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5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대규모 사기 사건”

 

    서울 강남구 옵티머스자산운용 사무실 모습.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재현(51)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가 1심에서 징역 25년을 선고받았다. 김씨와 함께 기소된 옵티머스 경영진 등에게도 모두 중형이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4부(재판장 허선아)는 20일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25년에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추징금 751억7500만원을 명령했다. 펀드 사기에 가담한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46)씨와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44)씨에게도 각각 징역 8년·벌금 3억원에 추징금 51억7500만원, 징역 8년에 벌금 2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씨 등의 혐의를 대부분 유죄로 판단했다. 김씨는 증권사에 ‘안전한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95% 이상 투자하는 상품’이라는 거짓 투자제안서를 보여주고 2017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조3526억원을 투자받았다. 이후 이 돈을 만기가 도래한 펀드 투자금 상환에 사용하거나 개인적인 부동산 투자자금으로 쓴 혐의를 받는다. 이씨는 처음부터 펀드사기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후 펀드 환매불능 사태가 발생할 때까지 적극적으로 펀드자금 횡령에 관여했고, 변호사인 윤씨 역시 펀드 판매사의 실사에 대비해 문서 위조에 가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김씨에 대해 “장기간에 걸쳐 투자제안서의 내용과 다른 펀드를 개설해 이 사건을 야기했다”며 “펀드 투자금을 개인적인 선물투자 등에 투입해 50여억원의 손실을 입혔다”고 판단했다. 이씨와 윤씨도 처음부터 펀드사기에 관여했던 건 아니지만 뒤늦게 펀드자금 횡령이나 문서 위조에 가담한 점이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금융투자업자로서 갖춰야 할 기본적인 신의성실의무 및 윤리의식을 모조리 무시한 채 이뤄진 대규모 사기 및 자본시장 교란 사건”이라며 “이 사건으로 약 5천억원이 넘는 천문학적 피해가 발생했고, 안정적 상품이라 믿고 투자한 다수의 피해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줬다. 피해금이 얼마나 회수될 수 있을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그 피해를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검찰은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혐의점이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작성된 옵티머스의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문건은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채동욱 전 검찰총장 등 옵티머스 고문들이 펀드 운용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는데, 검찰은 이 문건의 신빙성을 낮게 보고 있다.

 

이 밖에도 검찰은 옵티머스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총선 선거 캠프에 복합기 사용료를 대납해준 혐의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지만 수사 대상자의 극단적 선택으로 윗선 관여는 밝히지 못했다. 신민정 기자

  

옵티머스 1년만에 '단죄'…피해복구·의혹해소 첩첩산중

작년 6월 펀드 환매연기로 촉발 … 정관계 로비 의혹 번져

펀드사기 대부분 유죄…법원 "피해 복구까지 상당한 기간"

 

수천명의 투자 피해자를 낳은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환매 중단 사태가 발생한 지 약 1년 2개월 만에 회사 경영진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판결이 확정되기까지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에서 회복되지 않은 피해 금액만 5천억원대에 이르고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정치권 로비 의혹도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

 

*'1조원대 펀드 사기' 옵티머스 이동열 1심 선고 출석: 옵티머스자산운용(옵티머스) 김재현 대표와 함께 1조원대 펀드 사기 혐의로 기소된 2대 주주 이동열 씨(왼쪽)가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변호인 정준영 변호사와 함께 출석하고 있다. 1심 선고에서 김 대표는 징역 25년과 벌금 5억 원을 선고받았으며 이씨와 이사 윤석호 씨는 각각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 만기 앞둔 펀드의 환매 연기…실제로는 사기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옵티머스 펀드 사태가 본격화한 것은 지난해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체투자 전문 자산운용사인 옵티머스가 사모펀드 '옵티머스크리에이터' 25·26호의 만기를 하루 앞둔 시점에 돌연 판매사들에 환매 연기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것이다.

 

환매가 중단된 사모펀드는 편입 자산 95% 이상을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지방자치단체 산하 기관이 발주한 건설공사의 매출채권을 자산으로 삼는 안정적인 펀드로 알려져 시장에 충격을 안겼다.

 

금융감독원은 환매 연기 이틀 만에 옵티머스에 대한 현장 검사에 나섰고, 이튿날 판매사들은 옵티머스 관계자들을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고발 접수 이틀 만에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출국을 금지하고 옵티머스와 한국예탁결제원, 판매사들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나섰다. 김 대표는 작년 7월 4일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동열씨와 함께 체포됐다.

 

이후 검찰 수사에서 옵티머스는 투자자들에게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한다'고 설명했던 것과 달리 부실 채권을 인수하거나 펀드 돌려막기 등에 투자금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들이 투자자 2천900명으로부터 끌어모은 1조2천억원이 사기에 해당한다고 보고 작년 7월 김 대표 등을 기소했다.

 

이후 추가 기소된 금액까지 더하면 피해 액수는 1조3천526억원에 달하고 이 중 변제되지 않은 금액만 5천542억원에 이른다. 피해자는 3천200명으로 추산된다.

 

*옵티머스 자산운용 재판

 

◇ 기소된 이후 터진 정 · 관계 로비 의혹

 

검찰이 김 대표를 비롯한 핵심 관계자들을 기소하면서 일단락되는 듯했던 수사는 옵티머스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검찰은 수사 도중 옵티머스 이사인 윤석호씨로부터 '펀드 하자 치유 관련'이란 제목의 문건을 확보했다.

 

이 문건에는 '정부·여당 인사가 펀드 설정과 운용 과정에도 관여돼 있어 문제가 불거질 경우 권력형 비리로 호도될 우려가 있다'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는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번졌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작년 10월 수사팀 규모를 대폭 늘리라고 지시했고 검찰 수사팀은 엄한 처벌을 위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하겠다고 공언했다.

 

이 문건은 김 대표가 환매 중단 사태가 불거지기 한 달여 전인 작년 5월 금감원의 조사에 대비해 작성한 것인데, 김 대표와 윤 이사가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며 폭로전을 벌이는 과정에서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검찰은 김 대표의 결심 공판에서 펀드 하자 치유 문건을 두고 "사기 범행을 은폐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권력형 비리 사건으로 호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문건에서 불붙은 로비 의혹 수사가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양호 전 나라은행장 등이 검찰에 소환됐다.

 

◇ 1조3천억원대 펀드사기 대부분 유죄…양측 항소할 듯

 

1심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허선아 부장판사)는 이날 김 대표 등의 선고 공판에서 펀드사기 혐의 대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핵심 인물인 김 대표의 경우 검찰이 기소한 전체 1조3천526억원의 펀드사기 금액 중 1조3천194억원이 유죄로 인정됐다. 거의 모든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셈이다.

 

이 사건은 양측 모두 항소할 가능성이 커 판결 확정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법정 최고형 구형'을 공언하며 김 대표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해야 한다고 의견을 냈던 검찰은 물론, 서로에게 책임을 넘기며 일부 무죄를 주장해온 김 대표와 윤 이사, 이씨 등도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수천명에 달하는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요원한 상황이다. 1심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면서 "피해금이 얼마나 회수될 수 있을지 불분명할 뿐 아니라 피해를 회수하기까지 상당한 기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