지가 미진해 종합적으로 조치 권고를 불이행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ABC협회를 배제한 정부광고 개선안을 추진하고, 언론재단 지원 기준에서도 제외하기로 결정해 신문사들이 ABC협회 회원을 유지할 실익이 크게 줄었다.

 

아울러 ABC협회의 공정한 운영을 위해 공적자금이 지원됐지만, 문체부는 방송통신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올해 기준 잔액 45억원을 회수할 방침으로 운영난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ABC협회는 출범 6년 차인 1995년 독립적이고 공정한 운영을 위해 기금을 80억원 조성했지만, 2007년 문체부 감사 결과 투자손실(12억원)과 운영적자 충당(29억원) 등 부실한 기금운용으로 기금 원금은 39억원에 그친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ABC협회의 내부 갈등도 위기를 불러왔다.

 

ABC협회 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온갖 음해와 핍박으로 훼손된 자존심과 명예회복을 위해 온몸을 던져 맞설 것을 밝힌다"며 "검은 세력의 횡포에 한 치의 양보 없이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장문은 또 이번 문체부 사무감사가 시작된 폭로성 진정서는 전 사무국장이 제출한 것이라며 "전 사무국장은 직원 급여를 불법으로 투자한 사건을 감추기 위해 부수조작 사건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직원들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문체부의 공동조사 참여를 수용했지만, 비대위가 아닌 공사원은 거부해 조사가 취소됐다고도 주장했다.

 

문체부는 ABC협회에 대해 "정책으로 활용되는 만큼 신뢰성 확보에 만전을 기하고 부수공사 과정이 투명하게 운용됐어야 하나, 운영상 내부 갈등과 신뢰성 문제제기가 지속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