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윤 수사’ 차장·팀장 교체

아내 김씨 주가조작 의혹 등 반부패2부

윤우진 의혹 · 장모 수사는 형사부 배당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할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진용이 새롭게 갖춰졌다. 사건을 지휘할 차장과 수사팀장이 모두 교체됐고, 주가조작 수사를 담당할 금융수사전문가까지 충원되면서 윤 전 총장 관련 사건 수사에 속도가 붙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은 최근 윤 전 총장 본인과 가족과 관련한 사건 5건의 배당을 마치고 수사에 착수했다. 먼저 윤 전 총장 부인 김건희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코바나컨텐츠 협찬금 명목 금품수수 의혹’은 반부패·강력수사 2부(부장 조주연)가 맡게 됐다. 이들 사건은 각각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이 2010~2011년 시세조종을 통해 주가를 조작하는 과정에 김씨가 주식과 자금을 대고 차익을 봤다는 의혹과 2019년 6월 윤 전 총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 협찬사가 4곳에서 16곳으로 급증했다는 의혹이다. 반부패·강력수사2부는 기존 반부패수사2부와 강력범죄형사부가 통폐합된 부서로 중앙지검에서 인지수사를 할 수 있는 전담부서다. 중간 간부 인사로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 출신 한문혁 부부장검사와 기업·금융범죄 전문가 박기태 부부장검사가 충원돼, 김씨의 금융범죄 의혹 수사 강도가 높아질 수 있다. 해당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됐다는 주장도 있지만, 기존 수사팀이 반년 넘게 사건을 마무리 짓지 않고 수사를 이어온 만큼 포괄일죄(서로 다른 시점의 범죄 행위를 하나의 죄로 봄)를 적용할 수 있는 혐의를 포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윤 전 총장 측근인 윤대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의 친형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수사 무마 의혹은 형사13부(부장 임대혁)에서 수사한다. 형사13부는 조세 관련 수사 부서로 1990년대 서울대 부총학생회장 출신인 진재선 3차장의 지휘를 받는다. 사건의 핵심은 윤 전 서장이 업자로부터 골프접대비와 금품 등 1억원이 넘는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수사를 받던 중 압수수색 영장이 6차례나 기각되고 무혐의 처분된 과정에 윤 전 총장이 관여됐다는 의혹이다. 가족 의혹과 달리 윤 전 총장이 연루된 사건이어서 수사 결과에 따라 대권 행보에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2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장모 최아무개씨가 지난 2일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대검이 재기수사를 명령한 윤 전 총장 장모 최아무개씨의 모해위증 의혹 사건은 형사5부(부장 박규형)가 맡게 됐다. 애초에 형사 4부(부장 한기식)에 배당됐지만 한 부장검사가 2005년에 사건 고소인 정대택씨의 공판에 관여한 적이 있어서 공정성 논란을 고려해 재배당됐다. 해당 의혹은 2003년 사업가 정대택씨와 채권 투자 이익금 53억원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법무사를 매수해 이익금을 가로챘고, 법정에서도 거짓증언을 했다는게 핵심이다. 대검찰청은 정씨가 고소한 사건과 관련해 최씨의 법정 증언 중 위증 여부 판단이 누락된 부분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의 재수사를 지난 1일 명령한 바 있다. 이와 함께 형사3부(부장 서정식)가 보완수사를 요구한 장모 최씨의 납골당 사업 편취 의혹은 서울경찰청에서 재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중앙지검의 차장과 부장 모두 교체돼 전혀 다른 분위기에서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며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수사 지휘를 배제한 상황이 유지되는 만큼 이정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의 결단이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기존 수사팀이 반년 넘게 수사 해온 사건도 있어서 윤 전 총장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를 시작하기 전에 일부 사건의 처분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옥기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